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도, 행정안전부 조사도, 국정조사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 참사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 ‘실효성 있는 독립된 조사기구’를 구성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실에서 유가족을 맞이한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끝났지만 여전히 진상의 규명은 미완이고 현재 진행형”이라며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정치적, 정무적, 입법적 책임 어느 것 하나 국회가 나서 묻지 못하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행안부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특수본 수사 결과를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이행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와 추모를 위한 입법 제도 마련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상처와 고통은 그대로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이태원 참사가 잊히는 건 아닌지 유족들은 지금도 우려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유족의 뜻을 충분히 반영해 국가기관인 국회에서의 추모제를 차질 없이 치를 수 있도록 경청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월 첫째 주 주말, 국회 차원의 희생자 추모제 개최를 목표로 두고 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참사수습단장인 박주민 의원도 자리에 참석해 “특수본 수사와 국정조사는 끝났지만 국회가 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향후 꾸려질 조사기구는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으로부터 독립되고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참사 원인을 분석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며 ▲국정조사가 밝히지 못한 사실은 추가로 조사하는 기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가족이 참여해 질문하고 유가족의 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있으며 ▲조사에 필요한 행정권한을 가져 실효성이 있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공무원·행정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함과 동시에 특별검사(특검)를 요구할 수 있는 조사기구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려면 참사에 책임 있는 기관의 관련 공무원들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특수본과 검찰이 수사한 수사 기록도 조사에 필요하면 복사해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며 “참사 관련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한, 자료요청권도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들은 신속하게 독립된 조사기구가 구성되고 실효성 있는 조사가 진행돼 그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 희생자들의 추모와 참사의 교훈과 기억을 보존하는 추모사업에만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저희가 계속해서 독립된 조사기구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희가 살기 위해서다. 유가족은 억울함을 밝혀내지 못하면 평생 가슴에 묻고 한으로 맺혀 정말 살기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밝혀내야 할 부분들을 틀림없이 밝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힘을 보태주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간담회 요청에 ‘무응답’ 여당, 이종철 “다음 주 초라도 만나자”
민주·정의, 2차 가해 조수진 징계안 제출

간담회는 언론 비공개 시간을 포함해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문책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포함해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에 관한 고민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빠르면 다음 주 중” 이 장관 문책에 관한 당의 방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청담동 술자리’ 발언으로 2차 가해 물의를 빚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징계안을 이날 정의당과 함께 제출한다.

유가족협의회는 앞서 오전에는 기본소득당 지도부와 만나 조사기구에 관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정의당에도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일정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종철 대표는 “똑같이 여야에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아직 국민의힘 쪽에서는 연락받은 게 없다. 저희가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다음 주 초라도 빨리 만나서 독립된 진상조사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을 간곡히 설명하고, 여야가 잘 협조해 독립된 조사기구,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