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꺼 없는 미국 파티

바로 어제 미국인 직장 동료에게 swimming pool party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메일로 보내온 초대장인데요, 좋은 샘플이니 미국 사람들 초대할 때 따라 써보세요.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미국적이니 알아 두실 필요가 있어요.

I hope you can come to my house on Friday.  

Everyone will be so glad to see you:)  We are meeting from 2:30-6 p.m. for swimming and snacks.  

Bring your swim suit, towel, & favorite snack I will provide the beverages.  

No alcohol please:)  We will swim & snack and RELAX!

My address is: 

Phone:  

Let me know if you're coming!

이런 식으로 흔히 집에 가는 시간까지 정해 주는게 미국 식입니다, 참 정내미 떨어지지 않아요? 이 초대의 핵심은, 밥(식사)은 없다, 글고 우리 집 저녁 식사 시간 전에 너는 집에 가야 한다, 너 먹을 스낵은 니가 가져와라, 나 주인장은 마실꺼만 내겠다, 그런 뜻입니다.

우리는 음식대접 없이 손님초대라는 것을 상상할수도 없지만, 그리고 ‘니 먹을꺼는 니가 가져와라’는 것은 참 뜨아한 일이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흔히 그렇게 합니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나 피 안 보고 각자 알아서 먹고 나는 장소제공만 한다는 이런 식의 손님 접대 때문에 저는 미국 생활 초기에 참 정이 떨어지더군요, 미국 사람들한테.

파티랍시고 초대를 받아도 먹을 것도 없고 미국 생활 초반에는 안되는 영어 때문에 생글거리고 웃기만 하려니 피곤하고 군데군데 몇명이 무리지어 와인 한잔 놓고 몇시간씩 담소하는 미국 사람들 진짜 제 입맛에 안 맞더라구요. 그리고 자기가 가져 온 음료수나 음식을 자기 집에 간다고 고스란히 도로 가져 가는 그들을 보면서, ‘지~인짜 질렸다! 치사하게 그걸 도로 가져가냐. 남은 사람들 먹게 주지….’그랬다니까요.

그나마 정말 먹을게 있는 경우는 potluck party를 할때에요. potluck이라고 하면 냄비를 가지고 추첨 한다는게 절대 아니고, 오는 손님마다 음식을 한가지씩 해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는 것이지요. 이때도 파티가  끝나고 돌아갈 때 남은 음식을 일반적으로 자기 집에 도로 가져 갑니다. 미국 생활 년수가 길어가도 참 적응이 안되는게 이런거에요. 미국 엄마들이랑 애들이랑 모여서Play date를 하는데 자기가 맡은, 이를테면 애들 음료수 안 뜯은거는 도로 가져 갑니다. 파티를 호스트한 주인 집에 놓고 가지 않아요. 다 잘사는 사람들인데도 꼭 그렇더라구요. 저는 그게 참 민망하게 느껴져요 지금도.

이런게 문화차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love language는 ‘음식’입니다. 한상 차려 놓고 사람들 불러서 디저트까지 먹을꺼 다 먹으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귀한 손님일수록 메뉴를 간단하게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potluck을 해도 자기가 가져온 음식 도로 가져가지 않고 남에게 나누어 주지요. 우리는 많이 주고 많이 받는 걸 좋아하죠. 저만 그런가요?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줄것만 주고 줄때만 주고 내것은 내것입니다. 이유없이 주지 않아요. 아니 이유가 있어도 안줘요. 그대신 남한테 바라지도 않고 섭섭해 하지도 않지요.

이런 차이를 미리 알고 있어야 당황하지 않고 기분 나빠 하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 사람 집에 갈 때는 미국 식으로 따라 하지만 우리집에 미국 사람을 부를 때는 한국 식으로 거나하게 챙겨줍니다. 떡~ 하니 차려 놓고 손님이 집에 갈때 또 한 봉투씩 싸서 보냄으로 국위 선양을 하는거죠.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정스럽게 잘 퍼주고 인심이 좋은가를 음식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 전부 뻑~하고 넘어가요. 우리는 이런 걸 잘하고 미국 사람들은 또 다른 걸 잘합니다. 그러면 된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