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백일잔치 백불
제가 그 비싸다는 뉴욕에서 대학원 다니던 시절에 결혼을 햇는데 학위를 따자마자 덜컥 임신이 되어서 집에 주저 앉았지요. 차도 한대밖에 없고 데이키어에 애 맡길 돈이 더 크고 무엇보다 아직 그린카드가 안나와서 일을 할수도 없는데, 그때나이 이미 서른이었으니 첫 아이 갖기에 사실 늦은거였는데요. 당시 우리남편은 아직도 갈길이 까마득한 박사과정 중이었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참 시큰둥하게 니네가 무신 돈이 있어서 벌써부터 애를 낳느냐고 그러시더만요. 그래서인지 애를 낳았다는데도 땡전 한푼 안도와 주셨어요. 미국의 독립정신을 배우라 그거죠.
암튼 정말 가난한 대학원생 시절에 세상에나 예쁜 아들을 낳아서 어찌어찌 키웠죠. 욕조도 없는 뉴욕의 아파트에서 큰 샐러드 볼을 월맡에서 사다가 매일 더운 물을 받아 아기 목욕을 시켰다니까요. 힘들고 가난해도 그렇게 이쁠수가 없는 내새끼를 키우니 참 행복했는데 막상 백일 때가 돌아오니 주변에 가족이 있나 한국 친구가 있나, 그렇게 서글프더라구요. 훌쩍훌쩍 하고 있던 저를 보고 착한 우리남편이 자기 어머니께 전화를 한거에요. 한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난지 백일이 되면 사람들이 잔치하고 선물 주는 풍습이 있으니 엄마가 슬쩍 우리 와이프한테 선물이라도 보내 주십사하구요. 그 덕분에 진짜 짜다짜다 그렇게 매정할 수없는 우리 시어머니가 왠일로 100불짜리 거금을 처음으로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전화를 걸어 그랬죠.
“ 오마나! 어머니, 너무나 고맙습니다! 자상하기도 하시지. 제가 당장 이 돈 가지고 나가서 떡을 사가지고 우리 아들을 위해 잔치를 할께요. Oh, my goodness! Thank you, thank you so much! It is so sweet of you. I’ll go out with the money and buy some special rice cake. We’ll throw a party for the baby.”
교양있고 차가운 우리 미국 시어머니 한 말씀,
“글쎄 그게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구나. 너주려고 보낸 돈이 아니거든. 아기를 위한 선물이었지. 애이름으로 은행구좌를 트거나 뭐 그래야 하는거 아니니. I don’t think that is such a good idea. That money is not for you. That’s a gift for the baby. You should put that in the bank for the baby or something.”
저는 그말을 들으니 시어머니한테 그나마 있던 정도 따~악 떨어지는게! 원래 먹는 것을 싫어하시는 우리 시어머니가 생각 한 미국 식은 아기를 위한 선물이니 애 이름으로 은행구좌를 트는게 낫다는거지요. 제가 그당시 생각했던 것은 미국 베이비들은 선물로 샤워를 시키지만(미국의 베이비 샤워), 한국 베이비들은 떡을 돌린다는데 왜 그리 꼬이셨을까? 평소에도 먹는거에 목숨거는 한국 며느리를 우리 미국 시어머니가 삐딱하게 보고 계셨는 줄은 그때서야 알았어요.
중국 사람도 흔하지 않다는 위스콘신 주에서 아무런 문화적 상식 없이 국제적인 며느리를 보게 된 우리 시어머니는 제 얘기를 들으시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겠죠.사랑하는 당신의 아들과 구여운 손자를 위해 보낸 거금 100불로 이놈의 며느리가 나가서 말 그대로 떡을 사먹겠다니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겠어요. 한국식으로 나는 떡을 풀고 손님들은 선물을 푸는 그렇게 주고받는 한국 식을 아실리기 없죠. 지금에사 제가 생각해보니 우리 시어머니 심정이 그렇겠더구만요.
그옛날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 먹을게 귀하고 어린아이가 백일까지 생존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의 풍습에서 내려온 그런 문화적 전통을 모른 채 그렇게 오해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는 또 욱해가지고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없는 인색한 시어머니라면서 그일로 참으로 미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 시어머니가 어쨌거나 말거나 저는 한국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 백일 떡을 주문해서 동네사람한테 돌리고 저도 실컷 먹었네요. 철없던 새댁의 삐침이 풀리고 난 후, 나중에는 제가 잘 이해하시도록 이렇게 설명을 드렸죠.
“애기가 태어난지 100일을 축하하는게 한국의 전통이지요. 옛날 한국에서는 많은 애기들이 100일을 넘기지 못했거든요. 이웃들과떡을 나누면서 아기의 생명을 축하하고 감사드린다는데 의의가 있어요. It’s a Korean tradition to celebrate the baby’s 100th day since birth. Many babies couldn’t survive past the 100th day in the old times of Korea. It’s about celebrating and being thankful for the baby’s life by sharing rice cake with your neighbo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