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이 너무 길어져 죄송해요)
오늘 12주 초음파로 아기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 확인하고 글을 올려요.
처음 임신 준비를 할 때, 제가 나름 평소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는 생각에 제 임신과 출산도 별 문제 없이 평탄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제 생각에 저희는 수정과 착상이 잘 되는 편이었거든어요. 지금까지 두 번 유산하고 세 번째 임신인데, 세 번 모두 계획한 첫 시도에 임신이 되어서 첫번째도, 그리고 두번째 임신도 테스터기를 확인하고 착상이 잘 되었으니 잘 지낼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임신 유지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네요.
2016년에만 두 번 계류유산을 겪었는데, 첫 번째는 8주에 살짝 피가 비쳐서 응급실에 갔다가 태아 심장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11주에 검진 받으러 갔더니 태아는 6주 크기에 머물러 있고, 심박도 없더라고요. 수술, 약, 자연 유산기다리는 것 세 가지 중에 저는 약을 선택했어요. 질 내로 약을 넣어줬고 그날 밤에 엄청난 통증과 하혈 등을 했어요. 아직도 초음파로 들은 아기 심장소리와 유산 하혈 때의 고통이 생생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울지도 않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 한 달 정도는 매일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갑자기 이유 없이 참 많이도 울었어요.
그러고 나서 4번 정도의 생리가 있은 후 두 번째 임신을 했고,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첫 검진일 아기를 못찾았어요. 바로 다음날 정밀초음파를 봤는데 다시 6주에서 성장이 멈춰 있었대요. 두 번째도 약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배출이 깔끔하게 잘 되지 않아서 일주일 정도 복통과 하혈이 있었고, 병원 검진 갔을 때 직접 빼주시기도 했어요. 꽤 오래 복통이 있었는데 마지막 큰 하혈이 있고나서 복통이 싹 사라졌어요. 두 번째 임신은 주변에 소식도 알리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유산 못지 않은 큰 슬픈 일이 겹치게 되어 남편과 둘이서 그 슬픔들을 감당하느라 오랜 시간 많이 힘들었어요. (더 돈독해지기도 했지만요.)
의사는 저희가 원하면 난임 의사 리퍼럴 해 주겠지만, 자기 소견에는 남편과 저 둘 다 문제가 없고,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일 겪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때부터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더 이상 겪고 싶진 않은데 당장 난임병원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고, 보험도 난임 검사는 풀 커버가 안 돼서 '한국에 가야하나...한국에서 결국 원인을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고민하던 중에 아름다운 여성한의원을 찾게 됐어요. 첫 유산 후 지속적인 피로가 있었던 터라 두번째 유산 후에는 한약으로 몸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 같아요.
유산후 회복 한약을 먹고, 원장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좌훈을 틈틈이 했어요. 항상 손발이 많이 찬 편이라 온냉족욕법은 매일 했습니다. 요즘도 발이 시렵다 싶으면 족욕 꼭 해요. 임신도 임신이지만 족욕을 하고나면 발이 따뜻해져서 잠이 잘오는 기분이 좋았어요. 유산 후 세 달쯤 지나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어요.
두 번째 유산 후에 생리도 (두번째 생리) 잘 돌아오지 않아 조금 걱정을 했는데, 한의원 원장님이 말씀해주신대로 세 번째는 원래 주기와 비슷하게 돌아왔어요. 세번째 생리 후 바로 임신이 되었습니다. 바로 원장님께 연락드려서 유산 방지 한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원장님과 상담하면서 제 생리 주기가 긴 편이라 첫 검진일을 좀 늦춰도 괜찮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저는 정말 좋았어요. 1~2주 정도 더 기다리는게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마지막 생리일에 맞추지 않고 배란일을 알고 있어서 배란일에 맞춰 첫 검진을 받았더니 아기 크기 주수도 잘 맞고 불안함 없이 진료 잘 받게 되었어요.
세 번째 임신은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커졌었는데, 아기를 위해 한약을 복용한 것이 제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약을 다 먹고 선생님께서는 출산까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무언가라도 계속 노력을 해서 불안함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저는 한 달 더 약을 먹고 있어요.
더 어려운 경우를 겪고 계신 분들도 많지만, 두 번의 계류유산도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었어요. 아기가 성장을 멈춘 줄도 모르고 태교한다며 즐겁게 지냈던 시간들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건강한 아기를 제가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컸어요. 명쾌한 해결책이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고요. 사실은 유산방지한약을 처음 먹기 시작할 때, 혹시나 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염색체 문제 같은 이유로 잘못되는 경우는 아닐까 싶어 또 좌절하게 될까봐 한 편으로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너무 기대를 하지 말자고도 마음 먹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맘 편하게 건강해질 거라고 믿어보자고도 마음 먹고...참 복잡한 심경이었어요.
그래서 9주 초음파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기적 같았고, 오늘 12주 초음파를 보고 온 것도 아직도 꿈만 같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자세히 적어봤어요. 저는 유산 후 지금까지도 가끔 마음이 힘들 때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곤 했거든요. 저는 아직도 라디오나 어디서 난임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펑펑 쏟아요. 길에서 아기만 만나도 막 울려고 하고요. 어디선가 유산 후에 이유도 모르게 시시때때로 슬퍼하는 게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 글을 읽었을 때 저는 그 슬픔을 이겨 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어요. 혹시나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시다면 그 슬픔과 두려움을 혼자 겪고 계신게 아니라고 깊은 위로와 응원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걱정할 때마다 안심할 수 있도록 자세히 말씀해주시고, 좋은 약으로 제 건강과 아기를 지켜주신 원장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출산까지는 또 긴 여정이 남아있으니, 그 시간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