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사는 가장 좋은 게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미국은 잘 생기고 못 생김을 차별하지 않는 나라' 라고 말하겠다.

이를 느낀 건 처음 미국와서 들른 은행에서였다.

한국에서의 은행직원이라면 우선 젊고 예쁘고 키가 늘씬한 여성들이나 거기에 준하는 남성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거진 30년 가까이를 한국에 살면서 단 한번도 키가 작거나 뚱뚱하거나 나이가 들거나 얼굴이 미운 직원들을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저렇게 참하고 멋진 선남선녀들만 뽑아다 놨을까 싶을만큼 반듯반듯한 외모의 사람들만이 근무하는 곳이 한국의 은행이었다.

내가 미국와서 처음 찾아 간 곳은 이 지역의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한 대형은행이었는데 직원들만 스무명이 넘는 곳이었다.

한국같이 여기도 선남선녀은행원들만 있으려니 생각했던 나는 한눈에 들어오는 머리가 허연 할머니은행원의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할머니 은행원이라니!

나를 놀라게 한 건 그 할머니 옆 창구에서 손님을 받고 있는 흑인여자 은행원이었다.

거짓말 좀 보태 몸매가 웬만한 산 만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 키로수로 거의 2백키로는 나갈 만큼 뚱뚱한 흑인 여자가 풍선같이 뚱뚱한 몸을 꽉 끼는 티셔츠로 가리고 연신 웃으면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벌 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서 볼 일도 잊은 채 그들을 구경하면서 나는 미국이란 나라가 참으로 선진국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왜냐하면 할머니은행원과 뚱뚱한 흑인은행원을 보면서 문득 한국에 살고 있는 내 사촌 동생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내 사촌동생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대학을 과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회사에 취직을 못하고 있는 지가 몇 년 째였다.

이유는 별로 예쁘지 않는 용모때문이었다.

나 역시 그렇지만 우리 이씨 집안 혈통이 그런지 사촌동생은 키가 무척 작았다.

1미터 50센티를 겨우 넘을까말까, 매우 작은 키에 미인축에 거의 들지 못하는 평범한 얼굴에다 공부벌레들이 그러듯 눈까지 나빠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사촌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있었는데 일부회사들이 모집공고에 쓰여진 '키 1미터 65센티 이상의 용모단정한 여성' 이란 부문에 번번히 좌절되고 말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8,90년대 당시 회사들의 직원 모집공고엔 거의 반드시라고 할만큼 키와 용모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사촌동생은 그런 언급이 없는 회사만을 골라 원서를 접수시켰는데 서류까지는 합격이 되었지만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지고 말았다.그러기를 몇 번 하던 사촌동생은 취직하기를 아예 포기하고 먼 친척뻘이 운영하는 입시학원에 시간강사로 다닌다고 했다.

" 첨엔 너무 억울해서 죽고 싶더라구..이렇게 못생기고 키 작게 태어나진 건 내 잘못이 아니쟎아.그런데 용모 때문에 이런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고 억울해....성형수술까지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기초가 돼 있어야지, 이렇게 안예쁜 얼굴에 칼만 댄다고 이 얼굴이 어딜 가겠수.얼굴이야 또 칼 대서 고친다쳐도 이 작은 키는 어떻게 늘릴 수가 없쟎아..."

미국 들어오기 한달 전 인사하러 들렀던 내게 어두운 얼굴에 애써 희미한 웃음을 띄우던 사촌동생은 어쩌면 미국에 들어와서 살면 인생이 뒤바꾸어 질지도 모를 그런 사람이었다.

미국에 살며 만났던 유리란 여성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말이다.

유리란 여자는 한국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여성이었다.

첨에 유리를 봤을 땐 나는 그 여자가 한국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 정도로 유리는 다르게 (좋게 말하면 특이하고 나쁘게 말하면 희한하게)생긴 여자였는데 언뜻보면 캄보디아나 남미쪽 계통의 여자처럼 거무튀튀한 피부와 육감적이라만치 두텁게 생긴 입술을 가진 여자였다. 키는 별로 작지도 크지도 않았지만 살찐 히프며 굵은 팔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와 팔이 완전히 드러나는 빨간색 탱탑에다 랩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거기다 인디언 처럼 요란한 스타일의 액서사리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녀는 전혀 아름답다거나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외국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리랑은 생긴 것도, 하고 있는 차림새도 특별하게 달랐다.

식료품이 잔뜩 진열된 좁은 통로를 지나치다가 그녀의 몸을 치게 되어 나는 반사적으로 '익스큐쥬미' 하고 사과를 했다. 당연히 타민족이려니 생각하고 영어로 사과를 한 거 였다.그랬는데 몸을 구부리고 뭐가를 고르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뭘요, 괜찮습니다' 하고 응대를 해 오는 게 아닌가.

"아니? 한국사람이세요?"

내가 너무 놀라 반문하자 그녀는 이런 일을 수 없이 당한다는 듯 대수롭지않게 '예.한국사람입니다.그런데 한국사람같이 안생겼지요?' 하고 웃었다.

이럴 경우 다른사람 같으면 속으로 '참 한국사람이 이상하게도 생겼네' 하고 지나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특이한 그녀의 모습에 호감이 갔다.

기자의 직업정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홀애비 사정 과부가 안댔다고, 역시 별로 예쁘지 않는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는 나는 6월의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수트로 몸을 감싸고 있는데 결코 매력적이지 못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어깨와 팔을 내놓은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고 할까?

아니, 내 마음을 끈 것은 그녀의 커다란 입술에 칠해진 붉은 립스틱이었다.

신문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대해왔지만 그녀처럼 커다란 입에 붉은색 립스틱을 당당하게 바른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두툼한 입술을 더욱 육감적으로 보이게 한 주홍색 립스틱!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요 앞 간이 커피점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자고 청했고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나를 따라 왔다.


그녀 이름은 유리라고 했다.

본명은 '딸막이' 었는데 딸만 다섯을 내리 낳는 것을 친할머니가 보다못해 다섯 번 째 딸인 자신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했다.

이름이 즉효했는지 엄마는 여섯 번 째에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유리씨는 중학교만 겨우 졸업한 채 집안 일을 거들다 70년대 불던 산업 근대화에 밀려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갔고 거기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이라고 해 봤자 어느 작은 공장에서 하루 2교대로 근무하며 옷감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유혹에 못이겨 S시의 미군클럽에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하러간 우리 세 아가씨들을 주인이 쓱 보더니 둘은 홀안에서 직접 미군들을 접대하라고 이르고 날 보고는 부엌에서 일을 하라는 거예요. 내 얼굴이며 생김새가 미군들이 별로 좋아할 타입이 아니라면서요."

친구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미군들에게 팁도 많이 받으며 즐겁게 홀에서 노는데 자신은 앞치마를 차고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있어야 했다는 유리씨는 그러나 주인을 단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면 어릴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재수없게 못생긴 여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엌 일이나마 시켜준 게 고맙기만 했어요.아무리 힘들어도 야근을 해야 하는 공장 일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러나 유리씨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유리씨가 일하던 클럽을 단골로 드나들던 미군 장교하나가 그릇들을 가지러 홀안을 가끔 드나드는 유리씨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청혼을 해 왔던 것이다.

"그 근처에선 저보고 신데렐라라고 했어요. 부엌에서 구정물에 손 담그고 있던 제가 졸지에 장교 부인이 됐으니까요"

그 미군은 한번 결혼을 했던 사람이었지만 자식은 없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유리씨보다 열 몇 살이나 위인 사람이어서인지 결혼후 유리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었다.

무엇보다 유리씨를 감격하게 한 건 늘상 유리를 아름답다고 말해 주는 것이었다.

"유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여자야. 피부도 곱고 몸매도 아름답고 머리카락도 탐스럽고,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당신의 이 입술이야"

유리씨는 첨에 남편의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단 한번도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유리씨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특히 남편이 자신의 최대 약점인 두터운 입술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했을땐 모욕감에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다.그러나 남편은 워낙 진심이었고 유리씨의 외모에 대한 남편의 찬사가 늘어 갈수록 다른 사람은 그 누가 뭐래도 남편한테만은 조금 예뻐보이는구나 싶어 조금 기를 펼 수가 있었다고 했다.

몸매를 가리기위해 풍덩한 박스 티셔츠 아니면 남방셔츠만 걸치던 몸에 블라우스와 스커트도 입게 되었고 점차 빛깔 고운 원피스도 입게 되었다. 나아가서는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옷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옷을 입어도 아름답다고 칭찬해주 는 남편 앞에서 유리씨는 더 이상 입지 못할 옷이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유리씨를 사랑해 주던 남편이었지만 결혼생활 5년을 채우지 못하게 되고 만다.

"어딜 뜯어봐도 예쁜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저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로 알아 주던 남편이 미국에 온 지 몇 년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버리고 말았어요. 저는 다시 외돌톨이가 되었지요"

그러나 유리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몇 년 후 다시 한번 백마탄 왕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현재의 남편이었다.

유리씨의 현재 남편은 놀랍게도 이 지역의 유명한 미국인 변호사였다.

남편이 돌아 간 후 집에서 1년가량 놀다가 주위의 권유로 직장을 잡았는데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카페테리아 일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아름답다는 말,매력적이다는 말을 수 없이 해주던 남편을 잃은 슬픔이 1년이란 세월이 가도 없어지지 않아 유리씨는 항상 우울한 얼굴로 지냈다고 했다.

카페테리아 일을 가서도 단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죽은 남편의 얼굴이 떠 올라 몰래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 런데 참 이상도 하지, 슬픔에 가득찬 유리씨의 얼굴이 매력적이라며 프로포즈를 해 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의 남편이었다. 그도 몇 년 전 상처한 사람이었는데 이 지역에서는 성공한 변호사의 하나로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이었다.

유리씨의 처지에 비하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는 신분의 사람이라 겁도 나고 후환이 두려워 피하기도 했었지만 무작정 유리가 좋다며 밀고 들어 오는데는 유리씨도 어쩔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1년여를 데이트 하다 얼마전 결혼식을 올렸다.

"제가 이렇게 못생겼어도 남자 복 하나는 있나봐요. 지금의 남편도 저를 얼마나 위해 주는지 어떤 땐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이예요.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예쁘다,아름답다 소리를 두 남자로부터 듣기 싫을 만큼 실컷 들었으니 지금 죽어도 저는 여한이 없어요. 저는 한국에서는 여자로 태어나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죽는줄 알았어요.제 험한 외모를 보고 남자들이 오다가도 도망갔으니까요.한국남자들은 피부도 뽀얗고 얄상한 얼굴을 좋아하쟎아요.몸매도 호리호리날씬한 여자를 좋아하고....."

그랬다.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도 그랬지만 한국은 여전히 피부가 뽀얗고 얄상한 얼굴과 날씬한 몸을 가진 여자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텔레비젼을 봐도,잡지를 봐도 온통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들만이 여성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주위만 봐도 직업 괜찮고 어느정도 성공했다 싶은 한국 남성들의 배우자는 '뽀얗고 얄상하고 날씬한' 여성들 일색이었다.

유리씨처럼 키가 작고 피부가 검고 팔뚝이 굵고 입술이 두툼한 여자를 사랑해 주는 남자는 한국사람중에는 없는 것 같았다.

" 저는 참 미국에 잘 온 것 같아요. 한국에 있었으면 이런 인물로 시집이나 제대로 갔겠어요? 갔더라도 저같은 비천한 신분 만나서 지금 고생이나 찔찔 하고 있을 테지요. 미운 오리새끼이던 신분이 미국인 남자를 만나면서 백조가 됐어요"

유리씨는 큰 입을 활짝 벌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주홍색 립스틱이 짙게 발라진 입술이 꽃입처럼 크게 벌어졌다.

입술 큰 게 창피하고 부담스러워 늘 립 라이너로 입술선을 원래 크기보다 작게 그린 다음 립스틱을 칠하곤 했다는 유리씨는 입술이 매력포인트라는 첫째 남편과 지금 남편의 말에 힘입어 지금은 일부러 선명한 주홍색이나 핑크색 립스틱만을 골라 바른다고 했다.

"이런 색깔의 립스틱을 바르고 한인타운에 나가면 한국여자들이 저를 보고 수군수군 거려요. 희한하게 생긴 외국여자가 옷도 이상한 걸 입고 립스틱마저 촌스럽게 진한 걸 바르고 다닌다고요 제가 타민족인인 줄 알고 마음대로 수군대는데 저희들이 수군대는 말을 알아 듣는 줄 알면 아마 기절초풍할걸요."

유리씨와 좀 더 친해진 몇 달 후 나는 유리씨및 유리씨 남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기회를 가졌다.

유 리씨의 남편은 반백의 신사였는데 한 번 맡은 사건은 절대로 기권하지 않고 이기고야 만다는 소문대로 매우 날카로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유리씨를 대할 때만은 너그럽고 포용력이 철철 넘치는 남편의 모습으로 돌아가 옆에 있는 사람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한 곳은 이탈리아 식당이었는데 웨이터가 부어 준 올리브 오일에 빵을 찍어 먹던 유리씨가 사래가 들렸는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유리씨 남편은 유리씨의 등을 두드린다,웨이터를 불러 찬물을 가져오게 한다,하며 처음의 냉철하고 깐깐한 인상답지 않게 허둥지둥 수선을 피웠다. 그 모습에서는 전혀 가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성을 걱정하고 위해 주는 모습이었다.

사태가 진정된 후 유리가 화장실에 가기위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나는 유리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서 결혼했냐고 물어 보았다.

당신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따르는 여자들이 쌔고 쌨을텐데 하필이면 작은 동양여자냐고, 저 작은 동양여자의 어디가 그렇게 당신을 끌어 당겼냐고 궁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유리의 남편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 나는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유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래서 결혼했다. 내가 아는 동양여성,특히 한국 여성들은 언뜻 보면 예쁘기는 하지만 별로 개성들이 없다. 화장법도 거의 비슷비슷하고 입고 있는 의상도 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그리고 한국여성들의 원래 맵시가 그런지 몸매가 모두 너무들 말랐다. 볼륨이 전혀 없다. 나는 유리처럼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볼륨있는 몸매의 여성들이 좋다. 유리는 어디 한 군데도 흠잡을 데 없는 여성이다. 내가 아는 한, 내 주위에 있는 여자중 내 와이프 유리가 최고 아름다운 여성, 최고로 마음씨가 고운 여성이다.그런 여성을 아내로 맞은 나는 대단한 행운아다"

유리씨가 이쪽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는 유리씨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닌게 아니라 최고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만족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리씨가 다시에 앉는 걸 기다려 나는 입을 열었다.

"유리씨는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었어요. 원래부터 백조였는데 다만 우리 한국 남성들이 그걸 알아 차리지 못 했을 뿐이지요"

갈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채 붉은 조명 빛을 받고 앉아 있는 유리씨의 모습은 더 이상 내가 한국마켓에서 처음 볼 때의 희한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이 지역 최고의 변호사의 아내로 남편의 넘치는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한 여성이 거기 있었다.

-이계숙의 더 많은 작품은 http://kyesook.com 로 오셔서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