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가 문을 열었을 때 그녀의 코끝을 덮쳐온 건 틉틉하고 쿰쿰한 냄새였다. 한국집을 방문하면 으레껏 맡을 수 있는 냄새말이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와 구운 생선 냄새가 뒤섞인 아주 이상한 냄새. 빨지 않고 구석에 오래 처박아둔 타올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와 몇십년 된 카페트 냄새까지 더해진 아주 고약하고 기분 나쁜 그런. 사람 속을 확 뒤집을 것 같은 불쾌한 냄새.

 

부모네 집을 방문할 때마다, 출입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제일 먼저 그녀를 맞아주는 익숙한 냄새였지만 선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오만가지가 복합된 냄새 중에 얼핏  아버지의 담배 냄새와는 다른 담배 냄새가 섞인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알았다. 선우가 왔다는 것을.

"왔냐?"

그녀가 들어서는 것을 본 아버지가 소파에서 일어서지도 않은 채 이쪽을 보면서 말했다. 아버지는 한국 방송을 보고 있었다. 잊혀진 연예인들이나 이제는 한물 간 가수가 출연해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대는 프로그램.

그래서 그 당시예요. 이혼 당했을 때요. 제가 죽으려고 약을 먹었걸랑요. 수면제를 먹었지요 서른 알이나.....

화면에서는 마귀할멈같이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말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잠만 사흘내리 자고 깨어났어요.죽는 것 조차도 내겐 어렵더라구요....

"예에......."

선희는 아버지쪽을 힐끗 쳐다본 다음 구두를 벗었다. 거의 열시간 이상을 구겨져서 구두 속에 담겨져 있던 발가락 열 개가 이제야 살겠다는 듯 기지개를 펴면서 몰려나왔다.

"선우, 왔어요?"

선희의 말을 아버지는 듣지 못한 듯 했다. 사회를 보던 남자가 뭐라고 우스운 말을 건넸던지 왁자한 웃음소리가 화면 속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화면을 보면서 같이 웃고 있었다. 선희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예상대로 엄마는 바쁘게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어, 너 왔니? 배고프겠다. 어여 앉아라...."

"지금 들어오셨나 봐요?"

"응. 나야 뭐 항상 퇴근이 늦지..."

"이제 들어와서 밥 해서 언제 먹어. 아버진 아직도 자기가 챙겨먹지 못해?있는 반찬에 밥통에 밥 있쟎아?"

"니 아버지 금방 끓인 따순 국이나 찌개 없음 밥 안잡수는 것 하루이틀 일이니? 괜찮아. 나도 어차피 먹어야 하고....그리고 선우도....."

"선우 들어 왔어?"

"응. 지난 주에...."

"돈 떨어졌나보군?이번엔 또 얼마 달래?사곤 안쳤대?"

선희의 말에 엄마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희는 안다. 그 침묵이 긍정을 뜻하는 것임을. 선희는 다시 한번 버릇처럼 긴 한숨을 내쉰다. 무어라 더 선우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지만 하루종일 부엌일에 시달리고 들어왔을 엄마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아 선희는 입을 다문다. 대신 식탁 의자에 털썩 던져지듯 주저앉는다. 몸이 천근같다. 그녀의 어깨와 목을 짓누르고 있는 피곤의 무게가 적어도 천파운드는 되는 듯 같다. 그저 쉬고 싶다. 그러나 선희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엄마에게 다시 말을 건다.

"엄마가 만든 김치 맛있다고 우리 사무실 사람들 난리던데?"

"그으래?....."

"대한 마켓 김치맛 좋아졌다고 모두들 그랬어. 앞으로 대박터질 거라고.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계속 사먹겠단 사람들이 꽤 많아...."

"그으래?.."

"근데 엄마. 김치 잘 팔리면 엄마만 힘들쟎아. 김치 더 팔린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닐테고. 적당히 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끓어넘치는 된장 찌개에 썰어놓은 파를 넣던 엄마가 몸을 돌려 선희 쪽을 본다. 그리고 말했다.

"남의 집 일인데 적당히가 어딨니. 최선을 다해 해주어야지. 어쨌든 김치가 맛있다니 쫒겨날 염려는 없겠네...."

선희는 엄마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 대신 식탁에 수북히 쌓인 봉투더미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다. 엄마의 육십 평생은 쫒겨날까봐 늘 노심초사하는 인생이었다. 양친부모를 잃고 고모 집에 얹혀 살던 어릴 땐 고모부가 자신을 쫓아낼까 봐. 철들 무렵부터 애 보기로, 식모살이로 전전할 땐 주인이 쫒아낼까 봐.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 하루 열네번의 밥상을 차리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할 때도 시어머니가, 남편이 쫓아낼까 봐. 그리고 지금은 집세를 못내게 돼 은행으로부터 쫒겨날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

엄마가 쫒겨날 걱정없이 편안하게 일한 것은 십몇년 동안 세탁소에서 바느질을 할 때 뿐이었다. 바느질 솜씨가 좋아 여러 세탁소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했었을 때. 그러나 엄마의 눈이 점점 나빠져서 실수를 많이 하게 되면서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엄마는 6년동안 일 하던 세탁소를 몇 달전 그만두었다. 한벌에 몇천불이나 한다는 드레스를 고치면서 약간의 실수를 해서다. 드레스 주인은 펄펄뛰었고 세탁소 주인은 말없이 밀린 임금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연세도 있으시고한데 이제 그만 집에서 쉬시지요. 말하자면 쫓겨난 셈이었다.

세탁소 주인의 말대로 엄마는 쉬시지 못하고 있다. 지금 엄마는 한국마켓 부엌에서 일한다. 김치도 담그고 밑반찬도 만들고 김밥도 싸고, 그리고 마켓 직원들의 식사 준비도 하고.

선희는 셀수도 없이 많은 봉투를 일일이 열어서 서류를 하나하나 훑어본 후 식탁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집세, 물세, 그리고 전기세 고지서를 빼고는 모두 정크메일이다. 비어있던 쓰레기통은 삽시간에 선희가 던져 넣은 서류들로 꽉 찼다.

선희가 한 달에 한 번 부모의 집에 들러 하는 일이 바로 오늘같이 서류를 검사하는 일이다. 서너달 전 지금의 직장으로 옮겨가면서 시간을 더 이상 낼 수 없을 것 같기에 은행계좌로 페이먼트를 자동이체 하게 돌려놓았지만 두달만에 취소시켜버렸다. 잔고가 없는 바람에 벌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집 값은 이번 주 금요일 쯤에 보내면 될 것 같고... 오, 그런데 이번 달엔 전기세가 꽤 많이 나왔네?

"네 아버지가 한국방송을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으니까 그럴 거야. 아마 내달엔 물 값도 많이 나올 거야. 선우가 샤워를 자주 해서....."

미친 놈, 하는 욕이 나오는 걸 선희는 꿀꺽 안으로 참는다.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샤워는 매일 하루에 다섯 번씩이지. 하긴 기집애를 홀리려면 몸은 깨끗하게 하고 다녀야 하니까....

"그래서 선우는 어디 있어요, 지금? 제 방에 있어요?"

"이 시간에 걔가 집에 붙어있는 것 봤니. 오후 두세시까지 자다가 저녁에 나가쟎아. 그리고 새벽에 들어오는 걸..... 얘, 그나저나 찌개 다 되었다. 아버지 오시라고 해. 그리고 너도 손 씻어. 같이 저녁 먹자"

선희는 식탁에 던져두었던 핸드백을 집어들고 일어선다.

"아니요. 난 갈래요."

"왜, 너 저녁 안먹었쟎아...."

"아니. 아까 사무실에서 투고해다 먹었어...."

맘 같아서는 갓 지은 쌀밥에 된장찌개를 비벼서 한 그릇 먹고 싶다. 선희는 지금 배가 매우 고픈 상태다. 사무실에서 저녁으로 중국음식을 먹긴했지만 영 시원챦은 것이다. 더구나 식탁엔 잘 익은 총각김치까지 놓여 있지 않은가. 총각김치는 선희가 제일 좋아하는 거다.

그러나 선희는 아버지와 마주 앉아 기분좋게 밥을 먹을 자신이 없다. 아버지와 마주 앉는 게 이제는 불편하고 싫다. 그렇쟎아도 거의 석달동안 계속되는 야근으로 물 먹은 솜 같이 몸이 무거운 선희다. 사실 오늘도 밤 열두시까지 일을 해야했다. 그러나 부모의 서류를 봐주어야 하기에, 늦으면 또 연체료를 물어야 할지모르기에 몸이 아프단 핑계를 대고 일찍 빠져나온 것이다.

"엄마. 집값을 늦어도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내야 해요. 지난번에 가르쳐준대로 그대로 체크 써서 부치란 말이야. 체크 쓸 줄 알죠?"

은행에 잔고는 좀 있어요,하고 묻고 싶지만 애써 선희는 그 말을 도로 삼킨다. 2천 5백불을 가져다 준 게 이달 초다. 중고로 샀던 세탁기가 고장나 고쳐야 한다기에 이 달엔 5백불을 더 보태주었다. 설마 그 돈이 벌써 다 없어졌을려고. 다 써버렸다해도 선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선희의 은행잔고도 이달엔 매우 빠듯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차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4백불을 넘게 썼다.

"글쎄, 해볼께.. 그나저나 너 아무 것도 안 먹고 가서 어떡하니?된장찌개 좀 가져갈래?싸 줄까?"

"국물 흘리게 그걸 어딜 가져 가. 엄마 나 갈께. 나오지 마"

선희는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쪽을 향하며 아직도 텔레비젼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 저녁 식사 다 되었대요."

맘 같아선 아버지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저녁 정도는 이제 아버지가 차려서 드세요. 지금 시간이 몇신 줄 알아요? 열시예요. 열시. 하루종일 부엌에서 물일로 손이 퉁퉁 부은 엄마한테 또 부엌일을 일을 시키고 싶으세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선희는 억지로 참는다. 미국 와 20년동안 살면서 수백번 수천번도 더한 얘기다. 아버지가 들을리 만무하다. 자기를 무시한다면서 되려 화를 낼 것이다. 서로 얼굴 붉히고 언성높히며 싸우는 것도 애정과 관심이 있을 때 얘기다. 어떻게 해서든지 바로 잡아보고 싶고 고치고 싶은 맘이 있을 때. 그러나 선희는 지금 아버지에 대한 정이 손톱끝 만큼도 남아 있지 않다. 낳아주었으니, 혈연이란 끈으로 이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볼 뿐.

문을 열자 싸한 공기가 선희의 코 끝을 파고 들었다. 집안의 그 퀴퀴한 냄새에서 풀려나니 좀 살 것 같아서 선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심호흡을 한다. 냄새가 옷에 배지는 않았나 몰라. 선희는 자신의 팔을 들어 코에다 대본다. 다행히 옷에 배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매일 야근이다보니 빨래가 산더미처럼 밀렸다. 세탁소에 맡겨 둔 옷도 찾으러 갈 시간이 없어서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입고 출근한 옷도 마땅히 없다. 지금 입은 쟈켓도 벌써 삼 일째 연달아 입은 것이다.

드라이브웨이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선희는 문득 어떤 소리를 들은 것 같아 우뚝 걸음을 멈춘다. 뭔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또 뭔가가 깨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악 쓰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선희는 몸을 돌려 집안으로 돌진하려다가 그냥 얼어 붙듯이 그 자리에 서 안으로 귀를 귀울인다.

안 봐도 뻔하다. 지금 선희가 떠나온 집안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의 반찬투정! 일 주일이 멀다하는 아버지의 반찬투정이 시작된 것이다. 아버지는 식탁에 앉자마자 분명 엄마에게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내가 염소야, 토끼야? 고기가 좀 있어야 할 것 아냐! 이따위를 지금 나보고 먹으라는 거야? 이걸 반찬이라고 만들었어? 기집년이 돈 좀 번다고 서방 알기를 개떡으로 알아. 야, 이년아. 너 지금 인간 강호성을 뭘로 보는 거야?

엄마도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던 엄마였다. 여지껏 십원 한 장 벌어들이지 못하고 평생을 놀면서 노름에 폭력에 바람에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아버지였지만 엄마는 큰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엄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부모 복 없는 년이 서방복이 있겠니. 그저 저런 서방 만난 것도 내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지...

그러던 엄마가 언제부턴가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시작하고 대들기를 시작했다. 선우가 강도짓을 하다 잡혀 감옥에 간 후부터였다. 엄마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아들, 사는 이유였던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범법자가 된 후 엄마는 가까스로 잡고 있던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함부로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버지에게 소리 질렀을 것이다. 주면 주는대로 먹지 말도 많아. 반찬투정하고 싶으면 돈을 벌어오던가. 평생을 집 구석에 들어앉아 마누라 등이나 쳐먹는 주제에.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식탁에 놓인 반찬 그릇 몇 개를 들어 엎었을 것이고 엄마의 뺨을 쳤을 것이다. 엄마는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것이고 통곡을 시작했을 것이다.

아아! 지겨워!

선희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불에 덴 듯 황급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뜬다. 그리고 드라이브웨이에 서 있는 자신의 차 문을 열고 들어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싸움이 속히 끝나게 하려면 선희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핸드백에 있는 돈을 얼마라도 집어주면서 아버지를 달래야 했다. 아버지, 왜 그래요. 아버지 혈압하고 콜레스트롤 높다고 엄마가 생각해서 일부러 야채반찬으로만 했구만 왜 어린아이같이 심술을 부리고 그래? 미국엔 고기보다 야채가 더 비싼 것 몰라요? 그러지 말고 어서 저녁 잡수세요. 응? 그러면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궁시렁대며 다시 식탁에 앉을 것이다. 돈을 집어주고 달래는 것. 언제부턴가 싸움이 날 때마다 선희가 아버지에게 사용한 수법이다. 그러나 선희는 그러기가 싫다. 정말이지 그짓을 하기가 이제는 죽기보다 싫다. 육십을 한참 넘어 내일모레 칠십을 바라보는 늙은 남자를 어르고 달래는 일이 역겹다. 이제는 구역질이 나려한다.

무슨 죄가 많아서 내 인생은 이렇게 늘 구질구질하기만 할까....

선희는 다시 머리를 감싼다.

20년 전 선희가 미국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그녀의 나이는 열다섯살이었다. 그때부터 선희는 이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요, 문제의 해결사요, 기둥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은행 어카운트 여는 일도, 아버지 엄마의 영주권 갱신도, 그리고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는 일도 모두 선희의 일이었다. 학교도 선희 혼자 스스로 알아봐야 했고 이민와서 몇 년동안 살았던 아파트의 사소한 문제, 즉 수도꼭지 고장도 선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선희가 없으면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는 집안이었다. 하다못해 오늘같이 엄마 아버지의 싸움의 중재역활도 선희가 해야했다.

선희는 이게 내 운명이려니, 영어 못하고 미국 실정 모르는 부모 둔 죄려니, 미국서 학교다녀 영어 좀 잘 하려는 죄이니, 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지금까지 그 일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겹다. 지겹고 또 지겹다. 누가 죽든 죽어서야만, 이 세상에서 셋 다 없어져야만 풀려날 것 같은 굴레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만사가 귀찮은 선희였다. 얼른 집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다음 그저 아무 생각없이 푹 자고 싶은 생각뿐. 그러나 하루종일 부엌에 서서 온갖 힘든 일을 다하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는 고사하고 욕설만 구정물 뒤집어 쓰듯 뒤집어 쓰고 부엌 바닥에 앉아 울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도저히 그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지옥같은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아버지와 악다구니를 칠 생각을 하니 끔찍하고 막막하다. 그래서 선희는 마냥 운전석에 앉아 있다. 멍하니 앞만 보고. 마치 넋이 나간 여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