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1월.
주인 여자와 정옥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아이를 낳았다. 주인 여자도 정옥도 딸이었다.
정옥이 낳은 아이가 자신과 같은 딸임을 알자 주인 여자는 혀를 찼다.
"난 딸을 낳았다만 자네만이라도 아들을 낳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기야 딸이든 아들이든 기뻐해 줄 에비가 있어야지...."
간호원이 보자기에 쌓인 아이를 데리고 와 정옥에게 보여 주었다.
빨간색 피부의 아기는 아버지도 없는 세상에 자기를 내놓은 엄마가 보기도 싫다는 듯 눈을 뜨지 않은 채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아이를 임신 한 채 별별 일을 다 겪었고 제대로 얻어 먹지도 못했는데도 다행히 아이는 건강한 것 같았다.
아이를 보자 한동안 가슴 속에만 접어두었던 영준 생각에 정옥의 가슴이 젖어왔다.
영준씨가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으로 가관이다. 앞으로 이 두 것들을 어떻게 키울꼬."
병원에서 퇴원해 데리고 온 정옥의 아기를 주인 여자의 아기랑 나란히 눕혀놓자 주인 여자는 기가 찬다는 듯 허허, 하고 웃었다.
"아저씨는 다녀가셨어요?"
정옥은 주인 여자가 낳은 아기 아버지의 태도가 궁금해 조심스레 물었다.
정옥이 옆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와 주인여자의 몸을 탐하던 남자. 절정에 이를 때면 비명처럼 '아들 낳아라! 아들 낳아라!'하고 소리를 지른곤 했었다.
정옥의 물음에 주인 여자가 픽 웃었다.
"그 인간? 몸조리 하라면서 수표 한 장 던져주고 지금껏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들만 낳으면 가게 하나를 차려주겠다는 그 인간의 약속을 처음부터 난 믿지 않았으니까 아쉬울 것도 없지만 좀 괘씸은 하네,그려. 차라리 잘 되었지 뭐. 이 아이는 내 아이니까 내가 잘 키울 거야.
주인 여자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가 서렸다.
"그나저나 큰일은 큰일이다. 이 두 아이를 키울 일이...."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으로 큰 일이었다.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키고.... 한 사람이 하루 온종일을 두 아이 옆에서 붙어 있어야 했다.
다행히 정옥의 아이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잘 아는지 순하고 착했다. 배가 부르다 싶으면 벙긋벙긋 혼자 웃으며 놀거나 잠을 잤다. 어떤 땐 잠시도 깨지 않고 하루종일 잠만 잘 때도 있어 혹시 죽었나 싶어 정옥이 기겁을 하고 아이를 건드려 볼 정도였다.
"아이 이름을 지어 주어야지. 에비가 없다고 이름까지 없어서야 쓰겠나."
어느날 주인 여자가 동네 작명가한테 지어왔다며 서너개의 이름을 내밀었다.
"뭘로 할래? 내가 보기엔 순아가 좋겠다만. 아이가 워낙 순하니까 말이지"
정옥은 아이 이름을 '순아' 라고 붙였다. 순하고 착한 아이에게 딱 맞는 이름이라고 정옥은 생각했다. 그러나 정옥은 이름은 그렇게 붙였으되 아이가 자신과는 다른 씩씩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주길 바랬다.
순아야. 너는 절대 기죽어 하지말고, 참지도 말고 할 말은 해가면서 살아다오. 너무 순하고 착하기만 하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고 고달프단다......
자기가 너무 순하고 물러터졌기 때문에 남한테 단 한 번도 싫은 소리 못하고 당하고만 살아왔으니 딸만은 절대 자신의 전철을 밟지 말아 달라고 정옥은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소망했다.
은재라고 이름붙여진 주인여자의 아이는 순아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까탈스러웠고 짜증이 무척 많았다. 낮잠 한 번을 푹 자지 않고 거의 온종일을 칭얼대었고 겨우 힘들여 좀 재웠나 싶으면 단 10분을 넘기지 않고 다시 깨어서는 울고 보챘다. 밤에 역시 깊은 잠을 잘 자지않고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어서 정옥을 힘들게 했다.
주인 여자는 젖이 잘 돌지 않았지만 정옥은 마른 몸에 비해 젖이 많았다. 정옥은 은재에게는 자신의 젖을,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는 우유를 먹여야 했다. 우유병을 물리면 은재는 불에 덴 듯 울어댔고 그에 비해 순아는 우유든 뭐든 잘 먹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젖마저 딸에게 먹이지 못하고 있는 힘과 정성을 다해 은재를 돌보는데도 늘 은재의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자 주인여자도 정옥에게 가끔 짜증을 부렸다.
"뭐가 제 뜻에 맞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잘 좀 돌봐라"
어떤 때 은재는 서너시간을 단 한 시도 그치지 않고 숨이 넘어가도록 울어재낄 때도 있었다. 안아 줘봐도 업어 줘봐도 우유병과 젖을 번갈아 가며 입에 물려줘봐도 소용없이 울어대는 은재 때문에 정옥의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 갈 때가 많았다. 하루종일 두 아이를 돌보고 아이가 잠깐 자는 틈을 타 빨래를 해 널고 식사준비를 하며 동동거리는 나날이 2년 반 넘어 계속되었다.
그 사이 두 아이도 무럭무럭 컸다.
은재는 여전히 카탈을 부리며 정옥을 힘들게 했지만 정옥은 어느덧 카탈스런 아이를 돌보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순아 에비가 참 잘 생긴 남자였었나보네. 순아의 저 오똑한 코와 이마 좀 봐. 이제 세 살 난 아이의 얼굴이 어쩌면 저렇게 반듯하게 잘 생길 수 있을까. 귀티가 줄줄나네 그랴. 아무리 봐도 에미얼굴은 아니고 에비를 닮은 것 같은데....."
어린 순아의 얼굴은 벌써 균형이 잡혀가고 있었다. 주인여자의 말대로 순아의 얼굴은 정옥의 그것과는 달랐다. 날이 갈수록 영준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 곧고 길쭉한 다리도, 깊고 서늘한 눈빛도, 그리고 뭉특한 엄지손가락까지 영준을 똑같이 닮고 있었다.
은재때문에 잘 얻어 먹지도 못하고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으면서도 병치레 한 번을 하지 않고 토실토실 살이 오르며 커가는 순아를 볼 때마다 정옥은 눈이 부셨다.
고맙다, 내 딸아. 정말 고마워.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고 잘 커 줘서 너무 고맙다....
그러나 운명이란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 정옥에게는 자신의 딸이 커가는 걸 지켜보며 기뻐할 수 있는 작은 행복마저 허락이 되지않았다.
봄볕이 따뜻한 어느 날이었다.
정옥은 그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울며 보채는 은재를 달래느라 진을 빼고 있었다. 온갖 짓을 다 해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은재를 들쳐업고 정옥은 집을 나섰다. 날씨가 아직은 조금 찼지만 바람을 쐬면 아이가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동네를 한바퀴 도는 동안 정옥의 생각대로 은재는 울음을 그쳤고 곧 정옥의 등에서 잠이 들었다.
은재때문에 제대로 한 번 업어주지도 못하는 순아생각에 마음 아파하며 집으로 돌아온 정옥은 가게 방 문앞에 남자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걸 보았다.
정옥은 직감적으로 그 구두가 은재의 아버지 것임을 알아차렸다.
정옥은 방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렸다.
3년이 되도록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사람이 웬일일까...
그때 갑자기 방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중년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그는 정옥을 보더니 반색을 했다.
"아이구, 우리 은재가 왔구나. 어디 좀 보자, 내새끼!"
포마드 기름 냄새가 역한 남자는 정옥의 등에 업힌 아이를 강제로 빼앗듯이 안아 올렸다 그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와아, 하고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는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었다.
"예쁜 내새끼. 그동안 곱게 잘 컸구나. 이 에비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었지? 이제부터 내 너를 공주처럼 대접해 키워주마."
남자는 몸부림치며 우는 아이를 몇 번 더 얼르더니 도로 정옥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그때까지도 방안에 잠자코 앉아서 남자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주인 여자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그럼 그리 알고 갈터이니 준비를 하도록 혀.이 가게는 헐값에 넘겨버릴테면 넘겨버리라고. 하도 낡은 가게라 제 값주고 사려는 위인이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니 누구든지 사겠다고만 하면 무조건으로 팔아버리라고...."
험험, 하고 헛기침을 두어번 하며 남자가 떠났다.
발악하며 우는 은재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스웨타를 겉어 올리는 정옥의 가슴이 후들후들 떨렸다. 정옥의 가슴이 불안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옥은 좁은 방 한켠에서 자기 발가락을 만지며 놀고 있는 순아를 바라보았다.
가게를 팔다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우리순아와 내가 다시 갈 곳이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남자를 배웅하러 나갔던 주인 여자가 방으로 들어 와 앉더니 말없이 순아를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 은재 돌보느라 고생이 참 많았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울어대던 은재는 정옥의 젖을 물고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쳤다. 은재를 다시 고쳐 안던 정옥의 손이 가늘게 흔들렸다.
"자네도 이제 자네 갈 길을 찾아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네.
"........."
"은재 아버지가 몇 달 전에 상처를 했다는구만"
"........."
주인여자는 자신의 품에 안긴 순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은재 낳고나서 그 인간이 내게 한 소행으로봐서는 단번에 그의 청을 거절했어야 하지만 은재를 봐서 그럴 수가 없었네. 그냥 그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은재에게 아버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은재가 유달리 까탈을 부리는 게 제 아버지 냄새를 못맡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은재를 볼 때마다 내 맘이 영 편치가 않았지. 하긴 순아는 아버지 없이도 순하게 잘 크고 있긴 하지만...아마 이 가게는 곧 팔리게 될거야. 그동안 우리 은재 키우느라 애썼으니 수고비는 좀 주겠어....."
".........."
"이제 자네도 이제 뭔가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할텐데 말이야. 아직도 젊은데 언제까지나 남의 집이나 전전하고 다니겠나. 그래서 말인데 순아를 고아원에 데려다 주는 게....."
"안돼요!"
주인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옥이 소리쳤다. 3년 가까이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주인여자의 말에 그 어떤 대꾸나 토를 달아보지 않았던 정옥이었다.
정옥은 쏟아지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주인여자에게 완강하게 말했다.
안돼요. 순아는 내 아이예요. 내가 키울거예요.....
주인 여자는 정옥의 반응에 약간 낯색을 붉히는 것 같더니 그녀 역시 완강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아이와 헤어지고 나서의 아픔은 잠깐이야. 이제 앞으로 뭘 먹고 살래? 아이를 데리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하다못해 남의 집 식모살이도 아이가 없어야 하지, 안그래?"
정옥은 두 손을 뻗어 주인 여자의 무릎에 앉아 있는 순아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순아가 걱정스런 얼굴로 정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깊고 서늘한 눈이었다.
내 불쌍한 딸아. 마음놓고 내 품에 한번 안겨보지도 못한 불쌍한 내 딸아!
"고집 부리지 말고 잘 생각해. 아이를 위해서도 그게 더 좋은 방법인지도 몰라. 막말로 자네같은 엄마 밑에서 순아가 장차 무엇으로 크겠나? 자네가 그 꼴인데 순아 공부나 제대로 시키겠냐구?"
".........."
정옥의 고개가 한없이 밑으로 떨구어졌다. 떨구어진 고개 밑으로 눈물이 한강을 이루며 흘러내렸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고아원으로 보내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은재 아버지가 잘 아는 고아원이 있대. 외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아이를 양자해 가는. 운이 좋으면 순아도 좋은 양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테고 말이야. 떠돌이 엄마 밑에서 고생하며 크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아?"
".........."
"내가 딸년이 다섯이나 드글드글한 곳에 재취로 들어가는 이유가 뭐겠어? 고생문이 훤히 열린 게 불 보이듯 보이는데도 제발로 걸어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지. 우리 은재, 아버지 밑에서 잘 크게 하려는 것. 마찬가지로 자네가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하네. 순아의 미래를 위해서 마음이 아프더라도....."
"순아야아!"
정옥이 마침내 창자를 끊어내는 듯한 통곡을 쏟아내며 방바닥으로 엎어졌다. 그 바람에 정옥의 품에서 젖을 빨던 은재가 다시 불에 덴 듯 울기 시작했다. 주인여자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엄마 저어기 화장실가서 쉬이하고 금방 올테니까 여기 선생님하고 잠깐만 놀고 있어, 알았지? 아유, 우리 순아는 참 착하기도 하지....."
"어,어엄마아....."
아이는 평소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정옥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평소엔 정옥에게 안기려 들다가도 '순아야, 은재부터 우선 안아주고. 은재는 순아보다 언니니까 먼저 안아줘야 하거든. 알았니?' 하고 타이르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금방 물러나던 아이였다. 비록 말 못하는 어린아이였지만 자기보다는 은재가 항상 우선이라는 것을 눈치로 아는 것 같았다. 혼자 방구석에서 손가락을 빨며 놀지언정 그동안 단 한 번도 그것을 가지고 투정을 부리거나해서 정옥을 힘들게 하거나 속상하게 하지 않던 순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순아는 정옥이 자신을 떼놓고 가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작고 연약한 손가락으로 정옥의 앞섶을 꽉 잡고는 놓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고 있었다. 정옥이 억지로 떼어 놓았다 싶으면 순아의 손가락은 어느새 달려들어 정옥의 스웨터 자락에 늘어붙어 있는 거였다.
떼어 내면 달려들고 떼어 내면 달려드는 순아의 손가락. 그 손가락을 다시 떼어 놓으며 정옥은 장차 자기는 천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것을 팽겨쳐 놓고 나 혼자만 살아 보겠다고 돌아 서다니... 짐승도 제 새끼는 우선으로 돌본다던데....아아, 하나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아이는 우리가 잘 보살필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
다시 달려든 순아의 손가락을 차마 뿌리쳐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정옥을 딱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고아원 직원이 말했다. 선하게 생긴 사십대 중반의 사내였다. 그는 정옥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순아를 번쩍들어 자신의 가슴에 안았다.
아이는 직원의 품으로부터 정옥에게 다시 건너오겠다는 몸짓으로 팔다리를 버둥대더니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몸부림치며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정옥의 가슴은 천갈래만갈래로 찢겨지고 있었다.가슴깊은 곳으로부터 피멍이 들고 있었다.
순아야아! 내 딸 순아야아!
"걱정 마세요. 아이가 예쁘게 생겨서 어쩌면 바로 양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아이 이름은 순아, 순아이구요....나, 나이는......"
"예, 미리 다 알고 있습니다. 너무 염려마시고 어머니는 그만 가 보도록 하십시오"
정옥은 자리에서 일어 섰다.
"선생님, 저희 아이, 부디 잘 키워주세요. 못난 엄마를 만난 죄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젖 한번 배불리 얻어먹지 못하고 큰 아이입니다. 저도 제 딸이면서도 맘놓고 제대로 한번 안아줘 보지도 못했어요.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거든요. 이렇게 제 품에서 억지로 떼어내게 될 줄 모르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형편이 되면 그때 못다준 정을 다 주려고 했었어요. 우리 아이, 불쌍한 우리 아이, 제발 잘 키워 주세요.이 못난 엄마 대신해 부디부디 잘 키워주세요......."
정옥이 몸을 돌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커졌다.
"어엄마아~어엄마아~...."
정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순아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으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안아보고 싶었으나, 그렇게하면 다시는 발걸음을 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정옥은 이를 악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복도를 빠져 나올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의 질긴 울음소리가 날아와 그대로 자신의 뒷통수에 늘어 붙는 것만 같아 정옥은 귀를 막았다. 정옥은 흐느끼고 또 흐느꼈다.
미안해 순아야.....
눈물이 앞을 가려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할 수가 없었지만 정옥은 그냥 앞만 보고 휘청휘청 걸으면서 속으로 말했다.
순아야. 부디 잘 자라거라. 그리고 이 나쁜 엄마를 용서해다오. 정말이지 엄마도 어쩔 수 없었단다.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