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자

에릭은 자신의 서재문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수연이 방금 내려 준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 에릭은 스탠드의 불을 켜고 의자에 파묻히듯 앉았다.

창 밖에는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창을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에릭은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듯 잡았다. 따뜻한 커피잔의 온기를 느끼겠다는 듯이.

희미한 스탠드의 불빛을 받은 에릭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에릭은 지금 며칠 전에 새로 맡게 된 사건에 대해 생각중이었다.

'흠, 아무래도 쉽지 않겠는 걸......'

에릭이 이번에 맡은 일은 억만장자의 이혼이었다. 부동산으로 단 몇 년안에 억대 부자가 된 중국인 부부였는데 에릭은 남자쪽의 의뢰를 맡게 된 것이었다. 이혼사유는 부인의 바람이었다. 다섯 살이나 어린 비서와 눈이 맞은 것이었다.

문제는 둘 사이에 있는 세 살난 쌍둥이 딸이었다. 둘은 양육권을 놓고 단 한치의 양보나 타협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부인은 재산도 양육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남자 쪽은 재산은 나누어줄 수 있으되 양육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었다.

지금 에릭이 신경쓰고 있는 문제는 남자가 대학시절에 두 번의 폭력전과가 있다는 점이었다. 여자 쪽에서는 이 약점을 물고 늘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에게 폭력전과가 있다는 걸 알고도 결혼했었으며 5년동안 여기에 단 한번도 문제제기를 한 적 없으면서 막상 이혼에 이르자 이것을 약점으로 남편의 목을 죄어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에릭은 길게 숨을 내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다시 창쪽으로 의자를 돌려앉았다.그의 눈은 창밖을 향해 고정되었다. 창에는 빗물이 쉬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혼법 전문 변호사인 그의 별명은 독사였다.

미국인으로서는 조금 작고 옆으로 길게 그어진 듯한, 그리고 전혀 감정을 들어내지않는 차가운 눈빛이 독사의 눈을 연상시키는 것이 그런 별명을 얻게 하는데 일조를 했지만 무엇보다 에릭은 사건을 두고 일을 할 때는 독사같은 면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민첩하고 치밀했다. 그리고 냉철하고 독했다. 아무리 힘든 사건이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승부는 그의 것이었다. 그런 그의 일에 대한 근성은 이혼법 변호사로 입문한지 단 몇 년만에 일약 유명변호사로 명성을 얻게 하는데 충분한 것이었다.

에릭은 부부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않는 사람이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수 년, 수십 년 인연을 같이 해왔던 사람들이 돈 앞에서,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얼마나 추악하고 이기적으로 돌변하는지 에릭은 지난 7년동안 너무나 많이 보아왔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에 터키를 구워 같이 식탁에 들러 앉았던 사람들인지, 아이의 생일날 같이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잘랐던 사람들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증오하면서 단 한푼이라도 더 재산을 챙겨가려고 기를 써대는 것이다.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있었을 때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혼을 앞에 둔 그들은 서로 적이었다. 적도 아주 지독한 적이었다. 증오로 이를 갈면서 어떻게하면 상대방을 더 할퀴고 더 큰 상채기를 낼 수 있을까 눈을 희번득거리는.

그의 아내 역시 그랬다.

에릭과 결혼 한 후 한 일이라곤 매일 쇼핑다니며 사치품만 사들인 게 다였다. 그리고 노름에 빠져 많은 돈을 탕진했으면서도 막상 이혼을 하게 되자 에릭이 가진 재산의 거의 다를 원했다.

에릭은 앞으로도 변호사로 활동해 고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자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던터라 돈을 벌 줄 모른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에릭과 사이에서 난 두 아이에게 별 애정도 없으면서 양육권을 주장한 것은 양육비를 더 타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에릭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혼법을 전문으로 하면서 만난 수백명의 사람들은 거의 대동소이했다. 거의가 한결같이 상대방에게서 돈을 더 타 낼 욕심으로 아이들을 이용하려 들었다.

"아이들은 내 목숨이나 다름없어요. 어쨌든 아이들은 내가 맡아야 해요"

그렇게 말하는 우아하고 점쟎은 이면에는 탐욕스럽고 추악한 욕심이 켜켜로 쌓여있다는 걸 에릭은 너무나 잘 알았다. 아이는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짓도 수단과 방법도 동원할 수 있는 게 그들 '부모'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단 한사람은 예외였다. 바로 수연이었다.

에릭은 커피잔을 책상에 올려 놓고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리고 그는 수연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수연은 에릭이 이혼법 변호사로 입문하고 나서 만난 세 번째의 손님이었다.

에릭은 수연의 처음 모습을 생각하며 입가에 빙그레 미소지었다. 에릭이 수연을 생각할 때는 언제나 다정스런 미소가 피어오른다.

'수연은 그때 비에 젖은 한 마리의 작은 새 같았지......'

비에 흠뻑 젖어 오들오들 떠는 연약하고 가엾은 새. 오갈 데 없고 기댈 데 역시 없는 길 잃은 어린 새.

당시의 수연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을 뿐 만 아니라 한국말도 조리있게 잘 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에릭의 친구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찾아내 통역을 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허둥지둥 누군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불안하고 초조해했다.

상처가 깊구나.

에릭은 그런 수연의 모습에서 깊은 세월을 두고 켜켜히 쌓여진 슬픔과 고통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학대받아온 여자의 심성이 그렇게 망가지고 피폐해질 수 있다는 걸 에릭은 그때 알았다.

"사랑해서 결혼했어요. 그래서 미국까지 따라왔지요.그런데......"

수연의 전 남편은 중증의 바람끼가 있는 남자였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여자를 쉽게 갈아 치우는 남자라고 했다.

수연의 남편은 특별한 직업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로우 스쿨에 1년 다니며 이민법을 공부한 게 최종학력이었지만 그는 그때 얻은 지식을 밑천으로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하는 일이란 신분문제 때문에 애태우는 사람들을 접촉해 서류를 꾸며주는 일이었는데 얼마나 법을 교묘하게 이용을 잘하는지 그의 손을 거치는 사람은 거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쥐게 만든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한국사회에 잘 알려져 있었다. 고로 그에게는 일을 맡기는 사람도 많았고 따르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가 만난 사람이 젊고 예쁜 여자일 경우에는 예외없이 호텔로 직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연은 6년의 세월을 잘 참아냈다고 한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언젠가는 아이의 따뜻한 아빠로,성실한 가장으로 변하겠지.

그러나 남편의 바람기는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는 한국에서 잠깐 다니러 온 사촌 동생까지 건드리고 말았다고 한다.

수연은 남편과 사촌동생의 정사장면을 정통으로 목격했다고 했다. 

"더 이상은 저도 참을 수가 없어요. 정말이지 더 이상은......."

수연이 에릭의 사무실을 찾아오게 된 것은 양육권때문이었다.

수연은 그때 말했다.

단 한푼의 재산도 바라지 않는다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오직 네 살난 아들 뿐이라고. 공중 화장실의 두루마리 휴지 갈아치우듯 하루가 멀다하고 여자가 바뀌는 남자에게 자신의 목숨같은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에릭은 그 말을 할 때 수연의 눈에 강하게 어리는 증오와 분노를 보았다. 남편에 대해 얘기를 할 때는 더할 수 없이 무기력하고 허탈해 하다가도 아들 얘기만 하면 눈에 반짝 생기가 도는 수연에게서 진정한 '모성애'가 어떤 건지를 에릭은 보았던 것이다.

수연이 가진 그 모성애는 한 푼이라도 돈을 더 타기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은 냉정했다. 양육권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모성애'만 주장해 가지고 획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4대 독자라는 수연의 남편은 수연의 무능력과 우울증을 이유로 수연에게 절대로 아이의 양육을 맡길 수 없다고 거세게 대항했다. 그는 한국의 어머니를 모셔다가 아이를 맡겼으면 맡겼지 영어도 못하고 직업도 없고 중증의 우울증으로 정신과 의사를 찾은 경력까지 있는 여자에게는 아이를 줄 수 없다고 맞섰던 것이다.

'지금만 같아도 무슨 수를 써서라고 수연을 이기게 할 수 있었을텐데.......'

7년 전. 에릭이 수연의 사건을 맡았을 당시 에릭은 마악 이혼변호사로 입문할 당시였었다. 지금같이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한 강력하고 끈질긴 근성이 생성되기 전이었다.

그는 거의 10년동안 특허법만을 다룬 변호사였다.

특허법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었다. 일반인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특허법이니만큼 의뢰인이 많지 않아 일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사건을 맡는다해도 기업을 상대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료수집도 많이 해야했고 연구와 공부도 많이해야 했다. 그리고 특허법에 관련된 일은 독단적으로는 일을 처리 할 수가 없어 공동으로 일을 진행해야 했다. 몇 달, 혹은 몇 년을 한 사건만을 위해 로펌에 근무하는 전 특허법 변호사들이 달려들어야했다. 남들과 타협할 줄 모르고 자기편향적인 성격을 가진 에릭에게 여러사람이 같이 공동으로 일해야 하는 특허법은 잘 맞지가 않았다. 걸핏하면 동료들과 의견충돌도 생겼고 대립이 생겼다.

그는 같은 법률사무실에 일하는 이혼법 변호사를 통해 이혼법이 '돈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혼법에 대해 다시 치열하게 몇 년 공부를 한 후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이혼법 전문변호사가 되었다.

여러동료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특허관계일과는 달리 혼자서 독단적으로 해결하는 이혼법은 에릭같이 남다르게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남자에게 잘 맞았다. 그래서 그는 하루가 다르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뭐해요?"

문이 열리며 수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커피 더 줘요?"

"아니.됐어"

에릭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수연의 허리에 팔을 둘러 자기쪽으로 끌어당긴다. 나긋나긋하게 안겨오는 수연의 몸. 아, 오늘은 일이고 뭐고 그냥 다 접어두고 이 여자를 안은채 그냥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나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려구요.비가 와서 그런지 영 몸이 찌푸드하네요"

"음,그렇게 해...."

"당신은요?"

"난 일이 많아"

"그냥 나랑 같이 자러들어가면 안돼요? 일은 내일 하고......."

수연이 왜 혼자 침실로 가려하지 않는지 에릭은 잘 안다. 자기가 혼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에릭이 깨어서 일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 그러는 거다. 이 여자는 항상 이렇다. 끊임없는 사랑과 넘칠 듯 한 애정을 주어도 늘 이렇게 눈치를 보는 것이다. 에릭은 그게 안타깝다. 이 여자는, 이 가엾은 여자는 언제쯤이나 내 아내로서 당당해질까.

에릭은 자신에게 안겨있는 수연의 몸을 다시 한번 세차게 끌어안았다.

"걱정말고 들어 가 자요. 나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수연은 욕조 하나가득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리고 향좋은 입욕제를 풀어넣었다. 뿌연 김이 서린 거울에 얼굴을 한번 비춰 본 수연은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는다. 가운 속에서 드러난 수연의 몸.이제 마악 사십줄로 들어찬 여자의 몸답게 약간의 군살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몸이다. 수연은 두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쓸어 잡아본다. 두 손 한가득 물컹한 살이 잡힌다.

아이고, 이 지겨운 똥배,이 똥배만 없어도 그런대로 쓸만 하겠구만.......

젖이 잘 안 나와서 우유를 먹여 아이를 키워선지 가슴은 아직까지 처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자연분만으로 아일 낳았기 때문에 배에 끔찍한 흉터도 없다. 피부도 우윳빛으로 희고 매끄러운 편이다. 문제는 아무리 윗몸일으키기를 하루에 이백번 이상씩 해도 없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늘어붙어 있는 아랫배인 것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면 더 나온다던데....

수연은 풍덩 소리를 내며 욕조로 들어 간다. 물은 조금 뜨거운 듯 했다. 그러나 수연은 아랑곳 않고 물속을 헤치고 몸을 뉘었다. 몸을 눕혀서 그런지 심술맞은 노인네 볼따구같이 튀어나와 있던 아랫배가 조금은 들어가 보인다. 그러나 일어서면 그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튀어나올 곳이다.

에고, 어쩔 것이여. 늙어서 그런걸.....그런데, 그런데 이 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하는 놈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야.......

수연은 쟌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의 깊고 서늘한 눈빛을 생각해 본다. 평소의 쟌의 눈은 눈빛은 늘 깊고 서늘했었지만 오늘 낮에 자신을 쳐다볼 때의 눈은 뜨겁고 강렬했었다. 그 눈빛으로 쟌은 수연을 한동안 쳐다보았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었다.

"당..당신은 여지껏 제가 찾아 헤매던 이상형이예요...."

수연은 피식 웃었다.

아이구. 망할 놈 같으니. 농담할 게 따로 있지. 늙은 여자 놀릴 일 있나. 이상형같은 소리하고 있네.

수연은 손을 뻗어 욕조 가장자리에 놓은 잡지를 집으려다 문득 그 말을 할 때 쟌의 목소리가 떨렸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했다.

" ! "

그의 목소리는 분명 떨렸었다.

만약 그가 농담을 했다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면 그렇게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을 거라는데 수연의 생각이 미친 것이다.

수연은 집으려던 잡지 대신 쥬스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쥬스를 한모금 꿀꺽 마셨다.

혼란스러워 오는 걸 느끼며 수연은 마셨던 쥬스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물을 퍼올려서는 얼굴을 벅벅 씻었다.마치 혼란스러운 머리를 씻어내겠다는 듯이.

 

에릭의 손이 수연이 입은 얇은 잠옷을 헤치고 들어왔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손은 부드러웠다. 그의 부드러운 손은 수연의 헤엄치듯 수연의 몸을 거슬러 올라와서 가슴께에 가서 멎는다. 그리고 수연의 말랑말랑한 유방위에서 한참동안 원을 그리며 머무는 것이다.

"당,당신 할,할 일이 많다고 했쟎아요......."

수연은 가빠지는 숨을 느끼며 에릭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침대 옆에 놓인 스탠드 불빛이 방금 목욕을 마친 수연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뜨거운 물에 한참을 익어선지 봉숭아 빛이다.

"뜨거운 물에 담구어졌다 나온 당신의 섹시한 몸을 옆에 두고 내가 어떻게 일을 해?"

가슴을 애무하던 에릭은 손이 수연의 팬티속으로 들어갔다.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몸을 움츠린다.

"부끄러워하기는......."

에릭은 자신과 결혼한지 6년이나 되었으면서도 잠자리를 할 때마다 소녀처럼 구는 수연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에릭은 수연의 몸에 걸쳐져 있는 팬티를 벗겨내고 몸을 굽혀 볼록 나온 아랫배에 입맞추었다. 수연이 자신의 몸중에서 최고의 결점으로 여기는 아랫배마저 에릭에게는 사랑스러운 것이다. 에릭의 입술이 아랫쪽으로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연의 숨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에릭의 입술은 수연의 두 다리 사이에서 한참동안 머물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천천히 수연의 몸위로 올라갔다.

수연은 두 팔을 뻗어 오십 여덟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단단한 에릭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렇다. 에릭은 수연보다 열 여덟살이나 많은 오십 여덟 살이다. 오십 여덟살이나 먹은 늙은 남자인 것이다. 그러나 수연의 몸위에 있는 에릭의 몸은 거 어딜 봐도 오십 여덟살의 남자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군살이 없고 미끈한 그의 몸은 바위처럼 강인해 보였다. 수연은 자신의 두 다리를 들어 에릭의 등을 휘어 감았다. 동시에 에릭의 몸이 앞뒤로 천천히,그러나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연의 입에서 곧 뜨거운 신음이 토해져 나왔다.

"당..당신을 사랑해요..아아,사..사랑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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