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

수연의 집을 나온 에이미는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한적한 동네 길 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그녀는 백미러를 조정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유성 마스카라를 써서 그런지 아까 조금 울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주위는 아무 번짐없이 말짱한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이미는 핸드백의 손거울을 꺼내 다시 꼼꼼하게 얼굴을 점검했다. 그리고나서 옅은 핑크색 립그로스를 입술 위에 살짝 덧바른다. 도톰하고 윤곽이 뚜렷한 에이미의 입술이 두어번 스쳐바른 립그로스로 인해 반짝반짝 윤기가 나면서 생기가 돌았다.

흠 이만하면 됐어.

에이미는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한 번 백미러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본다. 그리고나서 핸드백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확인해 본 후 차를 출발시켰다.

에이미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쟌의 아파트이다. 얼마전 새로 지은 회사 근처의 아파트. 출,퇴근길에 오며가며 보아오던 아파트라 찾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고 에이미는 중얼거렸다.

에이미가 하루종일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당사자들을 찾아 일단은 확실한 대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이미가 짐작하기에 수연과 쟌의 사이는 90%가 연인의 사이,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에이미는 자신의 눈으로, 그리고 귀로 100%인지 아닌지를 확신하고 말아야겠다는 오기를 느꼈다. 그리고나서 어떤 조치를 취해도 취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수연의 집을 찾아간 것이다.

수연을 만나러 가기 전 에이미는 자칫하면 그녀와 한 판 붙어 볼 작정까지 했다.

당신이 양심이 있는 여자라면은, 당신이 상식과 도덕을 갖춘 여자라면, 자기보다 열 네 살이나 어린 남자를 꼬드겨서 사랑놀음을 할 수 있느냐, 더구나 결혼까지 한 여자가, 하고 모욕과 창피를 주면서 수연에게 따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말도 꺼내기도 전에 울음이 먼저 복받쳐버린 것이다.

참 이상하다,하고 에이미는 오른쪽으로 길을 꺾으며 생각했다.

남자 때문에 울다니,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남자들이 에이미 때문에 울었으면 울었지, 남자들이 에이미 때문에 가슴 아파했으면 했지 에이미의 사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런데 지금 에이미는 쟌 생각만 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그 잘 생기고 멋진 남자의 사랑을 받지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깊고 서늘한 눈의 소유자가 에이미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저만치서 아파트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에이미는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냥 부딪쳐 보는 거야.

쟌을 만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따위는 지금 에이미에겐 없었다. 퇴근 후 수연의 집을 찾을 때까지만해도 당연히 계획이 있었다. 수연에게 그러할 계획이듯이 쟌에게도 단도직입적으로 따지고 물어 볼 생각이었다. 지금 당신은 여자가 없어 자신보다 나이가 열 네살이나 많은 유부녀에게 마음을 주고 있냐고 말이다 .

그러나 지금 에이미에겐 그런 마음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 에이미가 간절히 원하는 건 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냥 그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

에이미는 아파트 입구에서 차를 멈추고 핸드백에서 종이를 꺼내 아파트 홋수를 확인했다.

207호.

쟌의 방은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진입로 왼쪽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에이미는 비어있는 한 공간에 차를 주차시켰다.

벽에 붙은 금속으로 된 아파트 홋수와 핸드백에서 꺼낸 종이의 글자를 확인해보던 에이미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두꺼운 커튼이 내려진 쟌의 아파트 방의 불이 꺼져 있는 것이다.

에이미는 차 안에 붙은 시계를 보았다. 빨간 색 숫자는 9시 6분을 가리키며 명멸하고 있었다.

이 늦은 밤에 이 남자는 어딜 갔을까.

실망 때문에 온몸의 힘이 다 빠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에이미는 잠시 차 안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차를 돌릴 준비를 했다.

그때 에이미는 저 멀리서 천천히 뛰어오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건장하고 큰 키의 실루엣으로 봤을 때 그는 쟌 같아 보였다.

에이미는 얼른 차 시동을 끄고 다가오고 있는 남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흰색의 헐렁한 반바지와 역시 같은 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남자는 에이미의 차 앞 근처에서 뛰기를 멈추었다.에이미가 짐작했던대로 그 남자는 쟌이었다.

쟌은 아파트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긴 다리를 쭉 뻗어서 걸치고 스트레칭을 했다. 땀에 젖은 셔츠가 몸에 딱 붙어서 탄탄한 상체의 윤곽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는 것을 에이미는 보았다.

에이미는 자신도 모르게 아,하고 가볍게 탄성을 올렸다.

차 안에서 에이미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몸을 뻗어 5분여동안 스트레칭을 하던 쟌은 자신의 아파트 방 앞에서 허리를 숙여 매트 밑에서 열쇠를 찾아들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는 안으로 사라졌다.

에이미는 차 열쇠를 빼서 핸드백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보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단숨에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아파트에 도착하고 보니,그리고 쟌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서 보고나니 그를 맞닥뜨릴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쟌의 방에 불이 켜지고 그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희미한 그림자로 커텐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 에이미는 그냥 앉아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에이미는 결심한 듯 백을 집어들고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하이힐 소리가 나지않게 조심스레 걸어서 쟌이 들어 간 방문 앞에 섰다. 에이미는 그 앞에서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쥔 손 등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문이 열린 건 1,2분이 지나서였다. 누구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쟌은 문을 열어제치고 고개를 내미는 것이었다. 에이미의 모습을 확인한 쟌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에이미?"

방금 샤워를 한 듯 웃통은 벗은 채 반바지만 걸치고 젖은 머리칼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는 남자, 에이미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에이미? 에이미가 여긴 웬일이야?"

에이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글쎄,내가 여긴 뭐하러 왔을까?

"일단은 들어 와요.바람이 차...."

쟌은 에이미가 들어올 수 있게 몸을 비틀어서 길을 내주었다. 에이미는 순순히 쟌이 권하는대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앉겠어요?"

에이미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이번에도 순순히 쟌이 권하는대로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무릎에 얌전히 손을 놓은 채 방안을 둘러보았다. 에이미의 눈에 비친 쟌의 방은 단촐하고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거실에는 텔레비젼이 놓인 작은 스탠드 하나가 있었고 부엌 쪽에는 4인용 식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랩탑. 가구라고는 그게 다였다. 벽에는 벽 시계가 하나 달랑 걸려있었다. 액자 한 개, 그 흔한 달력 하나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이런 휑한 곳에서 살고 있었단 말이지......

에이미는 가슴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에이미.무슨 일이예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침실로 사라졌던 쟌이 밤색 티셔츠를 머리로부터 꿰면서 거실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걱정을 가득 담은 얼굴로 에이미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그리고 내 방 호수는 내 신상명세서를 보고 알아 낸 건가요?"

에이미가 고개를 끄떡,하자 쟌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인사과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 수칙 1호가 사원들의 정보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일텐데?"

"........아무래도 좋아요..........."

지금까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던 에이미가 간신히 입을 떼어 말했다.

쟌, 당신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회사에서 해고 되어도 좋아요. 난 아무렇게나 되어도 좋아. 정말이지 당신의 사랑만 얻을 수 있다면.....

"다 늦은 저녁에 어딜 갔다오는 건가요.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밤늦게 다녀도 되는 건가요?"

쟌이 얼굴에 빙글빙글 장난스런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2인용 소파였으므로 둘이 앉게 되면 무릎이 닿을 정도였기 때문에 쟌은 소파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에이미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쟌에게 손짓했다.

"쟌, 여기에 와서 앉아요"

쟌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었다. 쟌은 정색을 하고 에이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그것보다 이렇게 늦은 밤에 어딜 다녀오느냐고 물은 내 말에 먼저 대답을 해 봐요"

쟌은 짐작하는 게 있었다.

수연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몇 번 표현해 오긴 했지만 따로 만나 이야기 한번 나누어보지 않은 여자가 이렇듯 밤늦게 자신을 찾아오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리고 이 여자는 지금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입에서 약한 술냄새가 풍겨오는 걸보니 어디서 누구랑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한 두잔 마신 것 같다.

이 여자는, 이 당돌하고 늘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 듯한 이 여자는 누구랑 저녁을 먹었을까.

아까부터 쟌의 가슴에 와 닿는 의혹은 이 여자는 혹시 수연을 만나고 오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었다 이 밤중에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인 자기 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이 여자의 예사롭지않은 발걸음에 수연, 그녀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쟌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수연을 생각하자 갑자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빈 갯벌에 밀물이 들이닥치 듯이 쟌의 가슴으로 몰려들어 왔다.

퇴근하면서 수연에게 전화를 한 후 쟌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짐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이틀동안 쟌의 머리에서 가슴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던 수연에 대한 생각이 목소리를 들음으로해서 더 이상 참지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그럴 때는 운동이 최고였다.

쟌은 짐에서 거의 두 시간이나 머물렀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두 시간을 운동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쟌의 머리에서 수연의 생각은 어느 듯 가셔 있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냉장고 문을 열어 김치병을 보는 순간 쟌의 가슴은 아까보다 더 강하게 소용돌이쳤다.

냉장고 안에는 수연이 담구어 준 김치병이 바닥을 보인 채 얌전하게 놓여있는 것이다. 쟌은 냉장고 문을 붙든 채 천정을 보며 포효했다.

수연! 수우연! 당신이 보고 싶다. 진짜 죽을 듯이 당신이 보고 싶다!

그 길로 쟌은 다시 동네길을 뛰러나갔다. 그리고 미친 듯이 동네 길을 뛰었다.거의 한 시간 너머를 뛰면서 가슴속의 불덩이를 식혔다. 그리고 조금전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연 언니네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수연네 집?"

쟌의 얼굴이 굳어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에이미의 입에서 수연이란 말이 나오자 쟌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수연네 집이라고 했나요?"

에이미는 자신의 입에서 수연이란 이름이 나오자 얼굴색이 변하며 고개를 떨구는 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내 짐작이 맞았어. 이 남자는 수연언니를 사랑하고.....그래, 깊이,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거야.....

에이미는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자신의 빛나는 외모가 쟌에게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푸르른 젊음이 쟌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는 사실이 에이미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에이미는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수연은 내 적수가 되지 못해. 나는 저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 거야.

"수연을 좋아하나요?"

에이미의 말에 쟌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에이미의 초롱초롱한 눈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쟌은 에이미를 외면했다. 그리고 그는 두어걸음 걸어가서 식탁의자를 빼고 엉거주춤 앉았다.

"쟌 !"

"............."

"대답 해 봐요. 수연을 좋아하는 거 맞죠?"

"내가 왜........"

한숨을 쉬면서 쟌이 말했다.

혼자 있고 싶다, 하고 쟌은 생각했다.

예쁘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결코 나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저 여자를 얼른 보내고 혼자 있고 싶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수연을 생각하며, 그 미소를 가슴에 품으며 잠들고 싶다.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르는 가슴 속 이 커다란 이 불덩이를 삭이면서......

"내가 왜 에이미의 물음에 대답해야 돼죠?"

"왜냐면....."

에이미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식탁에 앉아 있는 쟌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그리고 예의 그 깊고 서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쟌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예요......"

"............"

"내가 쟌을 사랑하기 때문에 쟌의 마음 속에 나 아닌 다른 여자가 깃들어 있는 게 싫기 때문이예요"

에이미는 쟌의 목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서 있는 에이미의 가슴께로 자연스레 쟌의 얼굴이 묻혔다. 아직도 축축히 젖어 있는 쟌의 머리카락에서 스며나온 샴푸냄새를 맡으며 에이미는 속삭이듯 말했다.

"쟌....쟌....당신을 사랑해요........."

에이미의 눈에서 나온 눈물 한 방울이 쟌의 뺨 위로 굴러 떨어졌다.

 

같은 시간 수연은 와인 잔을 기울이며 에릭과 그때까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둘은 조금전 자신의 집을 나간 에이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에이미가 그 입양아라는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데 그 남자는 별로 에이미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 말이지?"

"그런가 봐요....."

수연은 빛나게 투명한 와인잔 속에서 말간색으로 가라앉아 있는 액체를 천천히 흔들며 대답했다.

수연의 마음은 공허하고 쓸쓸했다. 지난 두 달간 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무엇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수연을 지금 슬프고 힘들게 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는 절대로 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쟌과의 사랑을 도와주겠다는 약속까지 에이미에게 했지만 지금 수연은 자신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다.

바늘 한 끝 들어 갈 틈 없이 자신의 가슴을 온통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쟌이란 남자를 흔적없이 깨끗하게 지워버릴 자신이, 그리고 에이미와 쟌을 위해 애써 줄 자신이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과 서너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수연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왜 쓸데없이 자신도 없는 약속을 에이미에게 했을까.

"그것 참......."

에릭이 혀를 차면서 자신의 글래스에다 와인을 더 따루었다.

"늘 당당하고 자신에 차 있던 에이미가 혼자 짝사랑을 다 하다니 그것 참 놀라운 걸"

"예에......"

수연은 우울하게 대답했다.

"그 입양아 남자, 내가 한 번 만나보고 싶군.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여자들이 그 야단들을 하는지........"

"여,여자들이라뇨?"

수연의 가슴이 털썩,하고 내려앉았다.

"보아하니 당신도 그 남자에게 보통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 하는 소리야"

"아이 참... 당,당신도....."

수연은 말까지 더듬으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어린애를 가지고..그 아이 어린애예요, 어린애! 나보다 열 네살이나 어린...당신이 보기엔 내가 그런 어린애나 좋아하는 여자로 보여요?"

"글쎄...과연 그럴까?"

에릭은 날카로운 눈으로 수연을 쳐다보았다. 에릭의 눈길을 얼른 피하며 수연은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만 들어가요, 여보. 나 취한 것 같아........."

8월 15일에는 '흐르는 강물처럼'이 이어집니다.

 

이계숙의 더 많은 작품은 http://kyesook.com 로 오셔서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