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몽고메리 미술관에 들렀을 때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두 사람이 나뭇가지를 들고 키 재기 하듯이 높이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로 손가락 굵기의 여러 종류의 나무 줄기들로 엉성한 구조물을 엮고 있었다.  옆에 쌓인 줄기를 하나 잡아보니 가늘지만 딱딱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싶었다.  무엇인가 색다른 예술 표현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가 두꺼운 장갑을 끼고 나무 줄기를 들고 이리 저리 다니며 궁리하는 모습은 참으로 느긋하고 평화로웠다.    

한동안 여러 굵기의 나뭇가지들이 어울려서 어떤 형태를 찾아가는지 신기하게 구경했었다.  새들이 나무 둥치 사이에 지푸라기를 물어서 집을 짓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미술관 안의 강당에서 열린 프랑스에서 온 Ysaye 4중주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이제는 분명한 윤곽과 형태를 갖춘 누에 고치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오두막집 같기도 한 완성된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 

입구와 중간쯤에 창이 난 단단하게 얽힌 다섯 창조물들이 옹기종기 미술관 입구의 작은 지역을 꽉 채우고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보자고 했더니 남편은 어떻게 감히 하며 고개를 저었다.  살폿이 다가갔다가 한 발짝 물러서 지켜보며 야릇한 충동을 받았다.  동화 속의 놀이터에 온 듯한, 조금 행복하고 천진한 기분이 되었다.  공연 중에 바이올린들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의 격렬한 멜로디에 화들짝 놀란 내 의식은 좀 전에 감탄하고 들어온 입구의 창조물들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숨었다. 

노스 케롤라이나의 환경 예술 조각가인 Patrick Dougherty이 3주 정도 걸려서 이 야외 창조물들을 완성시켰다.  지난 20년, 미국,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 150이 넘는 작품을 창조한 그는 좀 특이한 예술가이다.  그는 공간이 넓은 야외에서 각 지역의 자연조건과 환경에 어울리는 다양한 재료로 독특한 작품을 창조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천연조건에 견딜 수 있는 몇 달에서 몇 년 까지 존재하다가 다시 공간을 비워주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는 보통 3-4주에 걸려서 그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흡수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그가 열정을 쏟은 창조물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은 탁 털고 낯선 지역으로 훌훌 떠난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가는 곳 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그 지역의 환경에서 떠오르는 상상력을 한껏 작품으로 창조한다.  나는 그의 작품의 예술성보다 그의 창조 기법과 낯선 곳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생활을 부러워한다.      

이 몽고메리의 5 창작물에 들어간 수 많은 나뭇가지들은 모두 이 지역에서 구한 것들인데 여러 사람들이 나서서 구해 주었다.  또 엮는 것도 돕겠다고 나선 거의 백 명이 넘는 지역인들과 학생들을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하듯이 그의 창조의 세계에 동참시켰다.  별 볼일 없어 보이던 나뭇가지들이 모여서 이제 미술관의 둥근 지붕과 고전적인 건축 스타일의 요소들을 통합시킨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태어났다.  특히 창조물 위로 꽃처럼 피어난 풀의 둔덕은 차라리 앙증스러웠다.

어떤 형상이 될지 몰랐던 처음부터 내 관심을 끌었던 이 환경 예술가는 이제 필라델피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창조한 후에는 캔사스로 간단다.  그가 이곳에 남긴 ‘Lookin’ Good!, Lookin’ Good!’ 이란 명칭이 붙여진 작품을 나는 마른 가지로 엮어 올린 희망의 탑으로 즐긴다.  보면 볼수록 살갑게 정이 가는 작품이다.  오늘은 기웃대는 새들과 함께 나도 살짝 발을 들여 놓았다.  작은 공간의 엮은 가지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은 프리즘을 보는 듯 유독이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아름다운 누에고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