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최근에 건축된 친환경 주택인, ‘그린 홈’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내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은 바로 그 집 안주인이 일본을 떠난 지 한 30년쯤 된 내가 안면 있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 자주 만나는 일본계 친구들 다섯 명과 이 유명해진 ‘그린 홈’을 구경하러 나섰다.  우리중의 한 명은 그녀가 전에 살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지만 확실한 길 안내는 하지 못했다.  몽고메리를 벗어나서 차선도 없는 시골길을 한참 돌아서 우리는 그녀의 주소를 찾았다.  하지만 입구를 찾지 못해서 옛집 근처를 헤매다 전화로 그녀를 불렀다. 

네 바퀴 운전 차를 몰고 나온 그녀가 앞장서서 우리를 안내했다.  낮은 등성이를 돌아서 언덕 위에 지어진 집 앞에 내린 우리는 우선 그 규모에 놀랐다.  차 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잿빛 돌과 벽돌의 거대한 집이었다.  그녀는 이 언덕을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에 나오는 ‘폭풍의 언덕’ 이라 불렀다.  언덕아래로 호숫가에서 느긋한 말과 멀리 흩어진 소들의 긴 그림자뿐 이웃집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집안의 공기는 싱그러웠다.  높은 천정과 사방이 확 트인 구조를 구석구석 살피면서 연발하는 중년여자들의 감탄사가 집안을 채웠다.  총 5,200 평방 피트인 내부의 방들은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사방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문들을 통해서 푸르름이 넘치는 숲과 나무들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요리강습하기 딱 좋을 싱크대가 두 곳에나 설치된 거대한 부엌에서 나는 아이들이 없는 집주인 두 사람이 무엇을 요리하나 궁금했다.    

더운 지역이라 직접 마주치는 태양열을 피해서 동향으로 지었다는 이 집은 공기의 순환을 최대로 고려해 디자인 되었다.  특히 환경보호에 민감한 켈리포니아에서 오래 살았던 그녀의 남편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최신 자료들로 꼼꼼하게 지었다.  집안을 환하게 밝히는 많은 유리창은 열을 차단하는 특수 처리가 된 유리를 사용했고 그리고 절연재로는 섬유 유리 대신에 발포제를 사용했다.  재료 비용이 두 배 이상 들었다지만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새로운 건축 비법이 사용되었단다.  오픈 된 집안 구조가 실내 온도 조절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고 했다.        

크리스털 샨들리아가 빛을 모은 식탁에 둘러 앉아서 각자가 가져온 음식을 풀었다.  이곳 일본계 친구들은 모일 때 꼭 집에서 만든 음식을 한가지씩 가져오는 좋은 버릇이 있다.  맛깔스러운 일본음식에 밭에서 키운 나의 부추와 야채 전은 늘 잘 어울린다.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유머에 찬 수다는 단연 이 그린 홈에 집중 되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이 집 주인은 18년 전에 앨라바마로 직장을 옮긴 남편을 따라와 시골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몽고메리에서 한 30마일 정도 남동쪽에 있는 집이 끼인 작은 땅을 사서 소 한 마리를 키웠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부부가 소유하게 된 땅의 크기가 늘면서 소의 숫자도 늘었다.  화장기 없는 신선한 얼굴의 집 주인은 책을 보고 연구하며 본격적인 목축업을 하다 보니 직장 다니는 남편보다는 자신이 더 극성스런 Cowwoman이 되었다며 밝게 웃었다.  소에다가 염소, 닭, 개의 숫자도 늘자 이 동물들을 자식처럼 돌보느라 하루가 바쁘고 힘들지만 보람찬 날들 산단다. 

그 동안 고생했으니 꿈 꾸어왔던 집을 짓자 하고 지은 집이 바로 이 ‘그린 홈’이란다.  사방 시선이 닿는 곳은 이들의 소유지이고 이 창이 많은 언덕 위 집의 하루는 일찍 찾아오는 여명으로 생기를 얻는단다.  이 집에서는 계절의 변화나 날씨에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되는데 특히 밤하늘의 별들이 더 가까이 찾아 온다고 했다. 

언제 남편이 외부로 출장 가면, 우리를 부르라고 했다.  파자마 파티를 하면서 별을 노래하자고 제안하니 모두 까르륵 웃었다.  이웃이 가까이 있어야 안심하는 겁쟁이 나와 달리 이렇게 동물들과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이 일본 친구는 용감한 소치는 여자이다.   테이블 위에 있는 그녀가 구독하는 일본잡지, 문예춘추가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