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현대자동차를 연유로 많은 한인들이 이곳으로 이사 왔다.  성당이나 한인사회를 통해서 똑 소리 나는 젊은 엄마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 중에 특히 강한 감동을 준 한 여자가 있다.  이번에 그녀의 남편이 본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며칠 전에 그녀가 떠남을 아쉬워하는 일본 여자들이 한 20명 모여서 송별회를 가졌다.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그녀의 삶은 조금 독특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인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이 일본사람인줄 알았다.  그녀가 10살 때, 그녀의 아버지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한글 학교로 데려갔다.  싫다는 딸아이를 억지로 데려가며 그녀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글을 배우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의식을 조금씩 느끼면서도 그녀는 일본인의 신원을 지키려고 무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고교시절에 재일동포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반발한 투쟁을 한 후에 조국을 찾아 한국으로 갔다.

한국 대학에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한국인이 되려고 맹렬히 노력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그녀의 언행에 배인 일본문화를 그녀는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일상은 늘 한국과 일본의 의식 사이에서 투쟁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만난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한 후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풍습에 맞추려고 자신을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활발한 가정주부였다.  태어난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시아나 항공사의 일본어 편집자로, 번역가로 활동했다.  아이들에게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함께 가르치며 자신에 충실한 인간이 되고 싶은 그녀의 소망을 심었다. 

4년 전 미국에 온 그녀는 자원봉사 하고 싶다며 내 직장으로 찾아왔었다.  그녀에게 끌렸던 호기심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랑으로 변했다.  현대 주재원 가족으로 와서, 나는 그녀처럼 알찬 미국생활을 하고 가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그녀는 말보다 발로 뛰면서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목소리에 따랐다.    

그녀는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며, ESL 공부 열심히 했다.  지역 상공회의 고정 봉사자였으며 한글학교의 수학교사였다.  사물놀이 악기를 구입해서 문화 행사에서 신나게 한국을 알렸고 앨라바마 주립 대학생들에게 활기찬 사물놀이를 소개했다.  어떤 장소에서든 그녀는 가슴으로 남부인들과 교류했다.  카메라 렌즈에 세상을 담고 싶어서 이곳 대학에서 본격적인 사진 공부를 했다.  여러 행사의 사진을 찍어 주었고 지역 사진전에 입상을 하면서 2년 만에 인정받는 전문 사진작가로 성장했다. 

그녀는 일본어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미국 남부에서의 그녀의 생활을 사진을 끼운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풀었다.  남부의 풍습과 문화는 그녀의 체험을 통한 생생함으로 일본인들에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조금 소극적인 일본 사람들을 모아서 친목을 다지는데 앞장섰고 궂은 일 마다 않고 동향인들을 도왔다.     

신기한 일은 아직도 인종문제에 시달리는 미국 남부에 와서 생활하면서 그녀는 평생 그녀를 괴롭히던 주체성의 갈등에서 해방될 수 있었단다.  이곳의 색다른 문화에 편견 없이 자신을 접목시키니 자유로운 한 인간으로서 새롭게 태어나더란 다.  그녀는 모국인 일본과 조국인 한국을 함께 안을 수 있었던 앨라바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삶의 한 가운데에서 열정으로 사는 그녀는 진정으로 예의 바른 일본인이며 동시에 극성스런 한국인이다.  이곳에 아름다운 한국인상과 일본인상을 심었던 그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 동안 카메라에 담은 남부정경을 소개할 사진전을 갖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아름다운 여자, 조구미씨의 앞날에 무지개를 기원하고 그녀와 키운 우정의 축복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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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라 왔습니다.

조구미씨가 문화공보부의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답니다. 

풍성한 가을에 어울리는, 기쁜 소식을 모두와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