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퀼트에 푹 빠졌다. 매주 모여서 퀼트선생의 지도를 받으면서 좋아하는 취미생활 함께하는 엄마들과 슬그머니 정도 들었다. 각자의 취향에 따른 색깔과 디자인 천의 선택으로 감탄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엄마들의 솜씨는 대단했다.
한인여성들과 퀼트사회를 이루면서 내 욕심은 풍선처럼 불었다. 열심히 만든 멋진 작품들을 외부에 자랑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퀼트선생의 집에서 숨 죽이고 잠자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흔들어 깨워서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한 엄마의 집에 얌전히 감춰져 있는 독특한 종이공예 작품도 자랑하고 싶었다. 이곳에 이사온 한인들이 남부문화에 얼마나 가까이 적응하고 사는 지를 남부 토박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계획한 퀼트 전시회는 올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각자의 작품지도를 하느라 퀼트선생은 아플 틈도 없이 바빴고 모두들 전시 작품 만드느라 정신 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올 봄에 퀼트선생은 이번 전시회의 간판작품이 된 ‘한복’ 작품을 제작했다. 이 한복작품은 한인들에게는 흥분을 외부인들에게는 경탄을 일으키는 정통 한국문화 작품이 되었다.
나도 집안의 개와 고양이 털은 눈 밖으로 밀었고, 낮과 밤에도 램프를 켰다. 한 뜸 한 뜸 기도문을 외우듯이 지독한 인내심을 가지고 미세한 디자인의 바느질에 집중했다.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 책의 내용이 녹음된 시디를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바느질 하며 책을 들었다.
마침내 작품을 끝내놓고, 바로 안내 프로그램과 초청장 준비에 들어갔다. 작은 전시회라도 여러 가지 소소한 준비가 필요했다. 전시장이 바로 남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몽고메리의 명소, 올드 앨라바마 타운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통을 중시하고 퀼트를 곱게 다룰 줄 알았다. 우리가 전해준 작품들을 깔끔하게 색갈과 디자인을 고려해서 잘 진열해 주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 미국 전통 퀼트 패턴에 한국의 독특한 스타일과 색깔 선택을 용해시켜서 남부가 섞인 한국문화를 보여주는jaw-dropping 작품들의 전시회.” 남부 퀼트 전문가가 감탄한 우리의 퀼트 전시회에 대한 소개문이다. 이것은 바로 내가 한인여성들의 퀼트 전시회를 주선하면서 예상했던 반응이다.
오프닝 리셉션에 찾아온 2 백 명이 넘은 손님들이 우아한 한인 퀼트 작품들에 감탄과 찬사를 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복잡한 손님들 사이에서 퀼트를 둘러보던 낯 익은 친구들이 반가웠다. 이곳에서 퀼트라면 내노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게 작품들을 둘러 보고 갔다. 그들은 이제 우리 전시회의 홍보를 화끈하게 해줄 것이다. 한인회장과 이사장, 임원들과 많은 한인들이 참석해서 함께 뿌듯했다. 그들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한인 여성들의 노력에 응원해주었다.
전시장 옆 회의장의 넓은 홀에 한국음식도 가득히 준비했고, 초등학생들의 가야금 연주와 고등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도 가졌다. 우리는 한국문화 소개를 다양하게 곁들였다. 사진작가인 조구미씨도 와서 전시된 모든 작품들과 제작자들을 화끈한 기록으로 남기도록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19명중에 나 한 사람만 빼고는 모두가 주재원 가족들이다. 이들은 이번에 근사한 앨라바마 추억을 만들었다. 한국의 문화사절로, 남부의 영원한 사랑인 퀼트를 통해서 남부인들과 목화처럼 순백한 정을 나누게 되었다.
몽고메리 신문과 CBS TV에서 우리의 퀼트 전시회를 보도했고 몽고메리 리빙 잡지 7월호에도 기사가 실린다. 오늘은 NPR 라디오의 인터뷰를 받았다. 한인여성들의 퀼트가 남부에 소문나며 벌써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남부와 퀼트사회, 여기에 한인들이 자연스럽게 동아리를 틀었다. 이번 올드 앨라바마 타운에서의 전시회는 7월 31일까지 열린다. 그 후로 남부 여러 미술관에 순회 전시할 계획을 다지고 있다. 우리는 맘껏 자랑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선하면서 나는 성심껏 퀼트의 묘미를 가르쳐준 퀼트선생에게 감사했고 열성껏 작품을 만든 많은 한인여성들이 자랑스러웠다. 또 이 전시회를 물심양면으로 홍보하고 도와준 이곳 토박이 친구들이 든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