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흥분이 사라질 때쯤에 우리는 내륙 여행을 했다. 

산뜻한 보라색 작은 꽃들이 간지럽게 장식된 앵크리지 다운타운을 구경한 후에 페어뱅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창 밖으로 내다 본 웅장한 눈 덮인 맥킨리산의 설경은 대단했다.  북미에서의 최고봉다운 위풍으로 산의 정기를 뿜고 있었다.

엘도라도 금광을 찾아서 금광지대를 제대로 본 후에 채취한 금가루는 기념으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알라스카산 자원를 아래 48주로 보내는 거대한 파이프를 봤다.  알라스카에 사는 사람들은 걸핏하면 “아래 48주”를 들먹였다.  여름 동안 관광객을 맞기 위한 일손은 아래 48주에서 왔고, 아래 48주의 농산물은 시애틀이나 오레곤에서 트럭으로 운송 받는다고 했다.    

 데날리 국립공원 안쪽 고지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던 동토대 툰드라 지역은 내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경이로운 지역이었다.  그곳에 퍼져있던 키 작은 붉은빛 단풍이든 식물들은 햇빛 아래서 신비의 꽃밭이었다.  낮은 산의 곳곳에서 바르르 떨던 아스펜의 황금색과 전나무와 박달나무의 짙은 초록색의 환상적인 조화는 하늘의 그림으로 감동을 주었다. 

여름 몇 달 동안 적당히 사람들의 발길을 받아 들이다가 화씨 영하 40-60도의 싸늘한 날씨로 냉정하게 사람을 물리치는 자연환경에 그곳 사는 사람들은 잘 순응했다.  9월 말에 호텔이나 가게들 모두가 폐쇄된다고 했다.  그리고 아래 48주에서 온 일손들은 모두 제 집으로 돌아 간다고 했다.             

양쪽과 천정이 특수 유리로 구조되어서 최대한 전망을 제공하는 관광열차 마지막 칸의 뒷자리에 앉아서 데날리 국립공원을 휘영청 돌아 나왔다.  줄기차게 가까이 다가 오던 대 자연의 위력에 슬그머니 눈가가 젖기도 했다.  손상되지 않고 천 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위대함은 8시간의 기차여행 내내 숨을 죽이게 했다. 

비가 자주 온다고 해서 여름에 한국 갔을 때 구해온 비옷을 가져 갖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알라스카의 날씨는 적당히 덥고 또 서늘해서 구경하기에 완벽하고 좋았다.  우리는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맛있는 연어를 욕심 내며 잘 먹었고 주노의 부둣가 포장마차에서 금방 찐 싱싱한 킹크랩도 찾아 먹었다. 

여행 중 곳곳에서 만난 한인들과 따스한 인사를 나누었고 페어뱅크 강변의 꽃밭 가에 앉아서 겨울이 오기 전에 좋은 날씨 맘껏 즐긴다던 원주민 할머니와도 인사했다.  그녀는 고향의 다정한 이웃처럼 편안했다.  초록빛 광선의 오로라를 보려고 잠을 설치기도 하고 매일 최소한 3마일 이상 걸으면서 주위 환경을 발견하고 즐겼다.  이 모두가 알라스카의 매력에 흠뻑 빠진 행복한 시간들 이었다.

크루즈 동안 포근하게 감싸 주었던 바다나 수 천 년을 침묵으로 버티는 알라스카 내륙의 대자연은 이제 내 속에 있다.  다니면서 바다와 산처럼, 변함없는 진실로 열성적인 삶을 살며 늘 깨어있는 의식이자고 자신을 다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알라스카의 광막한 자연과 멋쟁이 뉴욕 선배를 가슴에 담아 온 좋은 여행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