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나는 일이 있었다.  비가 올 듯 흐린 하늘이 우울해서 남부에서 나는 유명한 포도인 머스커딘을 따러 집을 나섰다.  가게에서 사서 먹는 것 보다 직접 나무에서 따서 먹는 것이 신선하고 훨씬 맛있어서 해마다 가을이면 늘 몽고메리 외곽 도시의 농장을 찾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어떤 잡지에서 본 새로운 과일농장에 전화했더니 아직 과일이 많이 달려 있다고 했다.

이 과일 농장은 의외로 몽고메리 가까이 있어서 좋았다.  인상 좋은 중년의 주인 남자는 친절하게 나를 포도밭으로 안내하며 그가 재배하는 8가지 종류의 머스커딘에 대한 특징을 설명해 주었다.  확 터진 지역에 조금씩 과일농장으로의 형태를 갖추어 가는 곳곳에 정확한 일열 종대로 심어진 어린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블랙베리 나무들 뒤로 머스커딘이 자라는 곳에는 맨 앞쪽에 어떤 종류의 과일 나무인지 분명하게 사인이 적혀있어서 어쩌면 주인이 군인출신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스커딘 맞은 편에는 계절이 지난 불루베리 나무들도 잔뜩 있었다.

농장에는 과일에 나쁜 해충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더니 모기나 개미등 여러 행복한 벌레들이 참 많았다.  긴 팔 옷으로 무장을 하고 벌레 퇴치약을 뿌리고 접근했다.  조용한 농장의 유일한 손님으로 슬슬 포도나무 사이를 다니며 햇빛에 제일 반짝이고 달콤해 보이는 ‘Darlene’ 열매를 땄다.  1 갤런 통에 가득 따서 나오니 더욱 욕심이 생겼다.  이번에는 통을 두 개나 들고 다시 ‘Sweet Jenny’와 ‘Sugargate’ 나무로 갔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대도 아직 많은 열매들이 무겁게 달려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입안에서 내 손에서 주위로 기분 좋게 퍼져나가서 즐거웠다.

그런데 막상 입구로 나와서 다시 그 중년의 남자를 만났을 때, 그가 그의 동업자라며 한 여자를 소개했다.  그녀와 나는 서로 얼굴을 보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너무나 반가운 지인이었다.  12년 전에 우리는 같은 공군이었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딸 둘을 키우고 있었는데 나의 작은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친하게 지내서 우리도 자주 왕래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나자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참으로 반가웠다.   한참을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 하다 보니 나한테는 별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 그녀에게는 대단한 변화가 있었다.

늘 차분하고 얌전했던 그녀의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그녀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옆에 선 남자를 만났단다.  놀라서 “농담이겠지?” 하고 그에게 물었더니 그는 아들이 앞장서서 이 여자 친구를 구해 주었다며 수줍어했다.  두 사람 다 공군출신이어서 정겨웠고 그들이 키우는 맛있는 과일들처럼 달콤한 농부들이 되어 있어서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예전에 오클라호마에 있는 부대에 근무하며 근처에 있던 사과 밭에 가서 사과를 딴 기억이 너무 좋아서 과일농장을 해 보자고 그가 제안 했단다.  이 두 사람은 5년 전에 큰 모험을 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집을 팔고 그 돈으로 8 에이커의 땅을 사서 과일 농장을 시작했다.  대단한 용기로 자연과 가까이 살며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2 에이커에는 가시가 없는 블랙베리 나무를 심고, 1 에이커는 머스커딘, 그 맞은 편에는 600 그루의 불루베리 묘묙을 심었다.  뒤로는 복숭아와 감나무등 다른 과일 나무도 심어가는 중이라 했다.  아직 나무들이 어려서 많은 수확은 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열심히 가꾸어 나가고 있었다.  감나무라는 말에 내 눈이 더 크게 뜨였다.  아직 4 그루 밖에 없지만 앞으로 18 그루를 더 심을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새로운 삶과 경력을 시작한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이웃에게 맛있는 과일을 제공하는 이들의 과일농장이 큰 성공을 이루기를 바라며 농장을 떠났는데 저녁에 그녀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고 했다.  우리는 앞으로 좋은 인연을 이어 갈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