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라스카 여행을 하는 사이에 우리 집의 물탱크가 사고를 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집에 있었더라면 미리 발견해서 피해를 줄였을 일이지만 늦게 퇴근해온 남편은 철벅 이는 마루를 밟으면서 질겁을 했단다.

그 동안 모은 책들과 딸 둘이서 가져다 쌓아놓은 물건들로 방 3개는 거의 창고처럼 어지러운 상황에 있었는데 물난리가 났으니 대단한 사건이었다.  4주가 지났지만 카페트가 깔린 방들은 아직 밟으면 눅눅하듯 깔끔한 기분이 아니다. 

방 밖으로 흩어 놓은 물건들에 어수선하고 선풍기들 돌아가는 소리에 지쳐서 불평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난 주 이곳 신문에서 호우로 물에 잠긴 애틀란타 근교의 집들 사진을 보니 내 작은 불편은 민망했고 천재지변으로 물벼락을 맞은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안쓰러웠다.        

어쩌면 우리 집의 물난리는 하느님이 살림살이를 정리하라고 주신 기회 같아서 열심히 재활용품들과 기부할 물건들을 골라내고 있다.  그런데 재활용품들을 시에서 제공해준 오렌지색 비닐백에 넣으면서 착잡한 기분이다.  일주일에 한번 주택가를 돌며 수거해 가던 재활용품 수거 프로그램이 이번 주로 멈추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몽고메리 시장이 예산 부족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도마 위에 올렸을 때 이 재활용품 수거도 있었다.  시민들이 분분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모두 시장의 딱한 사정을 이해했다.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정해진 지역 몇 곳에 재활용품을 직접 가져다 주어야 하고 물품도 종이제품과 알루미늄 캔에만 국한한다.  유리나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매립된단다.    

재활용품 수거를 멈춤으로 40만 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시장에게 얼마 전에 한 앨라바마 하원의원은 가난한 흑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일 보다는 차라리 몽고메리 동물원의 코끼리를 한 마리 팔라고 권고했다가 시민들의 빈축을 받기도 했다.  한 공화당원은 하필이면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냐고 꼬집었다.

긴축재정에 희생된 여러 프로그램 중에 이 재활용품 수거 중단은 여간 유감스런 것이 아니다.  재활 시킬 수 있는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나 친환경 움직임을 퇴보시키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다.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한국에 부끄러운 일이다.

수거된 재활용품들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그렇잖아도 불경기라 고전을 하고 있는데 줄어드는 자원들로 앞으로 더욱 많은 타격을 받게 된다며 몽고메리 시장에게 재고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낙담한 시민들도 계속 유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몽고메리시 뿐만 아니라 주정부 예산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 침체로 소득세나 판매세가 9퍼센트나 줄어드는 통에 주 교육비를 11퍼센트나 삭감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육계는 1930년대 이래로 가장 힘든 해를 맞이 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이곳 몽고메리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각 가정과, 시, 카운티, 주 정부, 그리고 연방정부 모두가 불경기로 줄어든 예산으로 긴축경영에 들어가니 그 여파가 강하게 파생되며 모두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이번 금요일이 재활용품 수거의 마지막 날이라 열심히 집안을 정리하면서 여러 상념에 어지럽다.  환경이 사람의 생활을 지배하고, 사람은 환경을 지배하고,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즈음은 미국 경제가 밝고 힘차게 부활해서 이런 퇴보현상에서 빠르게 복구되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