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와 현대자동차 회사의 관계는 세월이 지나면서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다.  지난 토요일, 초가을의 산뜻한 아침에 다운타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가 주선한 Montgomery Half Marathon을 보러 갔다.  새벽에 급하게 집을 나서서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뛸 준비를 하던 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과 열기에 바로 휩쓸렸다. 

현대자동차가 지역사회의 대기업으로써의 역할을 감당한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열렸다.  이 행사의 수익자는 1997년에 창설된 비영리단체인 ‘Kid One Transport’ 이다.  후버시의 한 젊은 소방관이 시작한 이 단체는 자동차가 없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아이들이나 산모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는 교통편을 제공한다.  요즈음은 이 단체의 봉사지역이 앨라바마의 중북부 30 카운티로 넓혀졌다.    

하프 마라톤의 총 13.1 마일 노선은 몽고메리의 역사적인 가든 디스트릭과 대학, 공원을 두루 돈다.  뛰기에 좀 힘이 들 살짝 비탈진 언덕들과 고불대며 도는 거리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전통적인 남부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거리들로 이어져 있다.

이번 첫 하프 마라톤과 함께 5 킬로미터 경주와 어린아이들의 1마일 경주도 열렸다.  이 3가지 행사에 주최측은 한 6백 명 정도의 참여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총 1,100 여 명의 참가자들이 전국 22주에서 찾아왔다.  5세 어린 아이로부터 75세의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의 의욕적인 참가자들을 보면서 그들의 일부가 될 능력이 나에게 없음이 아쉬웠다. 

여기저기서 스트레칭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 왼쪽 무릎아래 다리가 의족인 한 남자도 있었다.  이라크 근무를 두 번이나 했지만 정작 다리를 잃은 것은 돌아와서 있었던 교통사고 탓이었다고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첫 마라톤에 도전하지만 젊은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시장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에 새벽의 상큼한 공기를 안고 모두 명쾌하게 출발선을 뛰어 나가자 신선한 에너지가 분수처럼 뿜어 나는듯했다.  둘러 선 가족들과 시민들 한 2백 여명에 섞여서 나도 힘차게 이들을 격려했다. 

5킬로미터 주자들이 먼저 돌아왔다.  선두 몇 사람에 이어서 5살짜리 남자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결승선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이 경주에는 부모와 함께 참여한 어린 아이들이 좀 있었다.  열심히 뛰고 와서 헐떡이던 9살짜리 아이의 일그러진 얼굴은 그보다 다리가 2배나 길던 아버지의 느긋하고 흐뭇한 표정과 대조되어서 웃음을 자아내었다.       

한꺼번에 수 백 명의 주자들이 빠르게 뛰어 나갈 때는 보지 못했지만 5킬로미터 경주에서 돌아 온 한 한인을 보았다.  땀을 훔치며 즐거워하던 그는 현대자동차 직원이었다.  한 10여명의 현대인들이 참여했다는데 연이어 도착한 현대인들의 표정도 당당하고 만족감으로 밝았다.  한국의 추석에 가족들이 모이듯이, 이곳의 이웃들과 모여서 가진 보람찬 행사에서 그들의 향수가 조금 달래어 졌기를 바랬다.  

이번 몽고메리의 하프 마라톤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몇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작년에 버밍햄에서 마라톤을 뛴 적이 있는 몽고메리 시정부의 한 직원이 몽고메리에도 그런 마라톤이 열렸으면 하고 시장을 만나 건의했다.  시장은 현대자동차에 후원을 청했고 현대자동차는 선뜻 호응했다.  그리고 버밍햄에서 마라톤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회사가 이 행사를 맡아 추진한 지 2개월 만이다. 

짧은 시일이었지만 이 회사의 직원 4명이 총 지휘를 맡고, 몽고메리시와 시민단체들, 학교, 일반 개인이나 멕스웰 공군부대에서 나선 자원봉사자 4백 여명이 손발을 맞추어서 성공적인 행사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좋은 목적을 위하고 많은 참여자들이 건강을 다지며 즐긴 이 마라톤이 앞으로 더 큰 규모로 발전하길 바랬다.  몽고메리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이루어낸 뿌듯한 행사를 목격하고 돌아 오면서 왠지 나는 잃어버린 추석명절에 가슴이 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