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S 챔피언쉽 (Bowl Championship Series) 게임을 끝으로 마침내 미국의 대학 풋볼 시즌이 막을 내렸다.  어떤 스포츠 게임이든 응원하는 팀의 승리는 큰 긍정적인 파장을 몰고 온다.  열심히 응원하던 앨라바마대학 풋볼팀이 패서디나에서 역대 한번도 이겨 본적이 없는 막강 텍사스대학 팀을 누르고 전국 챔피언이 되었다.  이 달콤한 선전에 앨라배미안들이 터뜨린 감정의 불꽃은 꼭 새해맞이 폭죽처럼 화려하고 웅장했다. 

지난 시즌, 앨라바마대 팀의 활약은 대단했다.  취임 3년 만에 최고의 코치로 능력을 증명한 닉 사반 감독과 열심히 각자의 재능을 발휘한 선수들, 이들은 시즌의 모든 게임을 완벽한 우승으로 몰았고 최종 게임을 전국 챔피언이 됨으로써 마무리했다.  실로 17년 만에, 그리고 13번째 다시 전국 챔피언이 된 역사를 이루었다.  그 덕분에 많은 앨라배미안들은 지난주 대단한 자부심과 기쁨을 흠씬 즐겼다.    

주지사는 이 BCS 게임의 기회를 기업유치의 목적으로 활용했고 신문은 두 경쟁 팀에 대한 다양한 자료의 완벽한 과학적 분석과 전문가들의 게임 전망을 연일 보도하며 사기를 높였다.   많은 주민들은 무서운 집념으로 게임날짜인 7일과 앨라바마 시간인 저녁 7시 라는 게임 시작 시간의 숫자에 행운을 빌었다.  팀의 능력을 믿지만 그래도 아무 꼬투리기에도 매달릴 정도로 긴장했었다. 

아무튼 전국 120 대학 팀들 중에서 최고가 되려던 이 팀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은 대단했다.  풋볼이 종교로 절대신앙으로 자리잡은 이곳의 사람들은 그에 버금가는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으로 지난 시즌 앨라바마 대학 팀의 게임을 따랐다.  스포츠에 대해서 이번처럼 확고한, 거의 맹종에 가까이 추종하는 주민들의 믿음을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 팀에 마취된 남편의 극성에 나는 “집에서는 정치에 이어서 풋볼에 대한 대화도 금지하자”고 부탁하고 이 BCS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무엇에든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반대하던 내 탓에 남편은 켈리포니아에 가지 못했다.  그 억울함을 게임 날 집안의 모든 TV와 라디오의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으로 항의했다.  선수들의 실수에 쏟아지던 남편의 언성을 피하면서 나는 남편이 아침에 혈압 약을 먹었는지 걱정할 정도였다.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남편이 토해낸 고함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얼얼하다.        

앨라바마대학 팀의 우승이 이끌어낸 상업도 굉장하다.  몽고메리 신문사는 지난 시즌의 게임들에서 찍은 기록적인 사진들을 모아서 ‘How the Tide Rolls’ 라는 우승기념 책자를 출간하고 티셔츠나 여러 우승 기념품들이 불경기도 아랑곳 없이 팬들에게 쏟아져 나온다.  사반 감독이 직접 사인한 앨라바마대 팀의 거대한 사진 액자를 집안 어디에 모실까 하고 남편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사반 감독은 그의 동상을 만들어서 대학교정에 세우자는 의견도 나올 만큼 이제 영웅이다.  코치와 선수들이 전국적인 인정을 받고 여러 상도 받았다.  한참 각광받은 수비팀의 스타선수는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발표했고, 한 때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스타 수비 코디네이터는 그대로 머물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새로운 신입생 선수들을 유입하기 위한 활약도 승리의 여파를 탄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잘 나가는 선수들이 벌써 23명이나 앨라바마대 팀에 약속했다고 한다.  앨라바마대학의 위상을 단연 전국적으로 높여준 이 풋볼팀에 앨라배미안들이 가지는 자부심은 지금 최상이다.  주말에 앨라바마대의 풋볼경기장에 3만8천여 명의 팬들이 모여서 이 승리를 자축했다.    

이제 시즌은 끝났고 경기장은 텅 비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는 이 풋볼팀의 노력을 보게 될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대학 팀이 준 멋진 추억의 열기에 빠져있는 남편은 아직도 응원하고 있다.  “Roll Tide 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