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The Lost Heroes Art Quilt’라는 아주 특별한 퀼트 작품이 앨라바마 주정부 청사에 전시되었다. 이 작품이 주정부에 도착한 날, 나는 자석에 끌리듯 그 앞에 섰다. 눈이 따가웠고 가슴과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며칠 구름 위를 걷는 듯 휘청거렸다. 삶과 죽음. 의미 있는 삶과 의미 있는 죽음. 그리고 영원히 사는 것. 어려운 질문이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군인들의 수가 5천 3백 명이 넘는다. 이 엄청난 숫자의 각 한 사람은 부모의 사랑을 받던 아들, 딸 이었다. 이 퀼트 작품은 자유세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이들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가족들의 고통을 담고 있었다.
한 뜸 한 뜸 정성으로 바느질 된 퀼트는 어떤 형태의 디자인이든 언제나 가족과 사랑을 연상시키는 따스함이 있다. 그런데 이 특별한 퀼트는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강력한 감정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생활 속에서 치르는 전쟁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미국 젊은이들은 자원해서 군에 입대한다. 9/11 사태 이후 강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하겠다는 단단한 각오로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다. 더러는 그 대가로 생명을 바쳤다. 아들, 딸을 잃은 부모들만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이 이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생생한 삶을 알리는 퀼트를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잃은, 많은 영웅들을 만났다. 전국 50주를 커버하고, 각 주 출신 한 사람의 어릴 적 얼굴사진이 그가 선택하여 입었던 군복에 야무지게 꿰매어져 있었다. 8-10살의 장난기를 차마 숨기지 못한 눈빛에는 세상을 믿는 순진함이 있었다.
각 사진 위에는 출신 주와 이름이, 사진의 양 옆으로는 그가 어떤 운동과 활동, 음악을 좋아했으며 또한 그의 신념과 장래 희망이 무엇이었는지 살짝 보여준다. 이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가족의 사랑 속에서 희망과 설렘으로 미래를 꿈꾸었다. 무엇이 이들을 자랑스런 어른으로, 전쟁 영웅으로 변하게 했을까?
천진스런 얼굴 표정들이었지만 군복 윗도리를 걸친 모습들에서 뿌듯함이 일었다. 이들은 비록 짧은 삶이었지만 분명 굵게 살았다. 영원히 사는 것은 바로 자신이 영향을 끼친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라고 말한 한 전사자의 말이 떠올랐다. 봉사하는 정신, 희생하는 정신은 기독교인들 만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바른 삶의 자세가 아닌가.
이 퀼트 작품을 고안하고 창조한 Julie Feingold 는 대단한 작가이다. 원래 화가인 그녀는 질병으로 가족과 친지를 한꺼번에 많이 잃자 삶과 죽음에 회의를 가졌다. 그녀는 평소 그렸던 밝고 기쁨을 주는 그림에서 탈피해서 깊은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다양한 재질의 작품을 고안하다가 퀼트에 착안했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들과 딸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바늘에 꿰었다.
자유를 위해 생명을 바친 젊은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를 잃은 가족의 상처가 아물도록 돕고자 2년에 걸쳐 이 작품에 몰두했다. 그녀의 직감력과 손길을 통해서 비록 배경과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 나라에 봉사하러 나선 당당한 미국인들이 되 살아 났다. 그녀는 더 많은 전사자들을 퀼트 위에, 네 코너에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종교의 상징들을 보탠 후 퀼트를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적절하게도 떡갈나무로 깎아진 워싱턴 기념비를 상징하는 기둥들이 양쪽에서 잡아주고 있었다.
작년 9월에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 전쟁 영웅들에게 바쳐졌다. 그리고 2011년 9월11일까지 전국의 주요 박물관이나 군 박물관, 그리고 주정부 청사들을 찾아 순회 전시에 들어갔다. 앨라바마 주가 첫 번째 주정부 청사의 전시였다. 이 작품을 맞아서 가진 공식 기념식에서 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세 사람 만났다.
앨라바마 주의 전사자 대표로 아들이 이 퀼트에 포함된 어머니는 퀼트 앞에서, 많은 상실의 무거운 침묵에 눈이 부셔했다.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그녀의 젖은 목소리에는 아픔으로 응어리진 아들이 영원히 살아 있었다. 깊은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한 작가의 열정이 이렇게 전쟁을 치르는 현 사회에 치유와 감동을 주고 또한 역사적인 증언을 하는 작품을 창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