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기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완전히 ‘뚱뚱한 나라의 뚱뚱보’이다.  두텁게 옷을 입고 나서면 꼭 굴러가는 듯해서 날렵하게 움직일 수가 없다.  워낙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 춥고 젖은 긴 겨울 겹겹이 껴 입고 살았다.  이제 본격적인 봄의 따스함에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한 겹씩 겉옷을 벗으니 옷장 속에서 저절로 줄어든 옷들이 맞지가 않는다.

얼마 전에 3년 만에 나를 본 옛 친구는 내가 조금 변한듯하다고 했다.  솔직히 지난번 만났을 때 보다는 살이 좀 쪘다는 부드러운 표현이었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뭉텅해 진다더니 나이가 주는 선물치고는 반갑지 않은 것을 나도 받았다.  허리 둘레의 스페어 타이어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준다.

그런데 이번에 몽고메리 신문의 일면 기사 중에 내 눈이 확 떨어지는 보도가 있었다.  Gallup/Healthways가 35만3천명을 상대로 “전국에서 누가 가장 뚱뚱한가?” 라는 조사를 했단다.  참가자들의 키와 몸무게를 작년 1월 2일부터 12월 29일 까지 매일 신체 용적 지수를 참조해서 분석했단다.  전국 183 대도시권의 ‘Well-Being Index’ 연구결과에서 몽고메리 매트로 지역이 일등을 했다.  뚱뚱한 사람들의 전국평균은 26.5 퍼센트인데 이곳은 기가 막히게도 34.6 퍼센트이란다.

그 동안 간간히 앨라바마 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살찐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별로 놀랄 소식은 아니지만, 이번에 바로 내가 사는 지역이 이렇게 지적당하고 보니 사태는 심각하다.  나까지 뚱뚱해 진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래도 올 봄에는 살 빼기 운동을 진지하게 실천해야 하나보다.    

살이 찌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심장마비 같은 부수적인 병들도 따라온다.  4 년 전부터 앨라바마 전역에 걸친 ‘Scale Back Alabama’ 라는 살빼기 작전으로 주정부나 병원 등의 단체가 주민들의 체중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러 단체에서 건강한 생활에 대한 많은 캠페인을 벌이고 주정부의 건강 프로그램 전반이 검토되는 등 앨라배미안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많다.  살찐 주정부 직원들도 살빼기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의료 보험비를 더 물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확실히 부피가 큰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식당들의 음식 양도 도저히 한번에 다 못 먹을 만큼 많아졌다.  원래 남부 음식 자체가 기름에 튀긴 것이 많고 또 고기지방 많이 넣어 푹 삶은 것이 많아서 맛은 좋지만 건강식은 별로 아니다.  어쩌면 스윗 티나 사람을 풀어지게 하는 더운 날씨도 한몫 한 것 같다.  천천히 굴러가는 남부의 억양처럼 그렇게 슬그머니 몸무게가 불었다.   

예산절감으로 각처의 허리띠 졸라매는 정책 보도에 우울한데 이런 반갑지 않은 소식까지 보태서 기운을 뺀다.  몽고메리 교육청이 6백 여명 교직원들의 계약서를 갱신하지 않는다는 결정과 동시에 앨라바마 정치가들이 수업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내 놓았다.  주정부가 전반적으로 예산을12 퍼센트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보도에 이어서 사법계는 많은 일자리가 줄므로 써 앞으로 사법처리가 느릴 것이라는 예고를 한다.  이런 암울한 소식들이 싱싱하게 돋아 오르는 봄기운을 민망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쌓아가니 살도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뚱뚱한 나라의 국민이 된 남편에게 지난 주에 한 제안을 했다.  5월 어머니 날까지 10 파운드를 빼면 1천불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 2달에 10 파운드는 좀 무리다 싶지만 그는 문제 없다고 도전했다.  하지만 남편은 오늘 아침에 나 몰래 베이컨을 구워먹고 출근했다.  식생활 개선이나 좋은 습관 들이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쉽게 살을 빼나? 

통통하게 살짝 살찐 것이 귀여운 것은 아이들이다.  생활의 많은 안건들을 제쳐놓고 늘어난 몸 무게로 엉뚱한 고민까지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습다.  그리고 뚱뚱한 도시권에 사는 뚱뚱보를 탈피하기 위한 살 빼기 작전도 요즈음 민망하게도 변덕스런 봄 날씨처럼 변덕스럽게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