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에 근사한 업체가 문을 열었다.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줄 곳, ‘Gallery Coffee’ 는 신나게도 젊은 예술가들인 한인 부부가 주인이다. 

어제 몽고메리 신문에 이 부부의 그림이 있는 커피숍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렸다.  실제로 화가는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그의 그림을 미술관과 화랑에서 벌써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조지아에 사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 

슬쩍 둘러보고 커피만 사 갖고 나올 계획을 취소하고 자동차에 가지고 다니던 퀼트숙제를 가져가서 아예 자리를 잡았다.  바느질 중간 중간에 여기저기 그림들에 눈을 맞추고 그리고 정적인 분위기에 동화되어 갔다.

산뜻하고 화사한 곳,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는 곳, 편안한 의자와 책이 있는 곳, 무엇보다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그림을 그리는 손으로 부부가 신선하게 뽑아주는 맛있는 커피가 있는 곳.  그 동안 익숙했던 다른 어수선한 커피숍과 전혀 달랐다.

예술가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내 오랜 질병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가들이 안내하는 신비로운 세상은 사람생활에 깊이를 보태어준다.  그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열성, 얼마나 질투 나는 일인가?

나는 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각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감각을 기쁘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벽에 걸린 색상이나 구도가 안정된 그림들은 제 나름의 이야기를 슬그머니 흘렸다.  각 작품의 독특한 색감에 눈이 부셨지만 동시에 깔끔한 인상을 받았다.    

옆에서 박사논문 쓰느라 열심인 한 젊은 엄마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진지하게 컴퓨터를 들여다 보던 단정한 백인노인은 그림 같았다.  한쪽에 마련된 화실을 기웃거리다 책장 위에 전시된 가족그림의 부드러움에 미소가 띄어졌다.  무엇보다도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친구로 편안하게 맞아주던 주인 부부의 인심이 좋았다. 

남부 작은 소도시에 살면서 그 동안 이런 분위기 있는 곳을 아마 내가 갈구 했었나 보다.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이 화랑의 분위기에 푹 빠졌다.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변화에 거북이 걸음인 몽고메리의 환경이 요즈음 빠르게 변한다.  특히 적극적인 한인들의 활약이 많아 근사하다. 

개업한 지 11일째라니 이제 시작이다.  이들 젊은 화가부부가 둥지를 튼 이 매력 있는 화랑이 앞으로 이곳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가 크다.  오늘은 그림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늑한 장소를 찾은 기쁨을 주위에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