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오랫동안 질병으로 고생하던 가까운 지인의 장례미사를 참석한 날, 나는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친 젊은 남자를 만났다.  “삶과 죽음은 정말 한 순간” 이라던 그의 고모 말이 며칠 내 안에서 흔들거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받은 전화 한 통, 앨라바마에서 소치는 일본여자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에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녀는 내 나이또래다.      

요즈음 결혼식보다 더 자주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나이 많으신 친정엄마의 건강과 남편의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수치도 걱정인데, 늙은 개조차 내 시선 밖을 벗어 나지 않는다.  내 몸의 변화와 토네이도나 갑작스런 사고에 대한 우려로 살얼음을 걷듯 불안하고 긴장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미국사회가 화합에서 분열로 줄기차게 흩어지며 내 의식을 줄기차게 사방으로 흩어 놓는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문제의 주위를 헛돌고 있는 바퀴의 하나인 미약한 존재로 추락하는 날들도 많다.  많은 하고 싶은 일들과 뭐든지 잘하고 싶은 욕심을 웅크려 잡고 나이 든다는 것에 더럭 겁을 내고 있다.             

얼마 전에 몽고메리에서 활동하는 한인 회계사가 나누고 싶다고 보내준 좋은 글 ‘축복’을 다시 읽었다.  나에게 “아하” 순간을 주었던 지혜의 언어가 강하게 내 의식을 깨우친다.  하느님께 죄송하게도 나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선물 받은 것을 잊고 있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질 못했다.   

신비로운 빛으로 다가온 이 글의 깊은 의미에서 평안을 구한다. 

“나는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큰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주십사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겸손함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행복해지고 싶어 부유함을 구했더니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다.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자 성공을 구했더니

뽐내지 말라고 실패를 주셨다.

삶을 누릴 수 있게 모든 걸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삶, 그 자체를 선물로 주셨다. 

구한 것 하나도 주시지 않았지만

내 소원 모두 들어주셨다.

나는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 미국 뉴욕대 부속병원 재활센터 벽에 걸려있는 글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