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o Kill a Mockingbird’는 나에게 남부의 정서를 가슴에 심어준 작품이다.  남부에 이사 와서 간단명료하고 또 도덕적인 교훈이 철철 배어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내 이웃을 만났다.  간혹 줄거리 묘사가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 착각할 정도로 사실감이 강했다.

이 책은 1960년에 발간되었다.  발간과 동시에 성공적인 인기를 끌었고 다음해 작가는 퓰리처 상을 포함한 여러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의 이야기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거나 강산이 5번 바뀐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엇은 특정 개인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독자를 사로잡고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 매력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묘사한 50년 대 남부의 실정으로 세상사람들을 줄곧 감동시키는 이유는 바로 순진한 아이의 안목으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옳고 그름의 가치관을 묘사한 점일 것 같다.  여러 등장 인물들과 그들을 통해서 보는 순수한 세상, 인종차별과 정의가 묵살되는 사회상은 과거나 현재나 생활 속에 있다.  그리고 피부색이나 이념이 다름을 혐오하던 사람들에게서도 우리는 인간성의 본질을 본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독자들에게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돕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쓴 하퍼 리는 이 한 권의 책에 그녀의 모든 정수를 담았는지 그 후 전혀 아무 책도 발간하지 않았다.  앨라바마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을 받은 작가가 쓴 이 책의 발간 50 주년을 기념해서 지난 달 주 여러 곳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곳 몽고메리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매체로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전시했고 주말에는 음악이 섞인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이 소설은 1962년 그레고리 펙이 주연하고 오스카 상을 넷 수상한 영화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연극으로도 많이 공연되었는데 내가 본 여러 연극 중에서 나는 특히 몬로빌에 가서 본 공연이 좋았다.  해마다 봄에 지역인들이 연출하는 연극은 전국에서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표를 미리 사야 할 정도로 인기다.  나도 지인들에게 “앨라바마에서 꼭 봐야 할 것들 중의 하나” 라고 추천한다.    

작가의 고향이고 또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작은 도시 몬로빌은 몽고메리에서 한 2시간 운전거리인 남서쪽에 있다.  몇 년 전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 빠르게 변하는 밖의 세상과는 담 쌓고 낮잠을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시골 동네에서 꿈틀거리던 것은 바로 이 소설의 분위기였다.  대대로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인들은 그곳 출신인 작가와 작품을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했다. 

그곳 지역인들이 이 작품으로 연극공연을 한지도 벌써 20년이다.  열연하던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수준이 전문배우들 보다 더 전문적인 것이 바로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탓이었다.   법원 옆 뜰에서 가진 1막의 무대는 옆으로 지나가던 마차소리와 나무 위에서 mockingbird 들이 부르던 노래가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서 작품의 줄거리를 실감 있게 이어주었다.  그리고 영화의 세트를 모방한 법정 안에서 공연된 2막의 재판과정을 보면서 나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은 지역인들의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이 작품에서 Atticus Finch같은 진실한 인격의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빛과 희망이다.  50년 전, 민권운동의 불기가 앨라바마 주민들을 뜨겁게 태우고 전국으로 번질 때 출간 된 이 책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따가운 의식의 깨우침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 Atticus Finch는 영웅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변호사직을 선택했고 또한 그들이 양심적인 활동을 하도록 강력한 모범이 되었다.  그리고 요즈음 앨라바마 작가들이 가장 탐내는 명예는 바로 “the Harper Lee Award for Alabama’s Distinguished Writer of the Year” 라는 상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아직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이 책의 저자로부터 직접 사인을 받은 남부 토박이 친구가 있다.  그 책을 소중한 보물로 간직하고 늘 자랑하면서도 내가 보면 잉크가 사라질까 보여주지 않는 깍쟁이다.  오늘 이 책을 다시 읽으려고 집으니 불쑥 그 깍쟁이, 옛 직장동료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