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일본계 여자 둘과 그들의 백인남편들, 이 2 부부가 나누는 사랑의 향기는 은근하고 강한 가데니아 꽃 향기 같았다.  같은 문화권에서 성장하지 않았지만 이들 두 부부는 온유하고 화목했으며 특히 남편들이 아내를 끔찍이 위했다.  나는 내 남편이 그녀들의 남편처럼 자상하지 못함이 늘 불만이었다. 

그 남편들은 일본 정서를 배려하고 아내들의 미국생활을 편하게 돌보며 깍듯한 신사도를 발휘했다.  작은 예로 그들은 차문을 열고 아내가 의자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는 것까지 챙겨주고 나서 운전석 차문을 열었다.  그것을 부럽게 보고 서있는 나를 아랑곳없이 내 남편은 먼저 운전석에 털썩 앉아 시동을 걸곤 했다.  그것을 불평하면 남편은 별것 아닌 것으로 간주했고 나는 남편의 부족한 배려에 속이 상했다.         

그런데 평소에 내가 부러워하던 이 다정하던 두 부부가 근래에 사별했다.  아내를 잃은 남자와 남편을 잃은 여자가 그들의 사랑을 지키나 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안쓰러움과 동시에 존경심을 가진다. 아무튼 나이든 사람들이 배우자를 잃고 휘청대는 것이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난 달에 일본계 아내를 잃은 백인 남편은 장례미사 마지막에 아내에게 일본어로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는 그가 일본어를 하는 것을 전에 한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더 놀랐다.  목격한 모든 사람들은 낯선 언어였지만 감정이 뭉클하게 쏟아지던 그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남편이 옆에서 통역해 주어서 그가 아내에게 준 영원한 사랑의 선언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그의 애끊는 슬픔에 울었다. 

그는 또한 주변의 빈곤한 사람들을 돌볼 줄 알았던 착한 아내와 53년을 함께 살았던 축복을 이야기했다.  그녀가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는 것을 곁에서 간호하며 함께 아파하던 그를 우리는 보아왔다.  이제 그 아내를 떠나 보내고 그는 슬픔보다 아내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음을 감사했다.        

그는 49제를 지키는 아내의 고향 풍습을 존중해서 요즈음 90도가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묘를 찾는다.  아내와 대화하고 그리고 그녀의 편안을 기도하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아내의 묘를 방문하는 정성은 대단하다.  49일을 꼭 지키려고 발목을 삐자 지팡이를 짚고서도 아내를 찾아가는 그의 애틋한 사랑에 눈물이 핑 돈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좀 가벼워지려나. 

작년 3월에 세상을 떠난 백인남편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본여자는 일본식의 추모를 한다.  남편의 커다란 사진 앞에 매일 생전에 그가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 놓는다.  그의 사진 옆에는 늘 싱싱한 화사한 꽃들이 제단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남편과 대화한다.  비록 사운드는 없지만 남편의 대답을 듣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단다. 

그의 일주기에 지인들이 모였을 때, 나는 그녀에게 언제까지 제단을 모실지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남편을 이제 신처럼 모시고 있다.  일본인의 신도를 믿는 자세를 이곳 남부에서 보며 한편으로는 야릇하고 더욱 자식 없음을 외로워하는 그녀의 형편이 애처롭다.

일본남자는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자상했던 그녀의 남편이 없는 미국은 더 이상 그녀에게 편안한 곳이 아니다.  그녀는 넓은 집 곳곳에서 남편의 허상을 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제 35년 동안 남편과 살았던 집을 정리하고 그녀는 일본의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선뜻 털고 일어 날 수 없는 많은 끈끈한 추억으로 발걸음이 무거워 주춤 인다.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도 지극한 사랑을 가꾸는 두 지인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강한 그들의 사랑의 향기를 맡는다.  나도 요즈음은 남편이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면 겁이 난다.  ‘만약에’ 라는 불안이 늘 내 가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퉁명스런 내 남편도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얼마나 당황할 지도 안다.  만약의 경우에 남편을 위한 어떤 배려를 할 수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진실로 남편과 나는 어떤 사랑의 향기를 가졌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