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는 엄격한 질서와 사전에 예고된 암시가 있다.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가지고 지켜본다면 조금쯤 실마리를 찾을 수 가 있을 터인데 미약한 인간이라 미처 깨닫지를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행위의 인과응보는 분명히 알아도 사실 삶 자체의 불루프린트는 모른다. 그래서 손금을 읽거나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심정은 그 암시를 사전에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릭 워렌 목사가 그의 저서 ‘The Purpose Driven Life’ 에서 바른 생활자세를 유도하는 영적인 교통질서를 참 잘 잡아 주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존재에 대한 회의와 번뇌를 그는 성경을 근거로 차근차근히 풀이했다. 우리의 삶에는 목적이 있음을,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이 계획하신 우주의 일부임을 설명했다. 그리고 봉사하는 마음가짐과 어느 일에던 그만의 성취되는 시간이 있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준비하라고 했다.
이번에 하느님의 뜻을 섬기려고 자신을 도구로 만든 사람들을 보며 나는 바로 워렌 목사가 설교한 진실로 봉사할 줄 아는 자세를 생각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아름답지만 이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치겠다는 이들의 결심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들 중에 신나게도 나는 한 사람을 조금 안다.
그는 육군헬기조종사 출신이다. 개신교를 믿다가 우연히 친구 찾아 들린 천주교회에서 망설임을 가졌다. 그 후 자주 천주교회를 찾았고 신부님과 대화를 통해서 천주교를 깊이 알게 된 과정에서 확신을 얻고 천주교로 귀의했다. 그리고 많은 갈등과 기도 후에 그는 그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에 응했다. 그는 오랜 전통을 가진 천주교의 엄격한 법과 질서에 자신을 맡기고 지난 6년 동안 가톨릭 신학교에서 사제가 되려고 준비하며 진지하게 성찰했다. 살면서 가진 회의나 번민의 해답을 찾아 그는 세상살이의 집착을 버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셈이다.
나는 작년 여름, 그가 6개월 동안 내가 다니는 성당에 사제실습을 왔을 때 만났다. 보통 20대 중반이나 30대초의 신학생을 보다가 나와 불과 몇 살 차이인 나이 50이 넘은 신학생을 만나고 많이 놀랐다. 그러나 그는 살아온 연륜만큼 여유가 있었고 그가 선택한 삶의 길에 용감했다. 그의 갈색 눈의 깊이가 하도 잔잔해서 그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면 왠지 든든했다.
그가 남편과 나에게 그의 지원회에 참여해달라고 청했을 때, 나는 솔직히 주춤거렸다. 사제가 되려는 사람에게 감히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에게 이끌리어 모임에 나갔다. 교인 8명으로 구성된 그의 지원회 모임에서 그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았다. 우리는 성당에서 활동하는 그의 모든 언행을 거울처럼 반사해서 조언과 평가를 해주었다. 그는 겸허한 태도로 지원회원들의 작은 의견도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실습을 끝낸 후 그는 다시 신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지난 주말 모빌의 대성당에서 가톨릭의 중요한 전통에 따라 다른 3명의 예비자와 함께 제단 앞에 하얀 제복을 입고 엎드렸다. 그는 모빌교구의 많은 사제들과 교인들의 축복 속에서 마음과 영혼의 완벽한 전환을 했다. 사제서품식을 처음 목격하는 나는 장엄하고 의미 깊은 절차를 따르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런 체험을 했다.
제의를 입고 주교님과 제대로 올라가 미사집전에 참여한 그의 얼굴에서는 눈부신 광채가 났다. 정식 사제로서 그가 나누어준 성체를 받던 내 손도 떨렸다. 그리고 미사가 끝난 후, 순결한 영혼을 가진 새 사제의 강한 믿음으로 그가 남편과 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해 주었을 때, 우리 부부는 세상의 구원에 나선 그의 새로운 삶에 감사했다. 그리고 목적을 가진 그의 삶에 진심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빌었다.
아직 50대인 신참배기 가톨릭 사제는 앞으로 많은 일을 할 것이다. 이렇게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 그 동안 독신으로 지냈나 보다.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분명히 어떤 질서가 있고 그리고 준비가 있다. 그를 보면서 우리의 삶은 창조자이신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의 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짐을 확신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