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에 바라고 싶은 것 한가지가 있다.  이제 경제부국으로 생활의 여유가 있으니 마음의 여유를 가져서 한국의 고아들은 제발 한국에서 키워주길 바라고 싶은 것이다. 

오랫동안 해외 살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지역인들이나 부모와 모습이 다른 입양된 아이들을 보면 애처롭고 미안했다.  더욱이 그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면 속이 쓰렸고 민망했다.  그때마다 얼른 내 모국이 잘 살게 되어서 이런 비극이 멈추기를 바랬다.  그런데 모국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발돋움하고 주머니도 깊숙한데 이 고아수출은 여전히 멈추지를 않고 있다.

지난 4월, 한 입양모가 러시아에서 입양해온 남자아이를 러시아행 비행기에 혼자 태워 되돌려 보낸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말 잘 듣고 얌전히 곱게 커줄 아이를 원했다가 정신적인 문제점을 가진 아이를 받아서 키우다가 지친 한 여자가 미흡한 입양제도에 항의한 것이었다.  두 국가의 지도자들까지 민망하게 무정하게 아이를 혼자 되돌려 보낸 그 일로 입양문제가 한동안 집중 관심을 받았다.  여러 전문가들과 단체가 분분하게 해외에서 입양해 오는 고아들의 현지 환경과 제도의 문제점들을 도의와 법과 함께 들먹거렸다.   

그리고 최근 타임 지에서 기획기사로 해외 고아들을 입양한 가족을 다룬 기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기사 속에 있던 통계자료가 내 관심을 끌었다.  지난 17년 동안 미국 가정에서 입양한 아이들 출신 나라에 대한 분포를 보면, 총 입양아의 26 퍼센트는 중국에서, 20 퍼센트는 러시아에서, 12 퍼센트는 과테말라에서, 그런데 그 다음 4번째로 많은 10 퍼센트의 입양아들이 남한에서 왔다. 

언젠가 우리 가족이 스웨덴을 여행할 적에 호텔도 하나 없던 아주 깊은 시골에서 한 동양 젊은이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또래의 백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놀며 자꾸 우리 일행을 의식하던 그가 한국 입양아라고 들었을 적에 느꼈던 그의 외로움이 강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내 의식을 눌렀다.  아무리 해외의 더 좋은 복지환경에서 자란다 하더라도 가슴 깊숙이 외톨이라면 오히려 좀 부족한 환경이라도 동족들과 부딪히며 자라는 것이 더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이곳 멕스웰 공군부대에 교육을 받으러 온 네델란드 공군 중령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지인이 그를 나에게 소개한 첫말이 그가 한국출신 입양아라는 것이었다.  막상 만나서 인사하니 그는 한국어도 못하고 한국문화와 풍습에 전혀 문외한인 외국인 이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은 완벽한 유럽인 이었지만 그가 여전히 한국입양아라고 불리어지는 것에 대해서 나는 반감을 가졌었다.  그것은 모습이 다른 입양아들이 걸머지고 가는 멍에의 굴레처럼 느껴졌다.

주변에도 한국입양아들이 더러 있다.  동양사람을 보면 한번 더 돌아 서서 쳐다보는 그들의 눈길이 닿을 적마다 나는 죄인처럼 미안해진다.  내 모국의 피를 가진 이 아이들이 모국에서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슬퍼서다.  그러나 이제 모국은 많이 발전했고 경제적으로 충분히 자국의 고아들을 돌볼 여유가 있다.  지각 있는 지도자들의 마음 먹기에 딸렸다.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생산품은 많이 해외로 수출해도 한국산 소중한 생명들인 고아들은 한국에서 따뜻하게 보살피고 키울 환경을 마련해 주길 모국에 바라고 싶다.  이런 내 소망이 지나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