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에 워싱턴 D.C.의 거리를 더러는 혼자, 더러는 딸과 함께 다니며 대도시의 마력에 끌려 있었다.  다니면서 D.C. 사람이 되어 버린 딸과 남부 작은 도시에서 온 나와의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걸음걸이서부터 시사에 관한 관점의 차이를 느끼니 마치 아이들 이야기 책의 시골 쥐가 도시 쥐를 찾아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연극을 좋아하고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등 취미가 같다.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딸과 엄마라서 낯선 체험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함께 손 잡고 가서 도시 중심가에 숨겨진 한 명소를 발견했다. 

두폰 서클 가까이 가로수가 늘어진 O 거리에 있는 타운하우스들 중의 하나인 ‘The Mansion’ 은 비밀스러운 매력으로 우리를 끌었다.  토요일 오후의 티와 보물찾기를 위해서 동심의 자락을 잡는 신선한 기분으로 무거운 이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색다른 세상이 있었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있는 거실 맞은편, 다과가 준비된 홀에는 온통 강렬한 색깔의 그림과 물건들이 가득했다.  호스티스가 한쪽 벽의 장식장을 잡아 당기자 비밀스런 입구가 들어났다.  놀라며 따라 들어간 방에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2인용 작은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자잘한 물건들에 재미있게 가격표가 붙어져 있었다.  한쪽 벽 책장에 꽉 찬 책들 아래위로 어지럽게 끼어져 있던 다양한 물건들과 벽마다에 빈틈없이 걸려있는 사진과 그림들에 시선이 흩어졌다.  그러나 분위기 있는 물건들 사이를 비집고 앉은 우리는 달콤한 디저트와 티를 우아하게 먹고 마셨다.

그리고 주인이 눈을 조금만 높이면 신비한 세상을 볼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준 보물찾기 종이를 들고 흥분하였다.  그 종이에는 1층에서부터 4층, 각 층에서 찾아야 할 물건들과 보너스로 찾을 수 있는 것들의 소개가 있었다.  

이 맨션은 비영리단체 박물관으로 사적인 고급호텔과 행사장, 식당도 겸하고 있었다.   ‘2-300 명의 손님을 치를 수 있다’는 광고문을 보고 어디에 그 많은 사람들을 접대할 수 있나? 한 의문은 순식간에 풀렸다.

우리는 1층에서부터 시작해서 미로를 헤매듯 복도를 다니며 숨겨진 문들과 예기치 못한 방들의 출현에 놀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100개가 넘는 방들의 제각기 기발한 착상의 장식에 감탄을 했다.  찾은 곳마다 기념품과 소품들이 마법의 거울을 통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 내었고 19세기나 20세기의 고가구들이 현대의 편리와 놀랍도록 잘 어울려 있음에 또한 놀랐다.  이곳과 인연을 맺은 유명인들의 흔적과 ‘밥 딜런’ 이나 ‘U2’ 등 음악가들이 사인한 기타들도 곳곳에 많았다.   

다양한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특이한 물건들 사이에 기모노나 한국의 자개장도 있었지만 거울과 천사들이 압도적인 숫자로 많았다.  벽마다 빈틈없이 걸려있던 그림들까지 모두 1만5천이 넘는 작품들과 2만권이 넘는 책들로 그야말로 만물상 박물관이었다.  모든 물건들이 총 집합해서 무한한 상상력의 거침없는 표현으로 어릴 적에 동경했던 환상이나 동화의 세계를 이룬 장소였다.              

많은 예술품들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기증 했다지만 어디서 그렇게 많은 골동품들과 소품들을 구했으며 또 어떻게 주제를 설정하고 어울리는 장식을 했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온갖 고생을 하며 돈을 모은 예술을 사랑하는 한 여자가 틈틈이 집과 물건들을 구해서 상상력의 날개를 폈다는 것과, 지난 30년 색다른 사교의 공간으로 명성과 역사를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인이 든 기타를 빼고 모든 물건은 판다고 하니 맨션 전체가 거대한 고급 벼룩시장 같기도 했다. 

맨션의 문을 나서서 시원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실내에서 어지러웠던 눈과 다리가 한동안 휘청거렸다.  꿈에서 깨어나듯,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경이로운 체험을 인도한 보물찾기에 대한 뒷맛이 좋아서 ‘The Mansion’ 은 워싱턴 D.C. 의 많은 명소 중의 하나가 틀림 없다는데 딸과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