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일들이 계속 생겨서 머리가 어지럽다.  지도자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현 미국의 복잡한 상황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 달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 이곳에서 역사적으로 136년 만에 공화당이 앨라바마의 상, 하원을 모두 석권했다.  그 여파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선거가 끝난 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의원들이 공화당으로 정당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 나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올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그저 소문 이길 바랬다. 

그런데 지난 주, 신문 1면에 정당을 바꾼 네 명의 주 하원의원들 얼굴이 크게 보도 된 것을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민주당의 후원금과 민주당원들의 도움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 의해서 선출 된 의원들 이었다.  그들이 내가 사는 구역의 의원들이었으면 나는 내 소중한 한 표를 물러 달라고 항의했을 것이다. 

그들의 정치철학이 무엇인지는 떠나서 정당을 바꾼 시기가 괘씸할 정도로 나빴다.  바로 선거 후에, 대세인 공화당에 합류한 결정은 무엇을 얻기 위함인지 정치에는 무관한 나 조차도 짐작할 일이니 말이다.  도의나 용기가 결핍된 약삭빠른 정치인들이 과연 앨라바마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그들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들의 당적 변경이라는 결정은 하루 아침에 내린 것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공화당의 취지에 부합 하다면 사전에 왜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민주당을 이용했는지, 그들의 정직한 양심은 선거 기간 동안 어디로 ‘휴가’를 갔었는지, 생각할수록 약이 오른다.  물론 솔직한 정치가는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하루 아침에 당적을 바꾼 주 의원들을 보면서 양심적인 정치가도 역시 없구나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그 와중에 북한의 연평도 공격 사건의 뉴스에 다시 경악했다.  한국 사는 사람들만 놀란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준 북한의 엄연한 공격이었다.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남한 정부의 대응소식과 매일 주요 미디어에서 톱뉴스로 커버하는 한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으면서 한반도의 안전과 군사정전의 위태로움에 불안해진다.  주변 여러 나라의 이권과 섞여 함께 뒤뚱 이는 모국의 안전과, 모국이 추구하는 통일의 길이 멀고 험악해서 걱정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미국 정부기밀 공개도 내 높은 혈압을 부채질했다.  지난 7월 달에도 이 웹사이트는 군사기밀을 폭로해서 미군정책에 많은 고충을 주었다.  그때 범인으로 구속된 불과 22세인 철부지 미군병사의 어리석음에 치를 떨었는데, 이번에는 더 큰 분노가 인다.

연방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특히 기밀문서를 다루는 사람들은 철저한 신원조회도 받지만 기밀을 절대적으로 보호한다는 서약도 엄격하게 한다.  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던 나라를 배신하거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기밀을 유출한 자의 삐뚤어진 의식도 문제지만, 그런 기밀을 불법으로 취득하여서 공개하는 것은 정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한 국가의 재산인 기밀정보를 공개하는 것에서 어떤 정당성을 찾을 수 있는가?  엄연한 테러행위이다.  어떤 나라도 이 세상에 혼자서 존재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희생이 결국은 모두의 희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폭로에 따른 피해도 늘 것으로 본다.

이제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런 부정적인 상황들이 올해 달력과 함께 끝났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 신의를 중시하는 지도자들, 모두를 위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사건들만 줄줄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