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니 새롭게 알을 까고 태어나는 기분이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행복하게 살려고 하니 모든 것은 작은 행위에서 시작함을 느낀다.  따스한 말 한마디, 정겨운 눈빛, 불평하거나 비판하지 않기, 인내심,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사랑 나누기, 그리고 아름다움 즐기기 등 많다. 

지난 주에 만난 한 지인이 들려 준 이야기가 나에게는 충격 이었다.  여자친구에게 명품을 사주기 위해서 자신의 장기를 판 한국의 젊은이, 그리고 공중 장소에 신체의 장기를 팔라는 광고들이 붙어 있다는 소식에 놀랐다.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겉 치장을 위해서 자신의 장기를 팔거나 신체의 장기를 상품화 시키는 사람들은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도서관 입구의 붉은 벽돌 기둥에 낙서를 한 한인 학생, 그 주변에는 낙서가 전혀 없는데 유독 하얀 글씨의 ‘바보 멍청이’ 한글이 지나는 내 발걸음을 잡았다.  조금쯤 무료했을테고 어쩌면 이국생활이 힘들어서 긁적여 보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민망함을 준 선명한 한글 흔적을 남기며 그 학생은 행복했을까?

이렇게 남을 보다가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면서 내 마음을 바로 잡는다.  세상의 이목이나 행위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젠 안다.  살면서 터득한 지혜로 외모와 의복을 건너 뛴, 사람의 마음 속에 담긴 것.  그것의 소중함과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가끔, 지난 달 찾아갔던 옛 친구 집의 뒤뜰을 생각한다.  약간 높은 지대에 지은 그 집의 뒤뜰 정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툭 터진 텍사스의 허허 벌판이 수 십 마일 멀리로 내려다 보였다.  맑은 하늘 아래서 키 작은 떡갈나무들의 굽은 등줄기와 마른 풀잎들이 어지럽게 흔들거렸다.  그 사이를 휘젖고 다니던 바람 소리가 꽤 요란스러웠다.  도시의 소음이 전혀 닫지 않는 황량한 광야에서 나는 거친 자연의 신비를 즐겼다. 

자연 그대로의 소탈한 정경은 그저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그 정경을 보며 아침을 맞고 커피를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어디 자연에서 뿐인가.  북부에 사는 한 지인이 새해에 보내온 소식에 따스한 사람살이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새해 아침 8시에 온 가족 52명이 모여서 신년예배를 드렸단다.  그리고 약 2시간에 걸쳐서 가족 세배행사를 가졌다고 했다.

어머니를 시작으로 8 남매 모두가 순서대로 앉아서 세배를 받았단다.  이 다복한 가족의 세배돈 받을 자격은 대학원생 까지 인데 그 다음부터는 취직을 못해도 세배돈은 안준단다.  정해진 세배돈의 액수는 미 취학 아동은 $10, 초등학생은 $20, 중학생은 $30, 고등학생은 $50, 대학생및 대학원생은 $100 이란다.  그러나 조카들 중에 가정을 꾸린 사람은 미혼인 사촌 동생들로 부터 세배를 받고 세배돈을 준단다.  경제과 나온 그 친구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세배돈도 적지 않게 들어가지만 경제학에서 배운 "부의 재분배"에 따른 그의 가족 행사에 작년에 손자를 본 자기네 수입이 올해 늘었단다.      

그의 이메일을 받고 많이 놀랐다.  도처에 흩어져 사는 장성한 8 형제들과 그 자손들 모이기가 쉽지 않을터인데, 새해 첫 날, 52명 모두 모였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민생활 하면서 한국의 좋은 관습을 잘 지키는 가족애가 바로 그 집안의 아름다운 중심이었다.  그 집안 식구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이곳 남부에 까지 들려서 나까지 행복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행복을 느끼게해준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이 세상은 진실로 살 만한 곳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만사는 마음 먹기에 딸렸다더니, 행복은 바로 내가 마음 먹기에 따른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