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의 허리쯤의 사이즈는 새해가 되어도 줄어 들 줄을 모르는데 종이 신문들은 올해 더욱 날씬해 졌다.  제 작년 부터 신문의 페이지 수가 점점 줄어 들더니 이제는 아예 사이즈가 날렵하게 줄어서 한 손에 잡힌다.  가냘프게 흐느적이는 날렵한 신문을 잡고 변하는 세상을 본다.  인터넷에서 벌써 대충 훑은 기사들이 많다.  첨단으로 치닫는 IT 기술과 전자신문의 활성으로 어쩔 수 없는 변화이리라. 

몇 년 전부터 e-book들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서점의 상권을 잠식해 간다.  그 중에서 아마존에서 파는 킨들이 좋다고 남편이 여러번 나에게 원하면 사 주겠다고 했다.  그는 방마다 흩어져 있는 책들을 좀 없애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몰론 나도 유혹을 받았다.  여행 다니며, 두툼한 책들을 들고 다니는 나와 달리 얄팍한 전자책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책장을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편리보다는 신선한 잉크냄새가 배여나는 신간이나 손떼가 묻은 책들을 만지는 재미를 잃어 버리는 것이 싫었다.  화면에 떠오르는 책 소개 보다는 도서관이나 서점 책장에 진열된 색깔과 글씨체가 다른 책들을 뒤적이며 호기심을 채우는 버릇을 바꿀 생각도 없다.  서점에서 손에 닫는 촉감이 좋아서 책을 사 갖고 나오는 적도 있다.  무엇 보다도 아끼며 보관하는 좋은 책들과 어떻게 헤어질 수가 있는가.  바로 내 두뇌를 비우는 작업 같은데.

중세 금속활자의 발명이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 주었듯이 전자화가 변화시킬 세상에 기대와 흥분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   오늘도 뒷 발굼치를 땅에 꽉 밀고 익숙하고 편한대로 앉아서 두꺼운 책속의 인쇄된 활자가 전해 주는 내용에 푹 빠진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책속에서 만나는 많은 지인들이 주는 지혜와 낯선 체험을 음미하는 재미, 아무튼 책에서 얻는 에너지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종이 매체가 사라져 간다 해도, 이렇게 어수룩하게 살며 작은 일에 기뻐하는 참한 늙은이가 되고 싶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구시대의 사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