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에서 늘 내 곁에 있는 방송은 National Public Radio (NPR) 이다.  운전할 적이나 사무실, 집에서 나는 버릇처럼 NPR을 통해서 뉴스와 시사평을 듣고 좋아하는 고전음악을 듣는다.  특히 남부의 작은도시 몽고메리에 정착하고 나서 부터, 이 비영리 공공방송은 세상을 향한 문이 되었다.  그리고 내 주위 토박이 친구들의 많은 수도 NPR을 애청하는 덕분에 우리들의 대화는 비슷한 취향으로 잘 연결된다. 

민주당 주류의 방송이라고 싫어하는 남편도 ‘A Prairie Home Companion’ 프로그램은 좋아한다.  그래서 미네소타 출신인 사위가 미네소타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Garrison Keillor의 CD들을 남편에게 선물해서 남편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정부에서 고려하는 예산 삭감중에 NPR 지원금도 있다고 최근에 알려지자 며칠 전 중년의 여자들이 둘러 앉아서 툴툴 불만을 터뜨렸다.  우리 생활에서 NPR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바람과 기업인들의 입김으로 바람잘 날 없는 재정난을 겪는 NPR 운영임을 잘 안다.  이곳에서도 봄 가을 두차례에 걸친 모금운동으로 모은 후원금이 간신히 부족한 운영자금을 보태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제상황이 악화되니 올해 후원금이나 제대로 걷힐지 그것도 우려되는 형편이다.

NPR을 애청하는 네 여자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줄줄이 All Things Considered, Car Talk, Morning Edition, Talk of the Nation 등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프로그램을 덜먹였다.  또 우리는 프로그램 운영자들에 관해서 알고있는 소문들을 나누고 그리고 우리 생활에 깊숙히 섞여있는 이 공공방송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NPR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나는 특히 ‘This I believe’ 에세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인간답게 살 수있은 지혜와 인간이 가져야 하는 바른 감정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확신을 통해서 강력하게 전해 오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철저하게 믿는 사항을 글로써 적어 본 적이 많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의 에세이들은 나에게 늘 감동과 충동을 준다.

그러다 한 친구가 불쑥 ‘Eine Kleine Frauenmusik’ 프로그램이 생각나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는가.  아직도 내 기억에는 아스라한 진행자의 안온한 목소리가 남아있다.  남부인 음성의 여자가 부드럽게 진행하던 그 프로그램은 특히 여성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해 주었다.  천천히 차근차근하게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그리고 음악을 들려주던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마 80나이의 노음악인이라 여겼다.

그런데 사실 지난 몇 년 나는 그 프로그램을 듣지 못했다.  방송시간대가 바뀐줄 알았다.  그 질문을 던진 친구가 내 옆에 앉은 친구를 가르키며 바로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음악인의 딸이라고 했다.  놀라서 근황을 물었더니 그녀의 엄마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지가 4년이 된다고 했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그녀가 엄마의 영향으로 음악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미국 생활에서 꼬치꼬치 친구의 집안내력을 물어보지 않는 습성탓이었다.

그녀의 엄마, Dr. Jeanne Shaffer는 유명한 성악인이며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작곡했고 또한 책들을 저술한 작가였다.  대학 강단에 오래 선 후에 NPR 에서 ‘Eine Kleine Frauenmusik’ 프로그램으로 매주 애청가들을 즐겨 주었다.  그녀가 친근하게 안내하던 세계 여성음악인들의 작품은 평안과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평소에 늘 그곳에 있을듯이 익숙하게 즐기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

나 자신도 이렇게 사라진 프로그램에 애착심을 가질줄 몰랐다.  그 프로그램이 사라진 후에야 진정으로 그 프로그램의 영향을 느끼게 된셈이다.  끔찍한 재정난을 맞게 되어 생존의 불안을 가지는 공공라디오에 기대고 있는 나의 일상조차 불안해진다.  새삼 변하는 환경이, 탐욕스런 방송매체 거물이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바꾸려는 의도와 또한 미국 경제의 느린 회복이 슬며시 우리의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거부감이 일어난다. 

그러나 오늘은 일요일, NPR을 통해서 나를 감싸는 바하의 음악에 세상의 시름을 잊는다.  진실로 ‘Eine Kleine Frauenmusik’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