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바마는 미국 50주 중에서 알파벳 순서로 제일 첫번째 주이다.  미국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 곳이어서 역사적인 흔적이 많다.  그리고 날씨와 자연 환경이 원만해서 아이들 키우며 조용히 살기에 좋다.  하지만 북부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남부의 가난한 별 볼일 없는 주로 인식되어서 결코 매력적인 지역이 아니다.  사실 숨겨진 보물처럼 진가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앨라바마 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처음 이곳 앨라바마에 있는 부대로 발령을 받아 왔을 때가 생각난다.  대도시 생활에 익숙하다가 “이런 촌구석에서 어떻게 사나” 하고 한참을 걱정했었다.  한 2년 정도 살다가 다시 발령받아 떠날 각오로 버텼다.  남부 시골 문화와 뒤떨어진 환경에 주춤였었고 이곳의 축제들도 스케일이 작아서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가족은 은연중에 남부 작은 도시생활의 묘미에 푹 빠져 들어갔다.  마음이 따스한 남부인들과 사귀면서 정이 들었고, 아이들도 학생 수가 작은 학교생활을 좋아했다.  복잡하지 않은 교통과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천천히 살 수 있는 여유가 좋았다.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숨겨진 아름다운 명소를 하나씩 발견하면서 아직 변질되지 않은 천연의 모습을 즐겼다.  그리고 남부에 사는 100가지 이유를 덜먹이며 아예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지난 주 한인회 모임에 갔다가 책 한권을 받아들고 “아하!” 했다.  이번에 몽고메리 한인회에서 반 인치 두께의 ‘2011 앨라배마 가이드’ 를 발간했다.  마침 내가 펼친 페이지에는 아이가 결석을 한 경우에 학교에 보낼 영문편지의 예문이 있었다.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띄여졌다.  페이지를 뒤적이니 완벽한 앨라바마 주의 소개와 앨라바마 큰 도시들의 상세한 안내도 있었고, 이민생활에 필수적인 다양한 생활 정보와 관광, 교육에 관한 정보까지 총 포함된 앨라바마 안내서이다. 

현대자동차가 오기 전과 오고 난 후의 몽고메리 한인사회 변화는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강산을 여러번 바꾼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앨라배미안들과 한인들의 인연도 빠른 속도로 탈바꿈을 했다.  이곳 한인들은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이주해온 한인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난 만큼 앨라바마에 정착한 한인들의 입김도 막대한 것이 여러지역 한인회 활동에 대한 소개에서 볼 수 있었다.  앨라바마에 진출한 한인 기업들과 업소들을 총 망라한 광고까지 있어서 명실공히 앨라바마 한인들의 현주소이다.    

6년 전 쯤인가 버밍햄의 일본단체가 일본인들을 위한 ‘앨라바마 가이드’ 책을 발간하자 많이 부러웠었다.  그 책자는 일본 주재원들이 앨라바마에 자리잡는데 도움이 되어서 각 지역의 경제개발원들은 일본기업을 유치할 적에 필히 소지하고 다녔다.  그런데 드디어 한인들을 위한 한글 가이드를 손에 잡고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수 십년 전, 내가 미국와서 버둥거리며 이민생활을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완전 격세지감이다.  이 책자를 잘 이용하면 이제 미국에 막 도착한 한인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이민생활에 적응할 수가 있다.  야무진 내용을 가진 이 책자는 앨라바마에 관심있는 한인들의 충실한 생활 가이드이고 옐로우 페이지이다. 

작년에 새로 선출된 몽고메리 한인회장과 몇 지도자들이 남부에 사는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한인들의 단합을 도모하려고 적극적으로 의기투합을 했다.  그들의 쿰바야가 맺은 아름다운 결실에 박수를 보낸다.  같은 동포로써, 이 ‘2011 앨라배마 가이드’의 창조에 헌신한 몽고메리 한인회 지도자들과, 또 협조한 많은 동포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이 책자의 발간을 지원한 많은 업체들의 주인이 바로 한인 동포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이곳으로 이사오는 한인들은 분명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