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싱턴 DC를 여행하며 워싱턴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오페라 ‘Madama Butterfly’ 를 보았다.  봄의 따스한 기운이 준 활기로 서둘러서 공연이 있던 케네디 센터로 일찍이 갔다.  마침 그곳에서 열리던 인도문화제를 골고루 둘러 보았고 또 맛있는 인도 음식으로 저녁까지 먹었다.  그리고 케네디 센터 2층 발코니에 서서 묵직한 안정감을 주던 DC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로 흥분했었다.      

좌석을 찾아 앉아서 프로그램 안에 끼여있던 광고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서늘했다.  요즈음 나의 의식과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아픔이 바로 그곳에도 있었다.  이 ‘나비부인’의 공연을 일본인들과 일본계 친구나 동료들에게 바친다는 공고였다.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복구를 돕기위해서 적십자사에 기금을 권하는 안내였다.  일본인 지인을 많이 가진 나는 오페라 하우스의 이런 배려를 감사했다. 

공연 시작 전에 오페라 하우스의 대표가 무대에 나와서 재난을 당한 일본을 생각해서 오케스트라가 특별히 일본국가를 연주할 동안 모두 일어서 줄것을 요청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꽉 메운 모든 관객들과 함께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국가를 듣는 기분으로 우울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160여년 미국과 일본이 가꾸어온 우정의 깊이도 인식했다. 

이탈리안으로 오페라가 공연되었지만 무대 위에 영어 자막이 나와서 작품의 흐름을 쉽게 따랐다.  하얀 결혼 기모노를 입은 청순한 여자의 입장에 슬픔의 그림자가 길게 따라왔다.  동서양 사람들의 성격이 일본 문화의 독특한 배경에 씨줄날줄로 들락이며 가수들의 감동적인 가창력으로 이야기를 엮어갔다.  슬픈 사랑의 애처로움이 일본 전통에 강하게 녹아 있었고 일본식으로 깔끔하게 처리된 단순 화사한 무대장치에 신비감마저 돌았다. 

가수들의 아름답고 열정적인 아리아를 들으면서 숨을 죽였고, 마지막 나비부인의 처참하고 운명적인 애달픈 선율에 나의 호흡도 멈추는듯 했다.  버림받은 냉혹한 현실을 맞이하자 “명예롭게 살지 못할 바에야 명예롭게 죽겠다”던 나비부인의 절규는 자식을 위한 강인한 엄마의 희생이었다.  그리고 나비부인의 영혼을 걷우던 그림자들의 섬세한 움직임은 슬픈 사랑의 서사시에 마지막 점을 찍어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주인공들이 분장을 지우고 무대의상을 평복으로 바꾸어 입고 나왔다.  늦은 저녁 시간이라 관객들은 거의 다 극장을 떠났지만, 남아있던 몇 사람들이 그들과 작품에 관한 질문과 대답의 시간을 가졌다.  한 배우가 극의 강렬한 감정에 몰두해서 노래하다가 다음 장면에서 감정의 균형을 되찾기가 힘들어 애먹었다고 했다.  또 미해군 역활을 한 러시안 테너는 이렇게 감정이 많이 개입된 작품을 공연하고 나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통역을 통해서 그의 고충을 알려 주었다.

나비부인 역활을 한 소프라노가 상기된 표정으로 일본에 연속 일어난 재난에 북받쳐서 노래 부르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실토했을 때는 나의 등골이 오싹했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이 홍수처럼 쏟아지던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졌던 무력했던 느낌도 되살아 났다.  프랑스인 지휘자는 무대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 음악연주를 조금 늦추기도 하면서 함께 긴장해서 오케스트라도 연주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렇게 이들 예술가들이 현 일본의 사태에 민감함이 이번 공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처음 공연된 1904년 이래로 예술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자랑하는 이 작품을 미국,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칠레, 중국, 한국출신 재능있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연기했다.  아무튼 오페라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3대 걸작중의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고, 단연 북미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임에 틀림 없음을 감동을 받고 극장을 떠나며 확신했다.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까지 겹쳤으니 현재 일본서 오는 소식은 암울하다.  자연과 인간이 일으킨 재해가 빠르게 수습되고 일본인들의 강한 저력으로 희생과 아픔을 딛고 다시 재건하길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