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테이블의 손님이 불쑥 일어나 웨이트리스한테서 커피팟을 얻어 들고 내가 앉은 테이블로 왔다.  그는 우리 테이블 사람들의 커피잔을 채워 주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의 노래가 특이하고 낯익었다.  세 사람이 앉아서 아침을 먹던 우리 테이블에서 그 노래를 알아 들은 사람은 한국계인 나 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놀란 나는 그에게 어디서 그 노래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1960년대 후반에 한국근무를 할 적에 배운 노래라며 그는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노란 샤스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묘한 기분이었다.  물컹 향수를 느끼게 하는 그 노래와 또 그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의 친절에 가슴이 짠했다.  우리 테이블 모두에게 커피 봉사를 하며 갑자기 나를 추억속으로 몰아 넣었던 그 백인노인은 다시 그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지은 이후로 어딜가나 내 모습 다른 것이 이곳 사람들 눈에 띄인다.  내가 한국인 인것을 알게되면 어김없이 현대자동차 연유로 이곳에 이사온 줄 알고 지극한 친절을 베풀어 준다.  약간 민망할 지경이다.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백인노인의 노래 소리가 귀에서 가슴으로 엉켜들어서 나는 함께 앉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하질 못했다.  196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대중가요를 이렇게 2011년에 미국 남부의 한 작은 식당에서 듣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한국전 이후로 많은 수의 미군들이 한국에 주둔했다.  현재도 근 3만명의 미군들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들의 의식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옆의 테이블에 앉아 천연덕스럽게 나에게 윙크하는 주한미군이었던 백인노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나는 한국이 주한미군들에게 준 영향을 생각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이들은 색다른 세상을 보았다.  보통 1-2년의 기간동안 한국에 근무하며 이들이 배워오는 것들은 몇 마디의 인사말 뿐이 아니다.  노래 가사의 의미는 제대로 모르지만 긴 세월동안 그 가사와 멜로디를 잊지 않고 있다가 한국인 앞에서 불러준 백인노인처럼 주한미군들은 한국의 문화와 풍습 일부를 배워온다. 

부대 안과 밖의 한국 사회에서 보고 느낀 것들로 이들의 가슴속에는 한국이라는 초상화가 그려진다.  더러는 따스하고 더러는 냉정한 그림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나름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한국관을 얻어 온다.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인정이 많은 한국사람들과 아름다운 정을 많이 나누었던 탓이라고 본다.  운이 좋아 한국여자들과 사랑에 빠져서 아예 반 한국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의 국경조차 허물어 버리고 산다.  

특히 공군부대가 있는 이 지역에는 많은 퇴직군인들이나 현역들이 한국근무를 한 적이 있다.  이곳에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짓자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해 준 사람들도 바로 한국을 체험한 군인들이었다.  한인식당에서 자연스럽게 불고기를 주문하고 김치를 맛있게 먹는 미국인들의 많은 수가 또한 그들이다.

“노란 샤스입은…”을 자랑스럽게 부르는 미국노인처럼 현대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미국인 지인들의 입에서 한국산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 현실이 바로 한국이 영향을 끼친 이곳 몽고메리의 변화이다.  그리고 내가 한국계라 가지는 자부심은 한국전을 치루어 주었고 또한 한국근무를 한 미군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