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고기처럼 신났던 주말 외출이었다.  ‘남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라는 Eufaula는 몽고메리에서 동남쪽으로  2시간 운전거리인 조지아 주경계에 있다.  18세기까지 크릭 인디언들이 살았던 이 지역에 백인 개척자들이 정착한 것은 19세기 초였다. 

현재 인구 1만5천 정도되는 이 마을은 미국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백인 개척민들이 강을 낀 위치가 좋은 이곳에 내륙항구를 개발하고 조지아와 앨라바마의 여러지역으로 상업을 하며 번성해서 부와 명성을 쌓았다.  남북전쟁시 경제는 몰락했지만 타운 지도자들의 지혜로 다행히 북군의 침략은 받지 않고 전성기에 지은 아름다운 집들이 많은 마을을 잘 보전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에 목화와 땅콩농사, 축산과 산림 등 활발한 경제개발에 주력해서 다시 번성하며 성장하는 곳이다.     

몇 년 전인가, 19세기의 고옥들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남편과 찾아 본 적이 있었다.  겨울이 주춤이던 2월초여서 그곳에는 미세한 추위가 머물고 있었다.  사람구경 차구경은 별로 못했지만 썰렁한 거리를 운전해 다니며 찬바람이 불던 거리 양쪽에 버티고 섰던 고옥들만 실컫 보고 왔었다.  남부 깊숙한 곳의 작은 마을에서 찾은 아름다운 빅토리안 건축물의 웅장한 기둥들에 감탄하면서 그 내부가 궁금했었다.         

일년에 한번, 진달래 꽃들이 색색으로 화려한 봄 치장을 하면 이 마을은 외부인들을 부른다.  역사적인 고옥들을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음악회등 여러 행사를 곁들여서 ‘Eufaula Pilgrimage’라는 큰 축제를 연다.  봄이 되면 꼭 다시 찾아 보려고 벼르다가 올해는 아예 달력에다 미리 표시를 해 두었다. 

이번에는 조지아에 사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와 찾아가려고 계획했다.  남부 역사와 자연 환경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그림속에 남부의 천연 바람을 불어 넣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Eufaula에 사는 예술 감각이 뛰어난 한 여자를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조지아에 사는 친구처럼 눈빛이 맑고 밝은 에너지를 나누어서 만남 후에 뒷맛이 좋았던 그녀는 북부에 살다가 내려온 한인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동쪽으로 운전해서 조지아에서 온 친구들과 중간쯤에서 만났다.  봄의 푸르름에 눈이 부셨으나 시골길의 잔잔한 평안스러움도 좋은 친구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 눈밖으로 스쳐갔다.  그 지역 가까이쯤에서 우리처럼 관광을 온 수 백대의 차들을 따라 거북이 걸음으로 마을에 들어서니 완벽한 날씨에 어울리는 완벽한 남부의 매력이 풍기던 길목에 반가운 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부시골에 접목해서 지역 사람들과 친분을 다지며 활발히 사는 그녀 덕분에 우리는 신나게 구경길에 나섰다.  찾아간 고옥의 입구마다에는 방문객들을 환영하던 지역 음악인들이 있었다.  현악기들로 연주한 잔잔한 클래식 소곡부터 켈틱노래와 미국 민요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바람처럼 꽃 사이를 누비며 우리를 과거로 안내했다.    

외관의 아름다움처럼 내부도 섬세한 구시대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는데 특히 각 집에는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초기 이민자들이 가져온 유럽문화의 잔재는 그대로 이민역사였다.  그 중에 섞여 있던 동양의 소품들도 그당시 활발했던 동서양 교역이 남부 시골까지 끼친 영향이었다.  구시대의 드레스를 입은 지역 자원봉사자들 중에 특히 어린 소녀들이 주의깊게 보아야 할 곳들을 지적하면서 집 내부와 가구에 얽힌 사연들을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들이 천연덕스러웠다. 

남부 작은 마을의 환대에 취했다가 돌아 오며 여전히 그곳을 찾아 가던 많은 차들의 긴 행렬을 보았다.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그 지역의 매력은 바로 조상을 존중하며 과거의 유산을 잘 보전하고 자랑하는 지역인들의 자부심 같았다.  고옥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봉사자들이 들려준 그 지역에 살았던 선조의 삶들이 그곳을 진실로 ‘가장 아름다운 남부의 작은 마을’로 지키는 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