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환경에 무관할 수는 없다.  몽고메리에 사는 햇 수가 늘수록 이곳의 과거와 현재가 내 생활 깊숙히 끼여든다.  이번에 다시 역사 공부를 하며 과거의 행위가 현재로 또 미래로 연결됨을 느꼈다.  잠시지만 50년 전 과거로 돌아갔던 기회를 통해서 였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굵직한 사건은 1812년전쟁과 크릭전쟁, 남북전쟁, 그리고 민권운동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 사건이 앨라바마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사건들은 미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근원지인 앨라바마에 끼친 영향 또한 대단했다.  그래서 그렇잖아도 이야기꾼들인 남부사람들의 역사풀이는 웬만한 픽션보다 더 재미있다.

앨라바마의 Dept of Archives and History 에서 한달에 한번, ‘ArchiTreats:  Food for Thought’ 라는 특별 강좌로 앨라바마와 관련된 주제의 전문가 강연이 있다.  지난 주 목요일, Freedom Riders 폭력사건이 일어난 지 50주년 기념일 전날, 역사가인 Mills Thornton박사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정확히 50년 전 과거로 데려갔다.

50년 전 이곳 남부는 인종문제의 용광로였다.  민권운동이 시작된 후로 흑인들도 법적인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었지만 사회전반에는 여전히 흑백 분리 차별제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북부의 민권단체인 The Congress of Racial Equality가 버스 터미널 시설의 차별제도에 대한 항의 운동을 계획했다.  그들이 1947년에 시도한  첫 움직임이 백인들의 저지로 참혹한 실패로 돌아가자 1961년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단체의 행동대, Freedom Riders로 지원한 흑백 남여 대학생들은 워싱턴 DC 에서 2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뉴올린스로 향했다.  비폭력을 원한 이들의 여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나는 곳 마다 버스 터미널에 기다리고 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부터 공격을 받았고 버스 한대는 앨라바마의 애니스톤 지역에서 방화되었다.  이들이 버밍햄에서 몽고메리로 이동하는 동안 상공에서 주방위군 헬기가 이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버스가 몽고메리의 터미널에 도착했을 적에는 사정이 달랐다.  기다리고 있던 수 백명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버스를 타고온 학생들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주먹과 쇠몽둥이로 폭력했다.  연방정부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받은 지역 경찰은 폭도들이 폭력을 행사할 시간을 준 다음에 느린 거북이 걸음으로 이들을 보호하러 왔다. 

Thornton박사가 그 당시의 상황을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인물들과 연결시켜서 사건의 전후를 실시간 보도처럼 설명해 주는 바람에 긴박감이 있었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관련 인물들과 그들이 이 사건에 어떤 말과 행동을 했다는 것과 그리고 Freedom Riders 폭력사태에 따른 몽고메리 시민들의 반응까지 사건의 전모가 설명되는 동안 나는 긴장해서 주먹을 꼭 쥐고 들었다.

전 국민을 경악시킨 이 폭력사건은 결과적으로 몽고메리를 변화시켰고 미국을 변화시켰다.  며칠 후 앨라바마 상공회에서 공식적으로 법은 엄중하게 지켜져야 함을 강조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그리고 백인지도자들은 그동안 행사해 오던 흑백 차별 버릇을 법에 따라 철폐했다.  변화를 쉽게 받아 들이지 못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난동도 법 앞에서는 무력했다.  불쑥 법적인 강요에 의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태도 변화가 아니라 자발적인 변화였다면 오늘날 상황은 어떠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년 전, 죽음을 각오하고 정의에 나섰던 용감한 젊은이들의 행위가 용기를 준다.  남부의 인종차별 상황은 50년 전 보다는 엄청나게 변화되었다.  물론 미래의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도 있다.  이번 50주년 기념식을 기회로 그 당시의 주지사와 Freedom Riders였던 사람들이 50년이 지난 후에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서 사과와 화해의 장을 열었다.  이것은 분명 치유에 필요했던 반가운 절차였다.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있는 그 당시의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은 이번 그 사건의 50주년 기념일에 ‘Freedom Rides Museum’으로 문을 열었다.  역사적인 민권운동의 활약을 알리는 또 하나의 명승지로 새롭게 탄생해서 방문자들의 의식을 깨우쳐 준다.  이민자인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의 사회, 그 뒤안에는 많은 희생자들의 땀과 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