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세상이다.  나무잎 떨어지는 소리와 추위에 움츠리는 가지소리도 들린다.  사람살이 거친 굴곡이 하루 생활속에 섞여있다.

오늘은 이라크에서 전사한 한 젊은 군인의 장례식이 있다.  그의 전사 소식에 이 작은 도시가 우울함에 젖었는데 며칠전에 그의 시신이 고향에 돌아왔다.  장례식이 있는 교회를 찿은 조문객들이나 장례행렬을 따라 장지까지의 길거리에 성조기를 들고 서 있는 시민들의 가슴이 무겁다.  슬픈 일에 하늘도 함께 우는지 아침부터 줄곳 비가 내린다.

용감하게 자유를 지킨다고 나섰던 그는 겨우 19살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에 들어간지 6개월만이다.  고등학교 다닐때 축구부의 쿼터백으로 활약하며 사랑받던 젊음이었다.  특히 축구가 신앙으로 강하게 뿌리 박힌 남부 도시에서다.

어제 그의 시신이 멈추었던 고등학교의 체육관에는 축구부 시절과 육군에서 활약한 그의 비데오 영상들이 작별을 고하러 찿아 온 조문객들을 맞았다.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타 고등학교의 축구부단도 찿아와서 19살, 짧은 그의 삶에 충격을 받았다.

공공기관에서는 그를 추모해 반기를 달고 그의 죽음을 함께 안타까워한다.  검은 리본을 문에 단 회사나 가게들도 있고 가족을 위한 감동의 메세지가 적힌 광고판도 여기저기 거리에 보인다.  나라를 위해 참전했다가 희생된 군인에 대한 사랑과 경의 표시이다.

이 젊은 군인의 장례식에 와서 반전 데모를 벌린다고 사전에 광고한 종교 단체가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켄사스주에 있는 어떤 침례교회원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장례식을 찿아 다니며 반전 운동을 벌린다.  그들은 동성애를 용납하는 미국인들의 생활자세가 바로 젊은이들의 죽음을 가져왔다고 믿는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모순이다.  의식과 본연이 흐릿해져버린 이런 미국사회가 서글프다.

다행히 이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그룹이 있다.  주로 참전용사들로 구성된 모토사이클 단원들이 전사한 군인들의 장례식마다 나타나서 추모의 예의를 지킨다.  오늘도 이 젊은 군인의 마지막 장지길을 지키려고 쏟아지는 비에도 불구하고 희끗한 머리색의 한 그룹이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그들의 모토사이클에 달린 성조기들이 비를 맞으며 더욱 선명하다.

장례식이 끝나고 장지로 향할때쯤 비도 그쳤다.  오늘은 전쟁이 일어난 이유나 희생의 의미를 따질 필요가 없다.  생활속에 찿아 온 전쟁과 그 과정의 후유증을 맞이한 이런 장례식을 보면서 엄청난 값을 치루어야하는 자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다질 뿐이다.  불과 몇달만에 다시 이렇게 젊은 군인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곳 주민들 더욱 초연해진다.

이라크 전쟁 시작후 수 천의 죽음 소식을 들었고 수 만의 부상자 소식을 들었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소중한 삶이라 전쟁의 끔찍함에 가슴 눌리는 날들이 많고 “Freedom is not Free” 사인앞에서 늘상 압축된다.

군인으로 보낸 내 젊은 시절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가진 부모로써, 19살에 멈춘 삶이 애처로워 너무 가슴이 아픈 날이다.  창밖에 비치는 장례 행렬을 보며 이 젊은 군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훗날, 이런 젊은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되돌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