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선가 마음껏 달리고 있니?  모든 개는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 했으니 너도 먼저 간 리오와 샤샤를 만나서 신나게 재회하겠구나.  너희들을 사랑한, 뒤에 남은 인간 가족을 생각해주렴.

요즈음 더욱 몸을 추스리지 못하던 너를 불안하게 지켜 보면서 언젠가 오늘이 오리라 두려웠어.  하지만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부정하고 너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안했어.  오늘 아침, 어제보더 더 가볍게 걷는 너를 뒷 뜰에 두고 집을 나서면서 마음이 편했어.  내 기분도 덩달아 가벼웠거든.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즐거웠어.  너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고 있음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말이야.

집에 와서 늘 네가 있던 자리에 없자 갑자기 무서운 불안감에 휩싸였어.  너를 찾아 뜰을 온통 다니다 네가 평소에 전혀 가지 않던 귀퉁이, 잔뜩 우거진 숲 뒤에 네가 꼭꼭 숨어 있음을 봤어.  푸른 잎들 사이로 너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뒤뚱이며 걷던 네가 어떻게 그곳으로 들어갔는지 아무리 네 이름을 불러도 전혀 대답이 없었어.  너는 그렇게 숨어서 혼자 세상을 떠났구나.

그동안 너를 돌보아준 의사선생님이 너를 쓰다듬으시며 그러셨어.  독립심이 강하고 성격이 강했던 아름다운 개였다고.  나이가 많아서 심장마비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개음식을 싫어하는 너에게 매일 고기 덩어리를 구워주었고 햄버거를 사주어서 너의 콜레스트롤을 높였다면 사과할께.

너를 두고 돌아오며 우리는 오래 전에 너와 리오를 텍사스에서 처음 데려오던 날을 생각했어.  초롱초롱 영리하던 강아지들, 기억나니?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주고 또 너희들이 좋아 하는것, 싫어 하는것을 알게 되며 우리는 한집에서 사는데 서로 적응해갔어.  너희들은 은근슬쩍 기쁨으로 우리 가족의 생활속에 자리 잡았어. 

응석받이였던 네가 든든하게 우리 가족의 보디가드가 되고 운동코치가 되었어.  또 나의 비밀스런 생각을 나누는 친밀한 친구가 되며 늘 내 하루의 중심에 있었어.  너를 간지름 태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아니?  그동안 너와 만든 추억은 집 안밖과 근처에 너무 많구나.  리오가 아파서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지난 10년 동안 내 그림자가 되어 집안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너의 숨결이 느껴져.        

마루나 타일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너를 위해서 집 안에 미끄러지지 않는 작은 카페트를 곳곳에 깔고 자주 사고치며 민망해하는 너를 위해 네가 걷는 길에 깔아 놓은 목욕타월 십 여개가 오늘은 민망하게도 깨끗하구나.  네가 주고 간 사랑과 너를 통해서 배운 많은 지혜 잘 간직할께.  네가 이렇게 내 가슴에 아픔으로 남게 되리라는 것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잖아.  하지만 너를 잃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네가 좋아하는 멕도널드의 쿼터 파운드를 사러 가다가 아차하고 돌아 왔다며 슬프하는 사람 가족의 마음을 느끼니?  네가 비운 자리, 딸 아이들이 커서 떠난 자리까지 메꾸어 주었던 네가 없으니 멍해진다.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고 네가 옆에 없어서 우리 부부는 온 집안을 휘청이며 걷고 있어.        

그러나 너는 내 가슴에 있어.  나의 영원한 그림자로.  내일은 우리가 즐겨 다녔던 공원을 찾아갈께.  네가 리오와 샤샤와 너희들이 즐겨 찾던 공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싶어.  그리고 그만 울께.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소중한 기쁨으로 간직하도록 주고간것 고마워. 

너도 이 땅에서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자유롭게 훨훨 뛰어 다니렴. 

사랑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