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주위의 친구들과 달리 나는 거북이 걸음이다.  연말의 손님치례와 여행으로 아직 온 몸이 피곤한데 마음 가다듬을 틈도 없이 들이 닥친 일거리들로 정신없이 바쁜 주다.  눈 딱 감고, 금요일 점심시간에 창가로 의자를 돌렸다.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서다.

어릴때 한국에서 꿈을 먹고 컸고, 꿈을 찾아 다니며 살았지만 여전히 머리와 가슴은 제각기 다른 꿈들을 원한다.  이루어 지지 않은 꿈들이 벅찬 무게로 가슴에 있지만 내 생활에는 절대적으로 꿈이 필요하다.  아무튼 가끔씩 이렇게 새롭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축복인가.

새해라고,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고 줄줄이 채운 단추들 다 빼고 다시 채울 만한 여유가  우리 인생에 없다.  흘러간 꿈들은 그렇게 과거에 묻어 두고, 이제는 새롭게 다가 오는 시간들에 집중한다.  

해마다 연초에 많은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들을 세우지만 솔직히 한해도 목표들을 다 이룬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싱싱한 한해를 욕심내면서 여러가지 소망을 적어 본다.

좀 더 맹렬한 삶을 위한 노력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 정기적인 운동과 주위 사람들을 모두 사랑하자는 각오, 올빼미식 생활자세를 고치고 하는 일마다 좋아하자며 적어가는 리스트는 예년과 늘상 비슷하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또 좋은 글도 많이 써 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생활,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할 계획 보탠다.  새롭게 꾸는 꿈들이 바람따라 흩어지는 헛꿈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알찬 목록을 정리한다. 

그러나 이제는 높은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려는 야망이 없음에 놀라고 내 꿈의 목록이 너무나 편안하고 단순함에 충격 받는다.  기분은 아직 20대 인데, 은연중에 “나이는 못 속인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기가 죽는다.

그러나 현명하게 살고 싶다.  주부의 의무는 가끔씩 휴업해도 내 자신을 더욱 소중히 가꾸자고 마음 먹는다.  좀 이기적이지만 이만큼 살며 생긴 깡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피우는데,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자정에도 커피 뽑는 내 생활 태도에 남편도 이젠 익숙해서 불평 안해서 좋다.

연초에 세우는 결심들 금방 깨어져 버려서 올해부터는 아무 결심도 안 세우고 그저 하루들 열심히 살겠다는 한 직장 동료는 이번주부터 살빼기 작전을 한다.  재밌게도 그녀의 살빼기 작전은 매일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에 실패한 민망함을 안 느껴도 되는 장점이 있어 나도 솔깃해진다.  나도 매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으니까.     

누군가가 “Dream big, and dare to fail!” 이라 한 충고를 딸들에게 이메일 보내고, 나도 내 새로운 꿈들을 정리하며 세상 돌아가는 변화에 깨어 있는 의식으로 2007년과 악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