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마바주는 관광객을 끌기위한 대단한 노력을 한다.  주 관광처가 해마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는데 2005년은 ‘앨라바마 음식의 해’였다.  그해에 주 관광처가  ‘죽기전에 먹어 보아야 할 100가지 앨라바마 음식’ 이라는 작은 광고전단을 만들어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했다. 

접은 전단의 한쪽에는 앨라바마 67카운티의 곳곳에 알려진 식당들의 100가지 별미 음식들이 도시 별로 열거되어 있다.  반대쪽에는 1월부터 12월까지,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100가지 정도의 음식 축제나 요리행사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음식자랑에 앨라바마 주지사 부인이 앞장섰었다.  그녀는 웹사이트에 집안에 내려 오는 음식들과 그녀가 즐겨 요리하는 음식들의 조리법도 소개했다. 

이곳 단체나 교회에서는 기금 모으기위한 방법으로 각 회원이 제출한 집집마다의 조리법을 모아 책 만들어 파는 것을 좋아한다.  소문난 별미 가진 식당은 자기네 특유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모아 작은 책자로 만들어 계산대옆에 두고 팔며 광고도 하고 수입도 올린다.

조오지아주가 탐스런 복숭아가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앞장세워 복숭아 생산지라고 광고 하지만, 정작 달콤한 복숭아는 몽고메리에서 35마일 정도 북쪽, I65 지나는 길에 있는 클란톤에서 생산된다.  한국의 천도복숭아 같은 것도 있는데 여름에는 그곳 절대로 그냥 안 지나간다.  그리고 생산지에서 만들어 파는 복숭아 아이스크림은 입안에 들어가면 그저 눈이 감긴다.

농사도 많이 짓지만, 먹는 것도 즐기는 남부생활이라 몽고메리 야구팀 이름도 ‘비스킷’ 이고, 남부에 관련된 음식들이 책이나 노래속에도 많이 들먹여 진다.  그룹 “Alabama”의 유명한 노래, “Song of the South” 중에 고구마 파이가 연거푸 열창되고 있듯이 남부와 음식은 뗄수 없는 천연스런 가족이다. 

아무튼 Southern Fried Chicken, Fried Catfish, hushpuppies, fried green tomatoes, collard greens, cornbread, sweet tea, banana pudding, red velvet cake등 앨라바마의 간판음식이 참 많다.  이 남부음식들을 처음 보면 프랑스 음식같은 우아함이 없고 투박한 시장음식같지만 자꾸 먹다보면 깊숙한 맛과 푸근한 남부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땅콩도 구은것보다 소금 많이 쳐서 오랫동안 푹 삶은 것은 정말 맛있고 먹을수록 은근히 고소하다.  삶은 땅콩은 시골 도로변에서 팔기도 하지만 각 지역 축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단한 인기 음식이다.

땅콩에 얽힌 작은 도시의 일화가 있다.  1892년에 멕시코에서 텍사스 국경을 건너 온 목화다래바구미 (Boll Weevil) 라는 해충이 동쪽으로 번져오며 목화 농사를 망쳤다.  이 해충이 1915년에 앨라바마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엔터프라이저에 도착해서 1916년에 그곳의 주 작물인 목화농사를 거의 전멸시켜며 농부들을 파산 지경으로 몰아 갔다. 

그때 한 지도자가 해결책으로 목화대신 땅콩을 재배해 보라고 권장했다.  그당시에는 주로 버지니아, 남.북 케롤라이나주 등에서만 땅콩을 재배하고 있을 때였다.  땅콩농사 가능성을 타진하고 땅콩씨도 구해서 농부들을 설득한 결과, 1917년에는 많은 농부들이 땅콩을 재배했다.  그리고 그해 그곳에서 백만부쉘 이상의 수확을 거두었다.  2년후에는 국내의 어느 카운티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땅콩을 이 지역에서 생산했다.

땅콩농사로 회복한 경제가 도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전환의 기회를 마련해준 목화다래바구미를 기념하기위해 1919년에 엔터프라이저 시민들이 다운타운에 이 해충의 기념비를 세웠다.  아마 전 세계에서 해충에게 영광을 주는 동상은 이것밖에 없을께다.  이 해충의 동상을 보러 일부러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이것은 관광명소의 하나이고 역사적인 기념물로도 등록되어 있다.  푹 삶은 땅콩을 좋아하는 나도 이도시에 들러서 작지만 특이한 해충동상을 찾아가 봤는데…하나도 징그럽지 않았다.

남편이 ‘먹기위해 사는 사람’ 이어서 우리 식구들 외식 자주한다.  음식에 까다롭지 않은 남편은 이 지역만 아니라 근교의 식당들 기분 맞추어 골라 놓고 있다.  새로 개업한 식당들에 대한 소문도 잘 듣고, 목요일 신문에 나는 식당소개 열심히 본다. 

예전에 독일에 살때, 파리의 어떤 해산물 전문식당의 음식 먹으러 8시간 운전해서 찿아가는 극성을 피운 적도 있다.  이렇게 남편은 늘상 임신해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은 꼭 먹어야한다.  덕분에 우리식구들 맛있는 음식 즐길 줄 알게 되었고 딸들은 동양음식보다 남부음식을 더욱 좋아한다.     

지금도 내 차안에는 ‘죽기전에 먹어 보아야 할 100가지 앨라바마 음식’ 전단이 있다.  여행 기회 있을때마다, 그 전단에 열거된 소문난 음식을 맛보고 체크를 한다.  아주 가끔 “별로네” 싶지만, 거의 모든 음식들은 “역시나!” 이다.  이제 한 40가지 먹어 봤는데 언젠가는 나머지 음식들도 먹어 볼 작정이니…이것도 바로 앨라바마에 살며 즐기는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