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라.  요즈음 앨라바마 지역 정치인들 얼굴이 많이 일그러졌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기적인 안목으로 행한 결정이 불러온 여파가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줄은 예상하지 않았던 것같다. 

앨라바마의 정치권을 장악한 공화당이 서둘러 통과시킨 앨라바마 반이민법안을 주지사가 사인해서 법적 효력을 발휘시킨지 6개월이 되었다.  작년 4월에 애리조나 주가 반이민법을 통과시킨후 여러 주에서 비슷한 법안을 내놓았지만 그중 불체자들에게 가장 잔인한 올가미를 씌운 법안이 바로 이곳 법안이다.  전국에 그 내용이 알려져서 악명이 높아진 이 법안에 나도 이곳 사는 지인들과 함께 경악했었다.

많은 불체자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빠르게 앨라바마를 떠났고 한 집안에 신분이 다른 가족들의 공포에 몰린 상황들이 줄줄이 보도 되었다.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한 농부들의 원성도 적당히 묵살하며 자신들이 통과시킨 반이민법이 앨라배미안들의 실업율을 줄여 줄것이라고 고집하던 앨라바마 정치인들이 도전을 받았다.  연방정부와 여러 단체에서 앨라바마 반이민 법안을 법정에 끌고 갔으니 그렇잖아도 미국 50개 주의 빈곤순위에서 바닥을 차지하는 앨라바마 재정에 이젠 법률비용까지 얹혀졌다.

농업이 주업이라 허덕이던 이곳에 20년 전에 자동차 공장을 짓고 앨라바마 경제를 키워주던 독일 벤츠공장에 온 독일인 임원이 앨라바마 반이민법에 저촉되어 경찰에 체포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어서 벤츠공장 다음으로 앨라바마에 공장을 지은 일본 혼다자동차 공장의 일본인 임원이 역시 반이민법에 저촉되어 경찰의 저지를 받았다.  이 사태들은 자동차 산업등 해외기업 유치에 팔걷고 나선 많은 경제개발원들의 노력을 민망하게 했다.  두 케이스 모두 빠른 속도로 해결되었지만 아무튼 그 뒷맛이 썼다.

앨라바마 반이민법은 히스패닉만을 상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외부인들을 상대한 배타성이 강한 앨라배미안들의 근성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시대에, 특히 한국의 현대자동차까지 유치해서 단연 남부의 디트로이트라고 자랑하던 얼굴과 반이민법을 제정한 얼굴의 차이점은 동전의 다른 면이었을뿐 결국 한 얼굴이었다.

무안당한 주지사와 주 검찰총장등 줄줄이 변명 비슷한 성명서를 내어 놓고 불끄기 작전에 들어갔다.  반이민법에서 개정할 부분을 고려중이라며 앨라바마는 외국기업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말보다 행동이 더 강하게 사람들의 의식에 각인되었다.  경제개발과 공교육 개선을 위해 쏟아 부어야할 노력을 엉뚱하게 반이민 정책에 집중하는 앨라바마 정치인들의 시야가 앨라바마 주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연방대법원이 애리조나 주의 반이민법에 대한 상고를 받아들인 결정의 뉴스를 들으면서 마음이 다시 심란해진다.  2012년이 반이민법으로 시끌거리며 대통령 선거운동까지 삼킬테라 정작 시급한 미국 경제의 부흥을 위한 노력이 외면 당할까 겁난다.    

지난 12년 가까이서 사귀어 온 한 부부가 내년 3월에 뉴햄프셔 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온화한 날씨나 세금문제등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노후를 이곳 남부에서 보내려고 하던 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은 바로 앨라바마 반이민법이다.  북부출신인 민주 개혁파인 이들에게 남부의 뒤쳐진 환경은 끈임없는 도전이었다.  그동안 각종 차별이 만연한 사회환경을 변화시키려고 민권단체등에서 열심히 노력하던 이들의 노력은 아무런 수확도 거두질 못했다.  이 부부가 크리스마스 카드속에 끼워 보낸 편지는 냉소를 띄운 고별편지였다.        

북부로 이사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마지막 문구를 읽으면서 빈곤한 주에서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주인 뉴햄프셔로 떠나는 이 부부에게 행복과 평안을 바랬다.  하지만 나는 앨라바마에 버티고 살면서 앨라바마 반이민법이 무효화 되는 날을 목격하고 싶다.   앨라바마에 사는 부끄러움을 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