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이사 오기전에 전혀 몰랐던 비밀, 이 작은 남부 도시에 세계수준의 연극 극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몽고메리의 실업가며 자선가였던 한 부부가 기증한 300 에이커의 문화공간은 이 도시의 황금알이다.  공원안에 미술관, 셰익스피어 가든등 여러 볼만한 영국풍의 시설들이 많지만, 그중 심장은 단연 Alabama Shakespeare Festival (ASF) 이라는 연극극장이다. 

1983년에 2천만불 이상을 들여 지은 이 웅장한 ASF 건물안에는 두개의 극장을 포함한 여러 시설들이 있다.  750명을 수용할수 있는 페스티발 무대와 250명을 수용할수 있는 옥타곤 무대를 통해 해마다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이 극장의 명성은 연극계에 잘 알려져 있다. 

ASF은 전 세계에 있는 10개의 셰익스피어 극장중 6번째로 큰 시설이다.  또한 영국 로얄 셰익스피어 극장기를 달 수 있는 영예를 가진, 세계에서 5개 밖에 없는 셰익스피어 전문 극장중의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이곳 뿐이다.  그러니 국내 50주에서만이 아니라 해외 60여 나라에서도 연극광들이 공연보러 온다.

연극을 좋아하는 내가 이곳와서 이 극장을 찿은 기쁨은 대단했다.  공군에서 퇴직하고 이곳에 정착한 이유중의 하나에도 이 ASF 이 낀다.  해마다 고전과 현대극이 비슷한 수로 공연되는데, 몇년 전부터는 남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몇 작품은 이곳에서 초연된후 부로드웨이로 진출했다. 

ASF은 한 작품을 공연하기 전에 1-2년에 걸쳐 최대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한다.  작품이 결정되면 뉴욕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감독.배우들만 아니라 무대장치나 의상 전문가도 작품에 따라 적격자를 스카웃해 온다.  또한 앨라바마대학의 예술 석사과정의 젊은 연극인들이 ASF 에서 1년 실습을 하면서 조연으로 맹렬한 활기를 보탠다.

특히 이번 시즌 무대에 오른 작품들은 잔잔한 기쁨만 아니라 깊은 아픔과 전률할 정도의 감동을 준다.  이번에 ASF 에 초연된 “Gee’s Bend” 는 내가 이곳 남부 흙에 얼마나 깊은 애착을 느끼는지 확실히 인식시켜준 작품이다. 

Gee’s Bend 라는 지역은 몽고메리에서 한 70마일 남서쪽에 있는 앨라바마에서도 아주 가난한 카운티에 있다.  앨라바마강의 구부정한 줄기에 위치한 지역으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그나마 켐덴이라는 작은 도시로 나갈 수 있는 곳이다.  이 척박한 지역에 1845년에 목화농사를 짓는 농장주를 따라 한 백여명의 노예들이 강을 건너가서 정착했다.

그곳 사는 흑인여자들이 대대로 헌옷이나 무엇이든 생기는 옷감 조각에 솜을 넣어서 누비이불을 만들어 생활을 연명했다.  헝겊 조가리들을 맞대어 한올 한올 바느질로 힘든 세상살이 꿰어 나가며 눈물과 한숨은 삼키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희망을 찿았다.  그래서 그들이 만든  누비이불은 예술적인 면보다는 투박한, 억센 환경의 설움을 버틴 끈질긴 인생사와  미국 남부의 역사가 축축하게 배여있다.     

앨라바마에서 누비이불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단히 많다.  그러나 이들이 특히 각광을 받는 이유는 지형적으로 차단된 지역에 살며 취미로서가 아니라 생활수단으로 누비이불을 만든 억눌렸던 과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누비이불은 이 작은 앨라바마 시골을 벗어나 전국에 알려져서 동부의 대도시의 미술관에서는 남부 민속 작품으로 전시한다.  Gee’s Bend산 누비이불 갖고 싶지만 이제는 값이 너무 비싸서 구하기 힘든다. 

이번에 그들의 사연이 ASF 무대에 올랐다.  오프닝쇼에 직접 이 작품의 실제 인물이었던 Gee’s Bend 여자들이 우리 관객들속에 섞여서 무대위의 자신들을 함께 봤다.  가슴에서 올라온 한 덩어리가 예술적으로 승화되어 무대위에 쏟아졌는데 피부색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들 웃고 또 울었다.    

이번 시즌의 첯 작품이었던 “Crowns” 라는 남부작품을 깔끔하게 감독했던 Janet Cleveland 씨가 이 Gee’s Bend도 감독했다.  미시건에 사는 그녀가 전국에서 스카웃해온 적역의 배우들, 한맺힌 흑인들의 감정 표현을 기폭 넓게해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내가 신났던 사실은 미국 연극계에 확고한 위치를 성립한 재능가인 그녀는 한국계 어머니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후 다시 만난 그녀와 즐겁게 한국말로 인사 나누는 기쁨도 있었다.      

뉴욕이나 런던을 안가도 세계 수준의 연극을 이곳에서 볼 수 있으니 나는 집에서 5분 거리인 이 극장의 단골 손님이다.  이 극장의 정기회원으로 해마다 10편이상 공연하는 작품 다 본다. 

살면서 피곤할때, 생활이 우리를 속이더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극중의 상황에 침몰할 수 있는 여유는 내가 즐기는 사치이며 생활의 밸런스를 찿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 찿아 이곳 오는 친구는 꼭 연극을 보여서 보내고, 누구한테든 ASF 극장, 몽고메리의 명소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