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재판을 거치며 질기게 이어지던 대하 드라마가 끝났다. 그동안 연방 수사국 FBI와 주 수사국 ABI가 수사를 하며 앨라바마를 어수선하게 하던 도박 법안 표 매수에 대한 두번째 재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배심원들의 무죄 판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내 속이 껄끄럽다.

2008년에 당시 공화당 주지사가 불법 도박단속 특별 조사단을 형성하며 시작한 도박계와의 파란만장했던 줄다리기가 끝남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앨라바마에서 도박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카지노 주인들이 정치인들의 표를 사려고 벌린 뇌물수수등, 그동안 언론에 알려져서 주민들을 경악하게 했던 120 가지 죄목의 행위들이 모두 무죄라는게 놀랍다.

이제 공정한 법적 처리가 이루어졌느냐라는 질문은 무색하고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조차 우습다. 막강한 정치인들과 도박계 거물 11명이 수갑과 족쇄에 채워져서 법무부에 체포된것은 지난 2010년 10월, 선거 한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법무부가 워싱턴 DC에서 이들을 체포한것을 발표하는 바람에 앨라바마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그 사건이 다음달 선거에 영향을 주어서 공화당이 주 상하원을 완전 석권하도록 도왔다. 그후 앨라바마는 더욱 보수성향으로 변했다.  

죄명이 많다고 험악하게 체포되어 갔던 피고인들이 이제 자유인으로 환하게 웃는 사진들과 재판에 관한 기사가 신문 4 페이지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실타래를 풀었던 몇 사람, 그들이 지은 죄상을 인정한 사람들은 설 곳이 없어졌다. 대어들은 모두 법원 문을 활짝 열고 나섰지만 그 몇 사람은 아직 법망에 갇혀있다.

지난 17개월동안 발목에 채워져서 움직임을 통제받던 모니터를 빼고 나온 도박계의 거물이 함께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과 법정을 나서면서 지른 함성이 내 귀에도 들리는것 같다. 기쁨에 넘친 카지노 주인은 지난 2010년에 문을 닫았던 그의 카지노를 다시 열어서 2,000명의 일자리를 찾아주는데 집중하겠다고 천명하자 주 검찰 총장이 즉각 반응했다. 작년 1월, 신임 주지사는 부임 첫날에 전 주지사가 구성한 말썽 많았던 불법 도박단속 특별 조사단을 폐지시키고 그 임무를 주 검찰 총장에게 넘겼다. 주 검찰 총장은 도박이 불법인 앨라바마의 법을 엄격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총장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거물 카지노 주인은 그 다음날 신문 한 페이지 전면에 대서특필로 그가 무죄 판결을 받도록 도와준 변호사팀과 지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긴 법정 투쟁을 거치며 보여준 역량을 어김없이 발휘해서 그의 승리를 광고하며 기염을 토했다.

아무튼 정부가 이 도박 재판에 들인 끔찍한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낸 시민들의 몫이다. 그러나 세금 잘 내고 법 잘 지키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시민의 한사람인 나는 이 사건의 귀추를 따르면서 오락으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관람료를 물어서 많이 억울하다.

어쩌면 정치, 경제, 사회, 사법, 종교계가 모두 동원된 이 대하 드라마의 스토리는 복잡미묘한 앨라바마의 얼굴같다. 1901년에 작성된 시대에 뒤쳐진 앨라바마 주 헌법과 주 사법권과 카운티 사법권이 역시 제각기의 용트림을 하는 바람에 불법 도박에 대한 정의가 카운티 경계를 넘으면서 귀걸이도 되고 목걸이도 되어서 혼란이 생긴다. 더우기 이번 재판에서 보았듯이 연방법과 주법이 화합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이곳에 오래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앨라바마에 가끔 정 떨어질 때가 있다. 이번 도박 재판을 따르면서 그랬다. 이런 대하 드라마가 연출된 지역 환경이 낯선 것이 아니라 그 종결이 낯설지 않아서다. 그러나 대하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음을 지난 며칠 검찰 총장과 카지노 주인이 예고편으로 보여 주었다. 앞으로 계속될 속편은 새롭게 태어나는 봄기운을 가지고 매력적인 플롯의 드라마가 연출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