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중국계친구의 초청으로 중부 앨라바마지역 중국인회가 주선한 새해찬치에 참석했다. 돼지장식품들로 단장된 한 교회의 거대한 생활관에서 부의 상징인 돼지 저금통들이 앙징스런 안경을 끼고 테이블위에 앉아서 손님을 맞았다.
많은 중국인들이 전 세계로 이주한 옛날,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년에 3-4번 만남의 장을 갖지만, 특히 구정행사는 거창하게 한다. 이들의 새해 잔치는 해마다 그 규모가 커져서 올해도 State Treasurer 와 몽고메리시장을 포함한 4백50명이 넘는 손님들이 (반정도가 타민족) 모였고, TV나 신문기자들도 와서 크게 취재했다.
회장이 능통한 영어와 중국어로 중국의 새해 관습과 행사 순서를 일일이 설명해 주는 동안 옆의 대형 스크린에는 중국소개 필름이 계속 돌아갔다. 한국식 새배돈 주듯이 아이들에게 행운의 돈을 나누어 주는 테이블 앞에는 전통의복의 귀여운 아이들이 많이 줄 섰다.
중국이 현재의 경제성장을 즐기는 배경에는 세계 각처에서 긴 세월 열심히 일하며 그 지역의 경제권을 장악한 이런 중국계 교포들이 있다. 눈에 띄이지 않게 갖고 있는 그들의 경제권력이 본국의 발전에 막강한 저력으로 활약한다. 미국의 경제는 중앙은행의 의장보다는 중국의 움직임에 달려있다는 일설도 상당히 근거가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세계 제 3의 거대한 경제대국이고 또 2008년에 올림픽을 개최하니 당연히 앨라배미안들도 중국에 관심이 많다. 작년에 주지사와 많은 이곳 경제인들이 중국을 방문한후 앨라바마 각처에 중국바람이 뜨겁게 분다. 중국을 소개하는 세미나와 교역에 필요한 많은 정보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Alabama World Affairs Council 도 중국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중국의 영향력에 초점을 둔 흥미있는 토론을 했었다.
트로이대학은 중국 대학들과 1-2-1 프로그램을 짰다. 중국학생들이 그곳에서 1년을 공부하고 이곳 트로이대학에 와서 2년을 공부한후 다시 중국대학으로 돌아가서 1년을 더 공부하고 졸업하면, 양 대학에서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상당한 인기라서 지금 트로이대학에는 중국서 온 학생들이 수백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2년동안 철저한 문화교류를 하고 있으니 모두가 win-win 이다. 점심후 공연에도 중국학생들의 프로같은 탈렌트가 아낌없이 소개되었다. 회원들의 식당에서 만들어 온 음식들로 푸짐한 점심을 나눈후, 테이블들을 모두 치우고 의자들은 생활관 삼면 벽주위로 옮겼다.
비운 중앙을 무대로 두마리의 사자가 귀여운 재롱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뒤따라 신나게 몸을 틀며 넓은 공간을 한바탕 휘저은 거대한 용 두마리 (오하이오의 대학에서 특별히 ㅤㅊㅏㅊ아온 Golden Dragon팀과 이곳 몽고메리의 Silver Dragon팀) 의 춤은 환상의 세계로 몰아 갔다. 재주꾼 어린아이들의 춤, 쿵후, 마술까지 10여가지의 다양한 즐거운 공연이 잇따랐다. 아름다운 중국계 여자가 유창하게 영어와 중국어로 공연자들을 소개했는데 그녀의 남편은 기분좋게도 한국계이다. 중국인들의 잔치에서 우리는 한국말로 첫 인사를 나누었다.
중국계 미국인들의 성숙한 새해 잔치를 보면서 나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성장을 꿈꾸었다. 활달하게 휘잡고 뛰는 사자춤이나 용춤을 보며 한국의 전통 가면무를 환상하고, 리본춤을 보면서 한국의 부채춤을, 날렵하고 재빠른 쿵후를 보면서 한국의 태권도를 봤다.
얼마전에 Tai Chi를 배울때 여러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돌았던 108 움직임은 운동이 아니라 희열을 준 춤이었다. 나무 둥결처럼 무툭하던 내 몸이 유연하게 춤 추듯 사뿐한 동작으로 바뀌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이 운동이 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중국문화에, 그 은근한 힘에 압세되곤 했다.
보통 한국사람들은 타지에 가면 교회를 세우고, 중국사람들은 식당을 열고, 그리고 일본사람들은 기업을 세운다고 한다. 전세계 어느 곳에도 중국 식당이 있다. 덕분에 세계인들은 중국음식에 익숙하고 중국문화는 만리장성같이 신비하다. 사실 중국음식이나 중국산 물품들이 빠진 우리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다.
함께 앉아 즐기던 사람들, 비록 배경은 다르지만 건강한 우정을 유지할수 있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함 인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해마다 중국계 미국인들이 여러 타민족 친구들에 둘러 싸여서 모국의 관습과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켜감을 부러워한다.
중국인들의 새해잔치에서 장수와 복을 몰고 온다는 국수나, 생선, 닭요리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돼지해에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