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자의 아름다운 업적에 맞는 아름다운 마지막을 본지도 일년이 지났다.  인권운동의 불을 지피고 마틴 루터 킹목사를 무대 중앙으로 보내어서 전 미국인들의 의식을 깨운 여자.  몽고메리를 환절기 역사의 진원지로 만들었지만 그녀의 행동이 몰아 온 휴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에서 떼밀려서 먼 미시건으로 이사한 여자.  고향 떠난지 48년후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몽고메리를 다녀갔다.

그녀가 지핀 인권의 불덩어리는 크게 번져서 몽고메리에서 381일에 거친 흑인들의 끈질긴 버스 보이컷 사건으로 집결시켰다.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대중교통의 차별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아 내었고 거대한 미국 정부의 자세를 변화시켰다.

가끔 로사 팍스씨를 생각하면 어릴때 듣던 유관순씨의 일화가 생각 나곤했다.  독립운동의 불씨였던 한국의 유관순씨나 미국 인권운동의 불씨였던 로사 팍스씨는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들이었다.  저항의 불길이 소멸되고 불운한 마지막을 맞은 유관순씨와는 달리 로사 팍스씨는 인종차별의 법적 껍질을 태워버린 엄청난 결과에 대한 평가를 생전에 인정 받았다. 

전국에서 그녀에게 명예를 주는 그녀의 이름을 딴 건물이나 도로 이름들이 엄청나게 많고 그녀의 행적에 관한 영화들도, 수 십권의 책들도 발간 되었지만, 그녀는 줄곳 겸손하게 평생을 인권과 청소년들을 지도하는데 노력한 아름다운 보통 여자였다.

덕분에 피부색의 차이로 일상에서 엄청나게 불균등한 차별을 유지했던 반세기 전의 미국사회는 이제 없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변하고 바뀐 세상이라해도 아직도 여전히 예전의 잔재가 은근하게 남아 있어 좀 씁쓸할 때가 더러 있다.

태풍 카타리나를 겪은 뉴올리언스시를 통해서 다시 흑백문제가 크게 확대 되었듯이, 미국 생활에서 소소한 일에도 인종문제가 만사에 코걸이나 귀걸이로 치장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업보 같다.  인종카드가 근본적인 문제를 가리는 불행한 예를 볼때마다 이게 아닌데라는 혼돈에 빠진다.

몽고메리에서 치루어진 그녀의 장례식은 그녀의 조용한 저항이 몰고 온 사회적 변혁과 92년간의 그녀의 삶을 되돌아 본 기회였다.  그리고 워싱톤에서의 장례식에서는 전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어떤 역사의 굴곡을 지나 왔는지, 또한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권문제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 준 계기가 되었었다. 

가끔 몽고메리 다운타운에 있는 로사 팍스씨의 기념관을 지나며 그곳에 깨어 있는 의식으로 영원히 살아있는 그녀를 본다.  내가 이민와서 즐기며 사는 평등의 기회와 동등한 권리에 감사함을 보낸다.  이제 인권문제는 이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기본권에 대한 문제이다.  그녀가 평생 짊어 지고 온 힘든 무게의 인권운동을 이땅에 사는 우리가 물러 받았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법칙따라 이 미국땅이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되도록 내 작은 힘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연말에 눈쌀을 찌프리게한 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자녀가 없었던 로사 팍스씨는 세상의 재산을 대부분 그녀가 생전에 설립했고 아꼈던 “Rosa &; Raymond Parks Institute for Self-Development” 단체에 남겼다.

그동안 그녀의 유산을 관리하던 이 단체에 불평이 많았던 그녀의 조카 13명이 이 단체을 걸고 유산에 대한 법정 싸움을 걸었다.  지난해 말에 가졌던 예심에서 단체측과 조카측 변호사들의 열띤 말다툼에 유언 검증하던 판사가 진저리를 쳤다는 소식이었다.

고인의 업적에 불미스럽도록 끝이 없는 사람들의 욕심에 씁쓸했는데…양측이 조용히 타협했다는 기쁜 소식이 오늘 몽고메리 신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