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살았던 이야기만 역사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에 끼였던 부수적인 물체도 세월따라 역사를 만들었다. 앨라바마 항구도시 모빌에 사는 한 보험사원은 어릴적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자동차의 번호판에 매료당했다. 하나 둘 구한 번호판을 통해서 옛 사회상을 읽으면서 취미로 시작한 자동차 번호판 수집은 그만 그의 평생을 바치는 집념으로 바뀌었다.

앨라바마에서 처음부터 발행한 모든 자동차 번호판들을 완벽하게 수집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큰소리 치는 60대의 로스 슬로안 (Ross Sloan)씨가 자신의 수집품을 몇 들고 몽고메리를 찾아왔다. 그러잖아도 이곳에 있는 현대자동차가 품질 좋은 자동차 생산과 판매의 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를 상공회 잡지에서 막 읽은 후였다. 앨라바마산 자동차의 좋은 뉴스에 신이 나서 자동차 번호판에 얽힌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어났다.

19세기 후반에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생산하며 교통수단의 혁명을 일으켰다. 이곳 앨라바마에도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자 1903년 앨라바마 의회가 자동차 등록을 의무화하고 속도를 8마일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 당시 부자들이 자동차를 소유하자 모빌시 지도자들은 수입안으로 자동차 번호판제에 착안했다. 자동차 소유자가 등록하면 시에서 2달러를 받고 일련의 등록번호를 발급하며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 시켰다. 자동차 주인은 5인치 크기의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시에서 받은 숫자를 쓴 번호판을 손수 만들어 자동차 앞뒤에 부착했다.

그러다가 1909년부터 모빌시에서 번호판을 만들어서 7달러50센트를 받고 발급했다. 등록비 인상에 불평이 많아도 아랑곳없이 모빌시는 해마다 글자 모양과 색상을 바꾼 번호판으로 등록을 갱신해 주면서 수입을 올렸다. 그러자 1911년 주의회에서 주정부가 자동차 번호판 관리의 권한을 가지고 속도제한을 30마일로 변경시킨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해부터 몽고메리에 있던 한 교도소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생산해서 전 67 카운티로 보냈다. 해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되던 번호판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 엔진 사이즈에 따른 부호나 카운티 고유의 번호가 첨부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2차 대전 시에는 레드, 화이트, 불루의 색깔을 여러 해 사용하며 주민들의 애국심을 붇돋우었다.

각 주마다 제각기 특성있는 자동차 번호판을 만들어 사용하자 1926년 연방정부가 고속도로 통제를 위해 정보를 나눌것을 지시했다. 각 주는 매해 디자인과 색상을 바꾼 번호판에 번호를 00-0000로 한 샘플을 만들어 타주로 보냈다. 이것은 1956년 연방정부가 모든 주는 일괄적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6x12 인치 규격을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울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일리노이 주에서 1927년부터 State Farm 보험회사가 처음 자동차 보험을 팔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보험은 일반화가 되었다.

앨라바마는 1955년부터 자동차 번호판에 ‘Heart of Dixie’ 라는 슬로건을 새겨넣었고 하트 모양의 디자인도 여러해 보탰다. 1912년에서 1962년까지 자동차의 앞뒤에 부착했던 번호판 세트는 1963년부터 뒷면에만 부착하는 단일 번호판으로 바뀌었다. 1977년부터는 번호판의 재료인 알루미늄의 가격인상으로 해마다 바꾸던 번호판을 중단하고 다음해 숫자가 프린트된 스티커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것이 현재 계속되고 있다. 재미있던 한 에피소드는 자동차가 늘면서 번호판제가 돈벌이감이 되자 1953년에 전국에서 한때 자전거 번호판도 만들어 판매했다는 사실이었다.

주로 이베이를 통해서 희귀한 번호판을 수집했다는 슬로안씨가 보여준 여러 전 세기의 번호판에는 사람살이의 흔적이 녹아 있었다. 한 시절 그들이 부착되어 자랑스럽게 도로를 누비던 주인인 자동차를 잃고 이제는 한물간 퇴기들 같았다. 하지만 앨라바마의 역사를 보전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슬로안씨의 끔찍한 보호를 받으면서 시대의 증인으로 다시 기운을 내었다. 앨라바마의 자동차 번호판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으니 다른 주들의 자동차 번호판에 얽힌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