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권운동사에서 몽고메리처럼 중요한 역활을 한 도시가 있다. 몽고메리의 서북부지역, 54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2만 정도의 작은 도시, 셀마이다.
1965년 3월 7일, 투표권을 얻기위해 많은 흑인 인권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이 주지사를 만나러 몽고메리를 향해서 셀마를 출발했다. 이들이 앨라바마강을 건너는 에드문드 페투스 다리를 건너자 기다리고 있던 백인 경찰 대원들과 달라스 카운티의 보안관들이 곤봉과 티어개스, 소몰이 막대로 무자비하게 때리며 이들의 행진을 막았다.
저지당한 6백여명의 처참하게 피 흘리는 사진들이 전세계에 보도되어 미국을 무안시킨 2주후에, 킹목사가 3,200명의 동조자들과 연방정부의 보호아래 그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그들이 몽고메리에 있는 주 정부 청사에 도착했을때는 지지자의 숫자가 2만 5천으로 늘어난 막강한 세력이 되었다. 42년전의 일이지만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이 ‘피의 일요일 행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희생과 끈질긴 투쟁은 전국에, 세계에 알려졌고, 결국은 존슨대통령이 흑인과 소수민족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투표권 법령을 통과 시키도록했다. 이렇게 얻은 투표권을 미국인들은 선거때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적게 발휘한다고 한 흑인 지도자가 지난번 선거철에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셀마에서는 해마다 이때쯤 이 사건을 기리는 기념행사를 한다. 시축제와 함께 교회의 집회, 에드문드 페투스다리를 건너는 재연까지, 그당시의 불길을 매번 되살린다. 올해는 특별히 몽고메리와 셀마에 온 유명인사들로 이지역이 화끈했다. 이름 알려진 흑인 지도자들과 클린톤 전대통령, 또 강력한 두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한꺼번에 앨라바마의 작은 도시, 셀마에 몰렸다.
다음날 몽고메리 신문은 4면에 걸쳐서 셀마로 모아진 정치의 회오리 바람을 보도했다. 클린톤과 오바마후보가 셀마를 방문한 진정한 이유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과 그들의 인기도를 저울에 올려 놓은 화사한 사진들과 논평들이 있었다. 킹목사의 이름을 가진 거리에 있는 두 흑인교회, 불과 3 블럭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두 교회에서 흑인임을 앞장세운 오바마후보와 여성임을 앞장세운 클린톤후보가 민권운동을 주제로 연설했다. 두사람 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향하자고 목소리를 높혔다.
올해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셀마로 모였다고 한다. 어쩌면 42년전의 역사적 사건의 기념보다는 오히려 유명인들의 출현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함께 에드문드 페투스 다리를 건너며 손에 손잡고 “We shall overcome” 노래를 불렀다. 이 강력한 힘을 가진 노래를 부르며 모두가 같은 마음되었을까. 아무튼 민주당원들의 화사한 쿰바야였다.
더욱이 함께 온 전 클린톤대통령은 여전히 대단한 인기를 과시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그는 모두와 함께 에드문드 페투스 다리를 건넌후 그 옆에 있는 National Voting Rights Museum Hall of Fame 에 정식으로 올랐다. 미국 역대 대통령중에서 처음으로 올해 그와 존슨대통령이 이 기념관의 명예를 받았다.
42년은 아이가 중년이 되는 세월이다. 법적 차별사회는 아니지만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가 복잡하게 뒤엉킨 은근한 차별사회에 우리는 산다. 요즈음 미국인들은 민권운동의 분투에 별로다. 평소에는 적당히 묵살하고 있다가, 이렇게 일년에 한번쯤 이런 기념일에 모여서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올해는 닥아오는 선거철 덕분에 관심의 강도가 더욱 높았던 셈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미국시민이 된 후기 이민자들인 우리는 긴 세월 노예의 굴욕을 거치고 동등한 사회를 찿기위해 투쟁한 흑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에 동감하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의 역사에, 당면한 사회문제를 우리도 함께 해결해야 함은 안다.
이곳에 살다 보니 남부 역사나 흑인 투쟁사는 내 생활속에 있다. 이런 역사적인 기일이 오면, 대선후보들의 기회 보고 큰 목소리 내는 민권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긴 세월 소수민족의 권익위해 투쟁했고, 또 지금도 흑인 청소년 지도와 자립돕는데 열정을 쏟는 이지역의 많은 민권운동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