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사랑이라는 것은 나와 우리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것을 떨쳐 나와서 모든 욕구와 미모를 아름다움의 창조자에 귀착케 한다는 광고에 홀딱해서 표를 구했다.  세상만사와 우주의 섭리가 균형의 화음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글귀도 나를 끌었다.  데이비스 문화센터의 반정도를 채운 관객들 사이에 간간히 낯익은 얼굴들과 인사하며 우리는 대단한 기대감을 갖고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가 신에 대한 사랑과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을 의식화한 8백년이나 이어져 온 이슬람의 종교 의식을 소개했다.  이어서 모양이 특이한 전통 악기들을 가진 4명의 악사들이 무대위로 올라 왔다.  1부의 Sufi 음악공연은, 탁하게 구성진 피리소리가 작은 파도를 타듯 한동안 관객들을 유인하더니 이어서 다른 악기들의 맑은 음향이 합류했다.     

절제된, 격앙의 감정이 일정한 선에서 차갑게 조정된 음율들이 회오리 바람되어 극장 공간에 퍼져서 끈질기게 우리를 애워쌌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내용을 전혀 못 알아 듣는 시가 노래로 불리어 졌지만, 우리는 언어의 의미를 상실한 소리와 화음의 감각에 매달렸다.   먼곳에서 경읽는 목소리 같은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다시 탁한 피리소리가 혼자 구비구비 언덕을 지나가고 뒤따라 다른 악기들이 천천히 구름 저편으로 사라졌다. 

낯선 음악에, 절제된 감정조절에 눌렸던 기분을 휴식시간에 바꾸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2부의 시작에 이스탄불 문화단체의 소개가 길게 좀 지루하게 이어지자 남편은 곱지않은 눈길을 내쪽에 보냈다.  퇴근후 피곤하기도 했을테고 또 억지로 따라와 앉았는데 귀도 눈도 별로 즐겁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묵살했다.

팜플랫에 선전된 무지개빛 의미의 공연을 기대했는데 종교의식이 시작부터 우리를 압박했다.  드디어 나온 4명의 수도사들.  엄숙하게 구경해 달라고, 절대로 공연중에 박수를 치지 말라던 주의가 없었더라도 우리는 박수를 치지 않았을 분위기였다.

우리들 존재의 기본상태가 선회함을 표현한다는Sama 예식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90도 숙여 인사한후 음악에 따라 천천히 돌던 수도사들이 속도를 높이면서 빠르게 뱅글 뱅글 돌았다.  그러자 그들이 입었던 하얀 의식의 복장, 넓은 치마폭이 원형으로 펴지면서 무대 아래에서 비추는 색색 불빛에 반사되어 팜플랫에 선전된 환상의 그림이 되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펴서 하늘을 향하고 왼손은 손바닥이 아래로 땅을 향했다.  양쪽으로  벌린 팔들이 몸의 균형을 지키는 동안 왼쪽 발은 제자리서 돌고 오른쪽 발은 재빨리 360도를 돌고 돌았다.  중간에 음악의 리듬이 바뀌면 도는것을 멈추고 인사하는 의식부터 새롭게 이어졌다.  다시 천천히 속도를 늘려서 빠르게 돌고 돈 의식의 번복이 줄기차게 4번정도 계속 되었다.  자연의 모든 존재와 조화를 이루며 마음과 가슴 그리고 몸이 영적인 여행을 하며 모든 인간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는 의식이라했다.  

그저 보고 있어도 어지러운 돌고 도는 움직임의 계속이었다.  공연후 나오면서 만난 한 친구가, 자기는 한 남자에게만 시선을 두고 도는 숫자를 세었더니 425번을 돌았다고 놀라워했다.  나는 어지러워서 숫자를 세아려볼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낯선 문화였지만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색다른 체험을 했다.  보기에는 너무나 단순한 움직임이어서 집에 와서 남편과 둘이 우리도 할수 있겠다하고 흉내를 내어봤다.  두서너 바퀴를 돌던 남편이 아휴하고 의자에 앉아버리고 몇바퀴를 더 돌던 나도 비틀대며 주저 앉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랜기간 연습도 연습이었겠지만, 믿음이 바탕이라, 수도자의 기도하는 마음이 따랐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돌고 돌아도 서툰 걸음 안하고 반듯하게 제자리 설 수 있는것 같다. 

친정엄마의 기도가 우리 식구들을 지켜주고 있듯이 믿음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우주의 섭리와 신의 사랑을 추구하며 땅위의 평화를 위하여 많은 기도를 드린다는, 나와 다른 종파의 한 일면을 본 좋은 기회였었다.  그리고 한가지, 인간은 사랑을 하기위해서 사랑으로 창조되었다는 이들의 믿음에는 절대 동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