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씩, 한패의 친구들과 만나 Lunch Bunch 가 된다.  우리들의 직업이나 배경은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몽고메리를 지독히 사랑하는 여자들이다.  좋은점 나쁜점 모두 다. 

남부 토박이들이고, 다운타운 근처의 역사적인 전원 주택지에 사는 50대의 극성들이다.  이들은 환경 변수에 대단히 민감하고 오래된 건물들이나 나무 하나에서도 역사를 읽는다.  비영리단체들에 자원봉사 많이 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하느라 대단히 바쁘다.    

우리들의 만남의 장소는 다운타운 부활붐에 따라 문을 연 Cool Beans 라는 작은 식당이다.  이 색다른 도시풍의 식당은 특색있는 샌드위치와 맛있는 커피를 신선하게 만들 줄 안다.  보통 점심때만 문을 여는데 얼마전부터 금요일 저녁에 재즈음악회를 연다.

테이블이 몇 안되는 이 식당의 안쪽에 둥글게 높은 원형 벽을 가진 한 7-8명이 둘러 앉아서 수다하기 딱 좋은 곳이 있다.  우리는 늘상 이곳에 비집고 앉아서 왁자지끌 빠르게 목소리들을 섞으면서 너스레를 푼다.  진지한 얘기조차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지역의 알만한 사람들에 관한 얘기들이나 몽고메리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온갖 소문들을 나누며 서로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식품점에서 파는 유치한 잡지의 가십난보다 더 재미있다.        

이들과 만나 즐기는 점심시간의 여유.  직장일로 매번 참석 못하지만, 오늘같이 참석하면 난 그 여유를 맘껏 즐긴다.  Lunch Bunch 모임의 강점은 어떤 아이디어나 주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벌려도 상대의견을 충분히 들어 주는 점이다.  그리고 색다른 의견이나 안건도 일단 도마질이 끝나면 깨끗하게 털고 넘어가는 좋은 버릇들이다. 

이런 친구들과 오래 사귀다보니, 한국의 옛친구들과 더욱 거리감을 느낀다.  그들과 이렇게 정기적으로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아이들이나 남편들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 결혼시킬 준비나 체면지키는 노력등, 대충 짐작이 간다. 

이곳의 Lunch Bunch 멤버들처럼 사회 구조나 민권에 대한 싱싱한 토론이나 부조리에 대한 열띤 반발들을 나눌 수 있을까?  새롭게 읽은 책들과 사회문제 다룬 다큐멘타리에 흥분하는 아름다움 찿을 수 있을까?  우리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세월이 끔찍하게 길었다.   

늘어나는 주름이나 외모에 중요성을 두지 않는 여자들과 사회참여에 관심갖다 보니 나도 많이 변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한번도 내 딸들이나 남편과 이들과의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이 Lunch Bunch 친구들은 내 생활에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