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의 후유증으로, 더욱 범인이 한국계라 복잡하고 어수선한 하루다.  TV 에서 중계하는 그 학교의 집회를 지켜보면서 하늘이 무너진 엄청난 숫자의 가족들과 이번 사건이 끼친 여파를 의식에서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자식가진 부모라 무거운 가슴으로 느리게 서류들을 만졌다.  인종과 국가를 떠난, 한 불행한 인간이 불러온 엄청난 재앙이지만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우선은 피해 가족들에 대한 애도와 그 학교와 지역인들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 

한 동료가 나가서 성조기를 반기로 내렸다.  평소에 한인들에 관한 기사나 일들에 매우 민감하게 농담하던 동료들도 내 주위에서 눈치껏 군다.  나름대로 날카로운 내 심정을 배려해준다.

눈치없는 남편 전화해서 “어떻게 한국애가…” 하고 이어가는 말 끊어 버렸다.  아무리 국적이 바뀌었거나 이땅에 오래 살았어도, 여전히 우리는 떠나온 나라 사람이다.  머리색갈이나 성형으로 바꿀 수 없는 한국인이다.

오후내내 우울한 기분으로 한 친구를 생각했다.  3년전에 이땅을 떠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가슴에 깊숙히 자리한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달이 도무지 분명하지 않아서 인터넷을 찿았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옛 기사를 찿아서 그녀를 다시 가까이 불렀다.  그리고 어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특히 한국계로써의 내 심정을 털어 놓았다.

저녁에 특별한 경험을 했다.  퇴근후 막 집에 들어서는데 전화가 왔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가 우리집에 전화한 적이 없어서 야릇한 기분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한국계인 나를 위로하는, 버지니아텍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은 한 병든 인간의 사건이었지, 그것이 이곳 사는 한인들하고는 전혀 관계없으니 너무 민감하게 받아 들이지 말라는 따스한 달램이었다. 

전화를 들고 너무나 기이한 일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오후에 찿은 그녀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프린트 한것을 가방에서 꺼내 옆에 있던 남편에게 보였다.  남편도 불가사의한 일 놀라워했다.  50년을 함께 산 그 부부는 이승과 저승을 넘어서 서로 대화를 하나보다.  오후에 그녀를 찿은 내 마음을 차마 그에게 알리지 못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로 전화를 끊었다. 

나에게 일어난 이 기이한 경험과, 그 부부의 위로는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된다.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서 사람살이가 기막히게 근사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 일은 내가 더욱 이 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 세상을 보게 한다.  지금은 손가락질보다는 전국민이 함께 문제 해결위해 애쓰면서 버지니아텍의 빠른 회복을 도울때다.